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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 : 책 ㅣ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크리스티아네 취른트 지음, 조우호 옮김 / 들녘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독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갖는 함정의 하나라면, '어지간한 책을 다 훑어보았다.'는 오만한 마음이 있다는 것일 게다. 교양(Bildung)에 이어 이 책을 오랫만에 들어보았는데, 이쯤이야 하면서 들었던 책 속에서, 전혀 낯설은 파트를 발견하고 "에궁!"하는 놀람을 느끼게 되었다.
추천의 말에서 밝힌 것처럼 "이 책의 가장 큰 공적은 독일 교양의 전통을 신성한 것으로 만들려는 열렬한 시도를 거부한다는 점이다. 크리스티아네 취른트는 이런 시도를 독일의 나쁜 유산으로 드러낸다. 그녀가 우리에게 말하는 저자들에 대한 경의는 그들을 이해한 데서 나오는 것이지 이해하지 못한 우상들에 대한 의례벅인 공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로써 그녀는 그들의 작품을 속물주의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하고 교양을 진정으로 민주적인 것으로 만든다. 그말은 그것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만든다는 뜻이다." 그리고 작가의 말대로 "정전은 문명에 대한 존경심을 가르치고, 문명이 파괴될 수 있음을 기억하게 한다"는 데에 동의한다. 정치나 경제는 역시 어려웠다. 책을 읽어도 책의 해설을 읽어도 어렵다. 컬트문학은 그 속에 들어있는 책들이 어려운 게 아니라 컬트문학이란 말이 어려웠다. 학교고전과 아동도서에 이르기까지 그녀 특유의 분류법도 새로왔고 중간중간 낯설을 책들의 소개에도 내 교양이 이만큼인가 싶은 반성이 되었다. 그리고 또 있다. 읽어냈던 책들은 아주 오래전의 희미한 기억으로 인하여 내게 구조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그녀의 읽어야 할 모든 책 속에 낯설게 끼어있었다.
"지식이 넘치는 가운데 지식이 모자라기도 한다. 이런 조합은 보통 '전문가 지식'이라는 표현으로 다루어지거나 아니면 '전문가 바보'로 비난 받는다. 그런 비난은 정당한 것이 아니다. 우리들은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사회에 살고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지식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문지식은 결코 문화작인 지식이 아니다....나는 이 책을 지식의 바다에서 방향을 찾으려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썼다. ...사람들이 읽는 모든 책은 개인적인 경험과 결합된 것이기는 하지만, 각자가 자기 자신을 위하여 발견해야 하는 세계의 일부이기도 하다. 이런 책들을 요약하는 것은 어떤 형태라도 프루스트언어의 아름다움과 제인 오스틴의 유머 또는 독서삼매의 경험이나 시대를 만들어냈던 이념과의 만남을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은 만약 당신이 원하는 내용들을 발견하기 위해 지식의 바다로 나아가고자 할 때 필요한 항해용 나침반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고 작가는 머리말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였지만 책장을, 두꺼운 책장을 덮으면서 나는 감격과 놀람의 한편에 좀더 치밀하게 그리고 사고의 과정을 끼워서 대물을 바라보는 나의 습관을 들여야 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무엇보다 기록의 습관을 많이 남길것. 이 모든 게 나에 대한 나의 다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