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거기에 백제가 있었을까 - 백제사에 던지는 15가지 질문
엄기표 지음 / 고래실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나는 자칭 타칭 '백제 여인'이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담한 사이즈때문으로 짐작되지만, 홍사준 선생님께서 붙여주신 별명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즐겨 쓴다. 알고자하는 지식욕보다는 무조건적인 백제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강했던 것 같다. 어떤 책이든 백제에 관련된 것들은 대충 눈으로 훑어보고라도 넘어가야 속이 후련해지는 걸 보면....

  "정말 거기에 백제가 있었을까"라는 책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어서 읽기를 망설이다가 여러 차례 도서관을 오르내리며 거의 마지막에 빌려 읽게 되었다. 교원대 출신의 저자가 배움을 계속하며 낸 대중서인데다 발로 뛴 많은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있고, 게다가 원사료를 충실히 인용하고 밝혀주려는 노력과 다양한 사진 자료등을 정성껏 배열한 성실성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어서 오히려 반감이 생겼다. 15가지에 달하는 의문들은 백제에 대한 많은 논란을 정리하고 또 저자 자신의 의견을 달기도 해서 도움이 되었지만, 조용히 새김질 하듯 살펴야 하는 문제들을 단정적인 의문들로 시작하는 부분들이 거슬렸다. '비류가 도읍한 미추홀은 인천인가?'  '백제는 중국 요서 지방에 식민지를 두었나?' '칠지도는 하사품일까, 헌상품일까?' 등은 한 장을 차지하기에 너무 얇은 논지로 덮인 느낌이 났다. 신문 기사 정도를 보고있는 듯한...  반면에, '미륵사지 석탑이 먼저일까, 정림사지 석탑이 먼저일까' '무령왕릉에 담긴 비밀은 무엇인가?' '태안과 서산 마애삼존불의 부처 이름은 무엇일까?' 등은 대중적 호기심과 학문적인 답이 잘 배합된 깊이있고 재미도 있는 테마였다. 12장과 13장의 '왜나라 지원군이 패배한 백강은 어디일까?' 와 '백제 부흥군의 최후 거점, 주류성은 어디인가?'는 주제의 친밀성과 접근성때문에 15가지의 의문점 중에  독립된 두개의 장을 이루는 게 중첩된 느낌이 들어서 신선도가 떨어졌다. 문화적인 내용들이 부족하고 일본과의 정치교류사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강하게 쓰여진 느낌도 많이 났다. '온조와 비류, 누가 백제의 시조일까?' '한성시기 왕성은 어디에 있었을까?' '서동설화의 주인공은 무왕인가?' '무왕은 익산으로 천도했나?' '백제는 왜에게 어떤 나라였나?' 등의 테마는 좀 식상한 느낌이 들고 새로운 느낌이 별로 없었다. 다시 말한다면 백제가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필요성이 별로 없어 보였다.

  자료의 영성함과 유물이나 유적의 보전이 잘 안된 상태에서 백제사에 대한 학적 연구를 지속한다는 것 자체가  모험적이고 용기있는 일이라고 여기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걸음 한걸음 차분히 진행되는 연구를 사실로서 전달하려는 진솔함이 전체를 감싼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출판사 이름인 고래실을 보다라도 그게 잘 어울리는 편집방법일 듯 하다. 저자의 노력에 비해 좀 아까운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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