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리랑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
님 웨일즈.김산 지음, 송영인 옮김 / 동녘 / 2005년 8월
평점 :
광복 60주년 기념 KBS스페셜 "나를 사로잡은 조선인 혁명가 김산"을 vod로 보았다.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이해를 돕기위한 준비의 하나였다. "대한민국사"를 읽으면서 알게 된 혁명가 - '스스로 모든 것에 실패했으나 자신에 대해서는 승리했다'는 그는 살아 당시 일생을 건 혁명에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가야할 길을 비춰주고 지표가 되었으며, 현재도 여전히 지향점의 하나로서, 그를 만나고 알게 된다는 것이 감격과 눈물을 가져다 준다. 가슴 벅찬 감동을 오랫만에 받다.
조심스레 책을 열었다. "모색하다 지치고 좌절 때문에 실의했을 때는 김산(金山-금강산에서 차용한 장지락의 가명의 하나)을 찾았다"는 리영희 교수의 추천의 글이 뭉클하다. 유신독재 시절, 김지하, 김정남 등 수많은 젊은이들의 손에서 손으로 건너가며 헌 책이 되었고 마침내는 박경리선생으로부터 전해받았던 감격을 "소식 없이 집을 나갔던 자식이 돌아온 기쁨"이라 표현한 선생의 느낌이 내게도 전해진다. 님 웨일즈가 아니었던들 그의 삶의 조각 한편이나 우리에게 전해졌겠는가? 작가에 대한 사랑과 경의도 표하고 싶다. 우리가 '각자 져야할 사명과 감당해야 할 몫의 삶이 무엇일까?' 읽기 전부터 곰곰 생각하게 된다. 이젠 본문으로 들어가고 있다.(20050906 저녁에)
책에 대한 사랑과 일상사에서 부닥치는 어려움들(어머님의 입원과 병간호)이 교차하는 가운데 마침내 책을 다 읽었다.(0920 새벽, 병실에서) 한 사람의 일생에 대한 정직한 기록이란 점에서 존경심이 들었고, 25장으로 구성된 글 속에서 그의 삶의 행위와 지표와 추억들을 밑줄을 그어가며 쫓아가보았다.
'공포를 모르고 독립심과 완전한 마음의 평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작가 웨일즈의 눈에 비친 김산의 고백은 삶과 죽음을 뛰어넘는 끝없는 지향성을 보이고 있다. 많은 사상과 행동 속에서도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되 또 그것을 넘어서 세계의 대중을 해방시키려는 노력과 의지는 언제나 최상의 목표를 향하여 움직이게 하고 행동하게 한다. 하나의 틀에 묶이지 않고 자신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며 이상을 실현시키고자 온몸으로 부딪치며 실천했던 그의 삶이야말로 우리 민족사의 시간과 공간을 탄탄하게 묶어놓는 것 아닐까? "이름 없이 빛도 없이" - 정말 쉬운 말인듯 하지만 일평생을 최선을 다해 열정을 쏟아가면서 자기 몫의 삶을 살아간 혁명가의 삶을 해방 60년이 지난 후에야 겨우 바라보게 된 나의 처지와 상황을 다행스러워 하기도 하고 안타깝게 여기게도 되는 이율배반성을 느끼게도 되었다. 이는 비단 나의 무지와 게으름 탓만은 아닌, 우리 민족사의 전개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패배하더라도 좌절하지 않는 자만이'란 마지막 장의 마지막 말로 나도 맺는다.
그 무엇도 사람이 역사라고 하는 운동 속에서 점하는 자리를 빼앗을 수가 없다. 그 무엇도 사람을 빠져나가게 할 수가 없다. 유일한 그의 개인적 결정이라고는 전진할 것인가, 아니면 후퇴할 것인가. 싸울 것인가 아니면 굴복할 것인가, 가치를 창조할 것인가 아니면 파괴할 것인가, 강해질 것인가 아니면 나약해질 것인가 하는 것밖에 없다.
그는 1938년에 비밀리에 부당하게 처형당하였다. 그리고 1983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조직국은 공식적으로 김산의 처형이 특수한 역사 상황 아래서 발생한 잘못된 조치였음을 밝히며 당원자격을 회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