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김탁환 지음 / 동방미디어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랫만에 소설을 몇 권 챙겨 들면서 역사와 소설을 담고 있는 부류의 책들을 선택하다 보니 김탁환 교수의 글이 눈에 띈다. 어느새 그는 한남대로 자리를 옮겨 앉아있다. 그의 분신인듯한 매설가 모독과는 조금 다르구나....
역사를 어렵다고 칭얼대는 학생들에게 쉽게 이야기 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을 내내 하는 역사교사의 글읽기인지라, 소설보다는 역사쪽으로 치중해서 읽게 된다. 각 장을 들어가기 전에 따온 인용구들은 값지다. 이성복의 <남해금산>이란 시귀도 다른 각도에서 읽혀지게 되고, (곽재구의 예술기행에서도 맨처음 인용된 시이다.) 김만중의 '서포만필', 이덕무의 '은애전' , 조재삼의 "송남잡지"(졸수공 조성기 소개), 김집의 "신독재 수택본 전기집", 조위한의 '최척전' 그리고 맹자와 서포 김만중의 시편들과 소설인용문 등등, 빛나는 인용구들을 슬쩍 곁눈질 하듯 지나가는 운치가 있는 소설이다.
소설가의 고뇌와 소설이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치밀하게 고민한 비중이 크긴 하나 서포 김만중의 소설이 내겐 우리 고대소설 가운데 많이 읽히는 것의 하나일 뿐이라서 서포에 대한 관심도 많지는 않았다. 오히려 17세기의 사람들이 간직한 꿈과 사랑이 인상적이었고, 세책방에서 연의류의 소설들을 빌려 읽는 많은 독자들과 소설을 통해 꿈을 꾸는 사람들의 잊혀진 낭만을 생각해보았다. 간결하고 빠른 문체가 맘에 들고 또 생각의 범주를 두루 넘어보는 다양함이 좋다.
그런데.. 잊혀진다는 것이 그리 서러운 것일까? 내게는 잊혀진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 혹은 그리운 일인 듯 하다. 잊혀진 것들을 캐내고 혹은 추억하는 아름다움은 잊혀짐을 전제로 해야만 존재하는 아름다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