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 노래 생각의나무 우리소설 1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대체로 김훈의 글을 참 좋아하고 오랫동안 읽었는데, 이 소설은 좀 .. 하다.(시쳇말로 정의하기 어려운 우리들끼리의 말로 거시기하다) 작가는 '들리지 않는 적막을 말로 옮기기 어려워 글이 이루지 못한 모든 이야기는 잠든 악기 속에 있고,악기는 여전히 잠들어 있다.' 고 밝혔지만, 이 소설 속에서 나는 현의 노래라기 보다는 칼의 노래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칼의 노래"가 이순신의 내면의 여러 이야기를 들을 기회였다면, "현의 노래"는 무너지는 가야를 둘러싸고 들을 수 있는 가야의 여러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그것은 "삼국사기"에 의거하고 있기때문에 신라쪽의 이야기에 묻혀 남은 자들의 이야기일 수 밖에 없고, 역사 속의 기록들이 상상과 날개를 달고 이야기 속에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신라 족의 대나무와 얽혀 있는 이야기가운데, 미추왕릉의 대나무잎들이 죽엽군으로 변해 신라를 침범한 백제군을 물러가게 하는 이야기가 삼국간의 격렬한 충돌이 일어나던 시기에 전해지는 가 하면, 통일을 성취한 후에는 만파식적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해지는 대피리의 이야기를 통해 연결되지만 서로 다른 이상과 목표를 발견할 수 있는 시대상 같은 것을 내심 현의 노래 속에서도 기대했었다. 그것은 아마도 칼의 노래 이후로 나온 작품이기에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또 현의 노래속에서 가야금과 피리가 갖는 공통성을 상상하고 기대했던 탓일게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단순한 바램이었을 뿐, 나라는 망하고 신라의 국원경으로 옮겨와 살게된 우륵이 가야금을 들고 와서 평화나 태평성대를 노래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우스운 이야기였을 것도 같다.

  우륵과 야로가 달라보이지 않았고, 철저하게 계산하고 항복한 자들에게도 수급을 베는 가혹한 형벌을 행한 이사부의 모습이나 아름다운 청년으로 자란 사다함의 단편적인 모습도 다 같아 보였다. 그들이 쇠를 추구하든 금(琴)을 추구하든 말이다. 서로 다른 성격의 속성을 가진 것들이 동시대에 공존하며 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많은 부분 닮음을 전제로 하는 것일까? 그것을 우린 시대성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까?

  역사적 진실과 상상의 충돌을 곳곳에서 발견하면서 작가가 지니고 있었던 간결함과 깔끔함을 이 소설은 많은 부분 잃고 있는 느낌이 났다. 전쟁의 상황 속에서 현의 노래라.... 시도가 좋았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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