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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유홍준 지음 / 창비 / 199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평점을 주면서 망설이게 되는 책의 하나이다. 대체로 문화유산답사 내지는 설명을 하는 책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지지도가 높은 책임에 틀림없는데, 격하고 거친 글들이 눈에 걸리고 직설적인 작가의 어투가 거슬릴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역사를 전공한 탓일까?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도 아니고 행보가 느린 편도 아니다. 거개가 나의 발로 밟아보고 더듬어보고 눈으로 확인한 뒤에야 편안해 지는 마음으로 인하여 시간만 되면 가까운 곳으로부터 어디든지 돌아보고 더듬는 버릇이 있다. 그러니 나름대로의 식견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벌써 삼년쯤 되었나? 영주 부석사와 부근을 조사하면서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 서서"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함께 살펴보고 타이핑을 한 적이 있었다. 두 분의 글을 읽으면서 같은 문화재를 바라보고 적는 글이 어쩜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놀랍기도 하고 선동적인 글보다는 차분하고 우아한 글에 매료되어 거친 글을 더이상 보지 말아야 되겠다고 다짐하기도 하였었다.
의식적으로 꺼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디든 가려면 우선 손에 들어보고 한번씩 뒤적여 본 뒤에 웹 검색을 하고, 지도를 찾고, 자료를 수집하게 되니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비중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한동안 의식적이긴 하지만 교과서처럼 읽지않고 만화나 소설처럼 가볍게 스치고 지나갈 정도로 읽어냈다. 그랬더니만 이곳과 저곳이 섞여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고 내 눈도 네 눈도 아닌 이상한 기준이 서 버린 것이었다. 고정관념없이 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때는 언제나 가능할 것인지.....? 하나를 보더라도 깊이있게 이쪽 저쪽에서 자유롭고 한가하게 바라보며 싫증이 날때가지 들여다보는 내 습관도 내 속에서 섞여버려 번번이 어리버리한 감정이 전해졌다.
이번에는 군입대를 앞둔 아들과 추억만들기 여행을 하고자 경북지방을 찾았다. 정말 보여주고 싶었던 가장 아름다운 절집, 부석사를 찾아서 오랜 운전을 하고 숙박지가 백암온천이어서 그곳을 찾아 현동-봉화-영양-백암온천의 구비구비 돌아가는 산골짜기와 많이 쌓인 눈들의 잔치를 즐기고 다음날은 별 준비도 없이 옆동네 격인 안동을 찾았다. 청송, 진보방향으로 해서 안동을 찾아 임하댐을 보면서 다왔나 햇더니만 31km나 남았다는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그리고 도산서원 돌아보았는데 하루해가 다 지나버렸다. 오래 걸리는 시간으로 인해 질려하면서 해진 어둔 밤에 청량산과 낙동강을 지나면서 숙소인 백암온천으로 다시 오게 되었고 반복적인 행로로 인하여 오히려 경북의 오지마을들이 낯익은 풍경으로 다가왔다. 다음날은 울진으로 해서 동해바다의 맑고 깊은 물결과 탁트인 풍광으로 인해 환호성을 지르며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동해를 옆에 끼고 불영계곡으로 해서 울진과 현동을 넘고 영주를 지나쳐 문경 상주 보은에 이르는 숱한 길들을 연이어 달려왔다. 정말 힘든 운전이었고 옆에 앉았던 아들도 운전자 못지않게 힘든 견딤의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내 식의 시간운영을 포기하고 아들에게 맞춘 느슨한 여행이라서 볼거리에 대한 과감한 생략이 많았다. 결국 집에 돌아와 다시 펴든 책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3" 경북 북부 순례이다. 전에 없이 기록을 남기고 싶은 생각에 결국 책을 정리하면서 언제쯤 안동을 다시 보게 될 수 있을까 머리를 굴려보고 있다. 눈으로 차곡차곡 깊게 보더라도 기록이 없으면 결국 다 잊혀지게 됨을 느끼면서 오랫동안 멈추었던 기록의 작업을 다시 치밀하게 해볼까 생각중이다. 어느 하나에 얽매이는 것이 싫어서 버렸건만 결국은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것일까? 그리고 그럴라치면 이 책을 다시 잡게 되는 것일까?
주리적인 이기이원론의 퇴계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이 다행스러운 기회였음에 의미를 부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