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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홍세화님의 강연(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모색 - 국가주의 교육과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청강할 기회가 생겨서 다시 읽어본 책이다. 문화비평에세이로 되어있지만 프랑스에서 오래 살면서 긴 기간안 돌아올 수 없었던 저자가 프랑스와 한국을 비교하며 적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주는 책이다.
강연을 들을 준비작업으로 책을 다 읽고 가고자 하였으나, 강연을 듣고 난 후에야 비로서 읽기를 마치게 되었다. 존재를 스스로 배반하는 의식화를 탈의식화하는 꾸준한 교육과 편을 갈라 조직하고 존재로서 바로 서고자 운동하며 공공의 가치를 세울 수 있음을 꼭꼭 힘주어 말하던 모습은 간결하면서도 명쾌했다. 프랑스에서 빈곤한 생존과 싸워가며 자녀를 교육함에 프랑스 국가가 담당하고 제공한 무상교육의 기회를 통해 당당하게 성장한 자녀들을 소개하면서 '늠름하게' 라는 형용사를 강조하였다. 살아온 인생을 하나의 형용사로 대치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가슴에 와닿았다. 나는 나의 삶을 어떤 형용사나 부사로 설명할 수 있을까? '당당하게' - 30대까지의 내 삶에는 가능한 단어이나 지금은 아닌듯, '열심히' - 너무 모호하고.... '치열하게' - 자주 쓰는 단어이기는 하지만 글쎄...
고민을 많이 하면서도 나를 변화시키는데엔 인색한 모습을 발견하면서 자기 허물을 벗는데 어려움을 느끼며 비판에 대해서 수긍하면서도 가슴 속으로는 반발이 치밀어 오르는 나는 '공격성마저 띤 뻔뻔스러움과 약삭빠른 냉소 혹은 절망과 체념의 신음'(pp.9-10)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북한의 대치상황 속에서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란 말에 두드러기가 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해오던 우리의 정치현실을 무시한 채 프랑스의 공공성과 토론문화를 이식할 수는 없을 것이며, 우리의 현실 속에서 개선의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좌파의 적극적 개선을 통해서이지 보수우파의 개선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강연과 독서를 통해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뚜렷하게 금그어보면서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