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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사는 즐거움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법정 스님은 나이를 안 먹는 것 같다. 언제 쓴 글이든 읽어보면 늘 깊은 분위기와 감칠 맛을 느끼게 한다. 내가 이십대부터 스님의 글을 읽기 시작한 것 같은데 이제 오십줄을 바라보는- 사회학적으로 말해도 한세대가 훌쩍 지났건만 - 긴 시간 속에서도 어찌 글의 맛이 같게 느껴지는 것일까? 더구나 칠십이 넘은 할아버지가 쓴 글인데 30년 전쯤에 읽었던 젊은 시절의 글의 힘과 젊음이 똑같이 느껴진다. 내 주변을 돌아다 보면 칠십의 할아버지들은 생각이 그리 젊지는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산중에서 홀로 사는 즐거움을 누리다보니 그런 것일까?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의 산중생활과 소박한 풍경들, 거기서 빚어지는 삶의 단상들이 가볍게 터치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편이 찡하게 느껴지고 주변사람들에게 읽혀주고 싶은 글귀들이 자못 많아 타이핑을 해놓고 보니 뿌듯하다. "언제 어디서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그러면 그가 서 있는 자리마다 향기로운 꽃이 피어나리라" 임제 선사의 말씀이라고 전하는데, 내가 피운 나의 꽃은 어떤 향기가 날지, 아니 피어있기나 한 것인지 난 아직 모르겠다. 정채봉님을 그리며의 부제를 부친 '그대는 지금 어느 곳에 있는가'와 '영혼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가 가장 깊은 울림을 주었다. 옆의 사람들에게 읽어주면서 기도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의 하나가 된 나를 무심히 바라다 보았다. 가슴 찡하니 눈물 한자락이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아, 난 불교도는 아니다. 하지만 기도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고는 있다.)
나 자신에게는 엄격하리만큼 홀로 생각하며 사는 즐거움을 누리되 남에게는 따뜻한 가슴을 열어주면서 말없이 헌신할 것, 늘 원하면서도 잘 안되는 부분이다. 깊어가는 가을에 홀로 서서 외로움이나 그리움에 싸이기 보다는 주변을 바라보면서 손길을 내밀어 보아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