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의 예술기행 -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
곽재구 글, 정정엽 그림 / 열림원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고대로의 여행을 떠나면서 이 책을 들고 떠났다. 새로 이전한 용산의 중앙국립박물관을 다녀오는 나들이를 하고자 가장 편한 옷차림과 운동화를 신고 한손에는 가볍게 이 책만 달랑 들고서... 오랫만에 기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도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아서 지나치는 풍경들과 조우하게 되었고, 얼만큼은 낯설어진 서울의 풍경에 왔다갔다 하면서 길을 찾기 위해 혹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 살펴보길 게을리하지 말아야 했다. 그리고 잘 진열된 유물들 사이를 사람들 사이로 북적대며 오가면서도 다리를 쉬기 위해 한참을 앉아서 한편씩 넘겨 읽을 때마다 참 많은 사람들과 그의 고향 마을을 곽재구의 눈으로 들여다 보았다. 낯익은 사람들도 제법 있었고, 내 발길이 스쳐 지나간 곳도 적지않건만, 푸근한 마음으로 들여다 보면서 날카로움과 아름다움을 접합시켜가는 그의 글내음을 마치 친구라도 되는 양 정겹게 만났다.

  조금 시간을 더 할애하여서 하루나 이틀쯤 서울의 섬에 머물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시간에 쫓겨가면서 이런 만남을 진행하려니 몸이 고달팠다. 결국 내려오는 길엔 책을 덮고 잠을 청했고. 어둠에 묻혀가는 주변의 풍경도 시야에서 멀여졌다. 방학이 끝나기 전에 진도의 소리를 찾아서 떠날 기회가 꼭 있기를 기대하면서 진도의 소리꾼들을 상상해 보았고, 거의 나와는 친하지 않은 바다지만, 그의 포구기행이나 바다를 그리며 바다속에 실리는 많은 기회들을 부러워해보기도 하였다. 사실적인 풍경은 사뭇 다를지도 모르지만, 사람마다 바라보는 각도와 기회가 같은 것은 아닐테니... 흉내를 내는 것보다 내 삶이 끈끈하게 묻어나올 수 있는 길들을 따라 설혹 바다를 보지 못하여도 두 다리로 튼튼히 걸어낼 수 있는 기회를 소망하면서 쉽게 책을 놓았다.

  따사로히 곁에 둘 수 있는 소박한 사람, 그러나 품은 열정과 섬세함은 넓고도 깊은 사람은 하나 두었다는 게 여전히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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