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고분벽화 연구
전호태 지음 / 사계절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벽화가 없는 고구려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수많은 고분들이 말해주는 유물이나 훼파된 유적들 사이에서도 벽과 천장에 그려진 숱한 벽화들이 전해주는 그 풍부한 이야기들은 우리를 고구려 속에 살게 해주는 경이로운 세계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장례의식이란 산자와 죽은 자가 헤어지는 과정이며, 산자와 죽은 자의 세계 사이의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단절과 유대의 표현이다. 장례의식 중에는 구별될 수 밖에 없는 두 세계를 잇고자 하는 의지 속에 죽은 자가 살았던 세계와 살아야 할 세계의 모습이 노래와 춤, 놀이와 장식행위와 같은 장의 예술을 통해 집중적으로 표현된다. '고 밝히면서 '고분 벽화에는 그 무덤에 묻힌 자가 살던 세계, 살고 싶어하던 세계가 때로는 함께 때로는 어느 하나만이 선택적으로 그려지게 된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풍부한 도판과 상세한 설명이 독자의 이해를 쉽게 도우며, 동서양을 넘나드는 사후 세계관의 양태 속에서 불교가 들어오기 이전의 계세적 세계관과 수많은 풍속화의 현란한 모습들이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고 불교가 수용된 이후 내세관이 바뀌면서 벽화가 말하려는 내용도 바뀌는 점을 벽화속에서 추론하는 점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제1부의 생활풍속계 고분벽화의 전개와 계세적 세계환, 제2부의 장식 무늬계 고분 벽화의 등장과 전생적 내세관, 그리고 제 3부의 사신계 고분벽화와 선불 혼합적 내세관으로 구성된 방대한 분량의 이책은 죽은 자의 의식과 생각을 남은 벽화속에서 잘 찾아내고 있다.

  선택적으로 수용되고 전해지는 벽화의 내용을 살펴보면서 그들이 남기고자 원했던 것들은 무엇이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멋진 여행이었다. 아울러 경주박물관에서 진행되는 특별전을 보면서 고구려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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