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 표지에 나온 선비의 이미지는 얼마전에 보았던 한량무의 춤사위를 연상시키는 멋스러움이 배어있다. 18세기의 풍속화가 신윤복의 그림 속에 얽혀있는 억압된 성과 기예의 이야기가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듯한 느낌은 작가가 전공이 아닌 자유스런 눈길로 바라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다 읽고 나니 기대보다 훨씬 멋진 책이 되었다.

  나의 경우는 그림에 문외한인 쪽이라서 해설이 없이는 바라볼 줄 모르는 편이다. 아주 훌륭한 그림조차도 어린애마냥 쓰윽 쳐다보고 그냥 지나치기 일쑤이다. 이를테면 유숙의 '대쾌도'같은 큰 그림을 그냥 흘려보고 살필줄도 모르는 우를 지금껏 범하고 있었다.

  이 책은 그림 속에 숨어있는 인물들의 행위와 생각을 살리려고 많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우리가 고정된 틀 속에서 놓치기 쉬운 사소한 그러나 중요한 일상성이 재미있게 묘사된다. 특히 복식이나 술집의 풍경, 기방풍속도 등은 풍부한 자료와 해설을 친절하게 덧붙여서 무척 흥미롭게 보았다. 김홍도의 자리짜기에 나오는 잔반의 모자가 사방관이라 불리는 것임을 이제야 알았고 오천원권에 나온 율곡 이이는 정자관을 썼으며 둘다 사대부들이 일상에서 많이 쓴 모자라는 사실, 그리고 천원권에 나오는 퇴계 이황의 복건도 복식에 관심을 가지면서 찾아보고 알게된 사소한 그러나 재미있는 지식이 되었다.

  기주가 된 무장별감의 모습 -노란 초립, 빨간 홍의 -은 이제 더이상 낯설지 않고 나를 당혹하게도 안한다. 대쾌도에서도 찾아보고 선술집 풍경이나 유곽쟁웅에서도 익숙하게 찾아내며 해설을 할 수 있는 이 즐거움, 사실 대놓고 자랑은 안해도 술을 마시면서 풀어가는 세상사는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속에서도 얼마나 큰 기쁨인가? (비록 다음날 힘들어서 허덕일지라도 말이다) 기녀들의 모습도 자유로운 성을 묘사하는 것보다는 생활의 멋스러움을 통해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마치 향가의 헌화가에 나오는 수로부인의 모습일것도 같고 혹은 자유분방하게 살고 싶기도 한 나의 모습의 한 면일 것 같기도 한.... 오랫만에 유쾌하게 책을 읽다. 보면서 읽고 즐겁게 웃고 또 생각도 해보게 하는 이 책은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온 조선 사람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렸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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