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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 조유전의 한국사 미스터리 - 발굴로 풀어본 살아 있는 우리 역사 이야기
조유전 이기환 지음 / 황금부엉이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왠지 신문이나 잡지의 호기심을 잔뜩 끌어안은 듯한 책표지와 제목, 그리고 각 장의 끝에 붙은 뒷이야기들은 언론쪽을 염두에 두고 써진 글임을 짙게 풍겨준다.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또 흥미롭게 책을 펼칠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는 일단 성공이라 할 수 있겠으나 고고학을 공부하였거나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라면 좀 짜증도 날 듯 하다. 아마도 이런 류의 책들은 일반인보다 고고학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사람이 주로 구입할 것이므로 어쩌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것은 아닐까?
나는 사실 가볍게 펼쳐들었다. 표지에 여러가지 유물을 산만하게 병치시킨 구성도 그렇지만 30개에 달하는 장마다 붙은 제목도 만만치 않게 기사제목처럼 눈길을 끌게 뽑았으니, 하루쯤 가볍게 들어서 털어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골라 본 책이다. 고고학자라고는 하지만 작가의 이름도 처음 들었으니까-비록 나의 무식과 과문탓이겠지만-나의 가벼움은 극에 달했다....
첫 장에서 신라의 성을 언급하면서 "화랑세기"의 입장에서 서술한 것도 미실의 이야기를 덧붙인것도 좀 껄끄럽게 느껴졌다. 이 책에 대한 진위논쟁이 뜨거웠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는지 모를 생각이 들었고, 이 부분은 고고학적 관점에서 편을 들어줄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가볍기만 한것은 아니었고 발굴성과에 따른 새로운 사실들이 간결하게 적혀있으면서도 객관성을 많이 유지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일본식 장고형 고분이라든가 궁예에 대한 새로운 평가, 그리고 해상왕 장보고를 민주주의자로 소개(옌닌의 글을 인용하였다지만,)하며 장좌리를 비롯한 완도 부근 지역의 발굴을 해야 한다는 의견등은 매우 참신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름은 없지만 역사를 사랑하는 숱한 사람들에 의해서 보존되고 세상에 알려져 역사를 풍부하게 한 사례들을 읽으면서 역사를 가르치는 자로써 매우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좀 안다는 기분으로 새로운 사실에 관심을 돌리지도 않은 채 이십년 쯤 살다보면 사실 아는 게 뭐가 있겠는가. 이쯤해서 이런 책을 통해서나마 나의 무지와 무식을 돌아보고 겸허하게 고대사를 바라보고 껴안을 수 있다면 참 다행이다 싶다. 좀더 가까이에서 작은 것들을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 가르쳐야 겠다는 다짐을 세우는 것으로 미안함을 대신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