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간이 지날수록 살아가는 세상의 크기는 줄어들고 생각의 범위는 한없이 좁아지는 것 같다. 더구나 끈적거리는 더위속에 늘어져 있게 되면 조그마한 이 세상이나 세상살이에 대한 단 한줄기의 생각조차 훌훌 던져버리고 싶어진다. 이런 때 역설적으로 펴들면 좋은 책이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이다.
책의 제목으로만 보자면 어쩐지 인문학 그것도 역사에 관련한 책이려니 싶지만, 우주로부터 미세한 원자의 구성물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과학의 역사가 재미있게 쓰여져 있다.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우주로부터 시작되지만 그것은 원자를 해체하는 미세한 세계의 움직임과도 맞붙어 있는 느낌 - 완벽한 조화로 느껴진다. 이를테면, "원자들은 너무나 흔하면서도 꼭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원자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주가 반드시 작은 입자들로 가득 채워져야 한다거나 우리 존재의 바탕이 되는 빛과 중력을 비롯한 물리적 성질을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 사실은 우주 자체가 존재해야 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우주는 아주 오랜 기간동안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 동안에는 원자도 없었고, 원자들이 떠돌아 다닐 수 있는 공간도 없었다.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지구에서 생존한다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미묘한 일이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지구에 존재했던 수십억의 수십억에 이르는 생물종 중에서 99.99퍼센트는 더이상 우리와 함께 있지 않다. 이미 알고 있듯이, 지구에서의 삶은 지극히 짧은 순간에 불과하고, 놀라운 정도로 하찮은 것이다. 우리가, 생명을 탄생시키기도 잘 하지만, 멸종시키는 일에도 능숙한 지구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존재의 이상한 특징이다.(p.13)"
우주로부터 지구로 그리고 그속에서 살았거나 살고있는 생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지구를 살아있도록 존재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껏 우리가 누려왔던 놀랄만한 행운 이상의 인간의 노력이 필요함(하나 뿐인 지구, 하나의 실험)을 절절히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쉽게 읽히면서도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고 그리고 과학적 상식이라고 부르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해보게 하는 책 바로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주는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