열녀문의 비밀 - 하 - 백탑파白塔派 그 두 번째 이야기, 개정판 백탑파 시리즈 3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작가의 글 읽기를 계속하는 것은 쉽게 식상해질 수 있는 요인이다.  좀 띄엄띄엄 읽었더라면 좋았을지도 모르는데... 깔끔하긴 하지만,  많은 연구와 문헌들을 참고하면서 글쓰기를 빠르게 계속하는 작가의 이 글은 식상한 부분이 쉬이 눈에 띄었다.

  백탑파(원각사지 10층탑 주변에 모여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지식과 토론을 즐김)의 젊은이들이 당시 열녀를 내겠다는 가문에서 정려를 청하는 글을 올린 것들을 엄찰하라는 정조의 명을 받고, 외관직의 적성현감(종육품)으로  나가는 이덕무의 적성에서 그의 파격적인 통치방식과 향청의 거부, 사상들의 활동, 질청의 아전들의 관습 등을 타파하고자 애쓰는 모습들, 그리고 야소교의 전파에 이르기까지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은 - 분명 야소교를 중심으로 하는 또 다른 책이 나올 것 같다 - 너무 앞서 나가고 있다. 죽은자의 말을 파헤쳐보는 김진의 추리는 셜록 홈즈를 저리가라 할 만큼 논리와 과학적인 수사를 연상케하고, 김아영이란 인물은 오늘날의 시대에서도 이상적인 모습을 완벽하게 갖고 있다. 일 잘하고 현명하고 아랫사람을 위할 줄 알고 근대과학과 실용적인 선진 기술들을 이용하여 치부함으로써 2년만에 무너진 집안의 경제를 회복하고,  그림을 분별할 줄 알고 소설을 즐기고 소설을 쓰고자 애쓰고 신분을 타파하고 그리고 사랑이 무엇인지 알면서 몸바쳐 사랑할 줄 알고 또 다가오는 사랑에 대하여 당당하게 맞서는 아닌 말로 못하는 것 하나없는 이 여성을 도대체 어떤 가치와 상식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 단정할 수 있겠는가. 18세기의 문화가 이렇게 찬란하였고, 또 사람들의 사고와 행위가 이토록 다양할 수 있었을까 의심이 갈만큼.... 완벽한 모습이다.

  영 정조시대를 서민문화의 발달과 정치적 안정으로 인해 조선의 중흥기란 표현은 하지만, 초정 박제가가 고을 현감으로 나아가 둘러본 실정을 표현한 다른 글을 읽으면서 나는 역사속에서 드러나게 표현하는 18세기의 번영은 그리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것임을 깨달았었다. 정조 임금과 정약용이 꿈꾸던 이상은 현실속에서 투영되기 매우 힘든 구조였음을 문학은 너무 쉽게 잊는 것 같다. 실로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당시에 쓰던 용어 몇개 그리고 사자성어 몇가지를 건져본 게 이 소설에서 얻은 바다. 상공업의 발달과 백성을 위한 정치(수령권의 강화), 서얼허통 그리고 야소교에 관한 굵직한 관심들은 천천히 펼쳐봐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