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를 잘 마치고 돌아온 큰 아들은 복학을 준비하는데, 내일 입대를 앞둔 막내 아들은 "가기 싫어!" 단 한마디로 아까운 청춘을 비치고는 돌아눕는다. 자신의 책을 다 모아서 두고 책상도 깨끗하게 치우고 정리를 하며 인생의 한 시기를 접어두었다. 사춘기를 통과하면서부터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자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나름대로 치열하게 준비했던 막내는 홀로, 당당하게 홀로 서서 입대를 준비를 하고 있다.
한 해 중에서는 가장 더디게 지나가는 일월 한달이 어느새 훌쩍 지나버렸다. 보충수업을 하느라 거의 학교에서 보낸 시간이 대부분이고 삶의 새로운 방식의 하나가 된, 이젠 익숙한 환경인데도 진절머리가 나려고 한다. 재충전의 시간들을 자주 보내야 하는데 말이다. 읽어야 할 책들은 쌓이고 하고 싶은 욕심들은 자꾸 늘어나고....." 몸은 그런 나의 욕심을 채우기에 허걱대고....." 길게 이렇게 보낼 수는 없으리라.
현명하게 산다는 것은 적절한 선에서의 균형을 마추는 일이 아닐까? 꼭 해야 할 것들과 버려도 좋은 것들을 구분하고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맛보면서 욕심을 죽이는 태도, 나보다는 남에게 필요한 삶의 환경을 만들어 보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이 그로 인해 기쁨을 누리는 것, 내게는 언제나 가능한 삶의 모습일까?
역사 논문들과 근현대사 강의 그리고 토지와 불멸의 이순신과 다시 읽고 싶은 지리산 등등의 책들이 어지럽게 널려있고 방학은 한달도 안남은 너무 짧은 시간들, 난 어떤 삶을 운용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