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와 백만장자
마크 피셔 지음, 김호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청소년 필독서로 올려진 목록으로 필요에 의해서 읽게 된 책이지만 실망이 많이 되었다. 미국에서 인기를 끌수 있었던 이유는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좀 낯설은 시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물론 성인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면 성공이란 꿈을 실현하는 것과 호기심을 가질 만한 스포츠를 접목한 이유로 호기심을 충족시켜가면서 가볍게 읽어내도 부담이 없을 책이다. 한데 청소년 필독서라니... 심했다.

   왜 이런 책을 청소년 필독서로 선정했을까? 골프는 미국의 대중적인 스포츠일망정 우리 정서와 환경에는 어울리지 않는 구석이 많다. 박세리 선수 이후로 많은 골퍼들이 해외에 나가서 좋은 성적으로 국위선양을 하고 또 어려움에 빠진 국민들에게 유쾌한 소식을 전해 청량제 역할을 함으로써, 골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진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너무 비싼 비용과 또 좁은 국토의 효울적인 이용가치의 측면에서도 많은 골프장의 건설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부자란 그리 많은 존경을 받고 있는 존재들이 아니다. 누구나 부자가 되길 꿈꾸면서도 부자를 존경하지 않는 패러독스는 공의와 정직이란 이름으로 부자가 만들어진다고 믿지 않기 때문인듯 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골퍼와 백만장자"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성공가치를 대표할 만한 존재는 아닌 것 같다. 더구나 운동치고 멘탈 게임에 의존하지 않는 운동이 어디 있겠는가?

  이 책의 곳곳에 배어있는 기독교적 관점도 미국적인 이상이 짙게 배여있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근대화가 미국화를 의미할 만큼 미국적인 요소가 짙게 깔려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다양한 종교들을 생각할 때 보편성을 지닌 범신론적인 가치들을 보여주는 게 포괄적일 것 같다.

  이 책에 표현된 백만장자는 마치 신(god)과 같은 존재이다. 침묵하고 있거나 지옥의 끝에 까지 내려가 만난 절대적인 신성보다는 편안하게 내게 필요한 것들을 현재에 맞춰서 다 제공해 준다. 그것도 필요한 분량만큼만 말이다. 대통령도 기다리게 할 만큼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불치병을 앓고 있는 이름없는 한 소년의 남은 생명을 위해 기꺼이 많은 시간을 할애해주며 가능성을 가진 좌절한 골퍼에게 그에게 필요한 인생의 본질을 가르쳐주고 적절한 충고와 물질적 도움으로 성공하게 만드는 그는 시간으로부터 자유하고 공간으로부터도 그리고 물론 물질로부터도 매우 자유로우며 스스로 겸손한 자이다. 현실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백만장자 중 이렇게 완벽한 존재가 어디 있겠는가? 반면에 골퍼는 매우 부수적인 자이다. 어린시절 부모로 부터 받은 불신과 처벌이 자신감없는 존재로 만들어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시기를 놓치고 무기력하게 사는 레디메이디 인생이다. 그런 그에게 행운이 따르는 것은 백만장자와의 우연한 조우를 통해서이다. 애인의 일편단심, 죽어가는 소년의 최고 골퍼에 대한 신뢰, 그리고 백만장자의 충고를 받아들일 줄 아는 열린 마음 등등, 이렇게 가변성이 많은 골퍼를 통해 백만장자는 무엇을 배웠을까? 인간이란 서로간에 주고 받음이 없이는  원만한 관계맺음이 성공할 수 없을 것인데, 일방적인 받기를 통해 평등한 관계를 설정할 수 없음은 뻔한 것이고 낯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성공한 후에 말과 행동으로 전해주라는 당부는 좀 진부하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청소년 필독서로는 안어울린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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