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고 - 김훈.박래부의 문학기행 하나
김훈.박래부 지음 / 따뜻한손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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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제목이 왜 이럴까?'  약간은 촌스럽고 시대성도 없는 듯한 제목에 내심 의아해하면서 읽어간 이 책은 거의 끝 부분에 소개한 이오덕님의 "일하는 아이들"에서 나온 아동시(안동 대곡분교 3년 정장교 1970.06.13) 중에  나오는 절절한 체험의 한 행임을 알고 눈물이 핑, 돌았다. 안 읽었던 책도 아닌데......" 이오덕 님이 청송 출신이라는 것도 벌써 돌아가셨다는 것도 다 새로운 사실처럼 느껴지고 이제서야 알게 된 것 같은  낯설음, 그리고 이로 인한 까마득한 기억으로 당혹해 하면서 가슴 울렁거림을 여행지에서 느꼈다. 여러 날 동안 조금씩 읽어 낸 책이라서 여행지까지 짊어지고 갔고, 소위 문학소녀였던 과거의 빛바랜 기억들이 무색해져 버린 회한을 담아낸 책이기도 했다.

시는 이렇다.     비료지기                    /아버지하고 / 동장네 집에 가서 / 비료를 지고 오는데 / 하도 무거워서 / 눈물이 나왔다. / 오다가 쉬는데 / 아이들이 장교 비료 지고 간다 / 한다. / 내가 제비 보고 / 제비야, / 비료 져다 우리 집에 / 갖다 다오 하니 / 아무 말 안 한다. / 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고 / 나는 슬픈 생각이 났다. /

  삶의 감당할 수 없는 무게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맨 몸으로 걷기에도 무리일 것 같은 그 먼 길을 비료를 지고 가는 초등 3학년 아동의 모습과 그의 삶의 무게가 뒷목을 뻑뻑하게 만든다. 몸으로 감당할 수 밖에 없는 삶을 곁에 놓고 정신이 어떠하다느니, 피곤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자체가 사치로 느껴졌고 속이 울렁거렸다.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에게 더 많은 슬픔의 무게를 짐지워 주신다고 하는데 육체의 무게를 말하는 것으로는 생각지 않았었다. 슬픔의 몫으로 따진다면 겪어내야 할 정신적 불행의 무게일 거라고 짐작하였었는데 제비는 푸른 하늘 다 구경하는데 열살짜리 아이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아도 짊어져야 할 한 부대의 비료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고개가 그냥 떨어져 버릴 것 같고 그로 인해 삶이 슬픈 생각이 났다면, 정신과 육체가 비교의 대상이나 되겠는가. 나의 호사스런 생각과 사치가 너무 부끄러웠다.

  우리 문학을 좀더 치열하게 들여다 봐야 겠다는 생각이 또 들었다. 한 권의 문학기행을 뽑은 김훈과 박래부의 글이라면 우리 문학의 정수에 해당되는 작품이 선정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며, 스물다섯 명의 작가와 작품들이 소개된 것인데 그 중엔 읽어보지 않은 작품(장난감 도시, 변방에 우짖는 새, 에미, 아메리카, 소시민, 요한시집, 태평양)도 여럿 있고,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작가(요한시집의 저자인 장용학같은)도 있었다.

  난 왜 이렇게 제대로 해내는 것이 적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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