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내게로 왔다 1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시가 내게로 왔다 1
김용택 지음 / 마음산책 / 200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른 나뭇가지 두어그루가 모이는 강가 혹은 바닷가에서 풍어의 깃발인지 아니면, 만장의 깃발을 날리며 배 한척이 흐릿하게 움직인다. '책을 읽읍시다'의 선정도서로 붙은 빨간 표식은 떠오르는 다른 세상의 해처럼 짙다. "시가 내게로 왔다"의 표지이다. 난 김용택이 사랑하는 시라는 부제만으로도 행복하게 첫 장을 열어본다. 섬진강을 생각하면 아이들처럼 살고 있는 김용택 선생님과 동네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고 진솔한 삶의 모습을 아름답게 드러내는 가난한, 그러나 건강한 모습들이 웃음처럼 번져온다.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내는 예술활동으로 살아있는 모습이 그대로 시속에서 건져지는 그분이 읽은 시들은 어찌나 건강하고 아름다운지...

  많은 시인들이 시를 모아 설명하고 또 시인을 소개하며 나름대로 시의 이해를 돕는데 그런 시집도 꽤 좋았다만, 이 시집은 한 시인의 삶과 생에 영향을 미치며 지금도 살아움직이는 시들을 수집한 이의 간결한 느낌으로 모아 놓았다. 이 책을 넘기면서 삶의 여유를 바라보는 내 모습도 꽤 좋다. 눈이 오지않는 이 겨울날, 경제가 무진장 어렵다는 오늘날, 그리고 내 삶의 희망과 미래가 투명하지 않은 이 시점에서 나는 시에게로 걸어가 보았다. 무작정 '시가 좋다'는 말을 하면서...

  울지마라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 비가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정호승  "수선화에게")  이건 하루에도 몇번씩 느껴보는 내 외로움이다. 하지만 하루에 한번씩만 마을로 내려오는 산그림자처럼 나머지의 시간들은 의연할 수 있음으로 해서 다른 시들을 읽고 다른 짓들을 하면서 살아간다. 잊혀질 만하면 겨우 한번씩 시를 들여다 보면서 "나는 시에게로 걸어갔다" 고 말한다. 시는 나를 알기나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