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4
권명아 지음 / 책세상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에게 있어서 가족주의란 혈연중심의 이기적 심정으로 타파해야할 유산으로 생각되었다. 내 가족 내 집의 울타리를 먼저 생각하다보면 타자에 대한 높은 울타리를 치게 되고 논리성이라든지 합리적인 사고의 틀을 무시하는 원초적 본능으로 단단한 껍질을 만들어 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와 남편은 이런 생각을 토대로 7,80년대를 거침없이 살아왔다. 매사에 가족보다는 이웃과 사회를 먼저 생각한다며 자식에 대하여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배운자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사회에의 기여도가 전혀없이 곳곳에서 이기적인 집단들과 울타리들을 만나며 상처를 입고 자기 방어을 하기 시작한지 꽤 되었다. 하지만 가족의 울타리도 제대로 치지 못한 어줍잖은 인생을 살아왔다는 생각을 접기가 어려웠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오랫동안 괜찮다는 직장에서 맞벌이를 했으면서도 남들보다 십년은 더디게 집장만을 겨우 하였고, 자녀들을 위해서나 노후를 위한 적립을 제대로 못하여 늘 불안한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인생의 중반기에 들어서서 이런 나를 들여다 보면서 가족로망스를 부정하는 근대의 이야기나 서사를 생각한다는 것이 어떤 가치가 있는가 하는 회의를 많이 하였다. 내 가족만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가족을 향한 눈을 떼지않고 휴일이면 가족끼리 여행하고 재미있게 사는 사람들이 내심부러워 지기도 하면서 말이다.

여러 작가들의 소설을 바탕으로 가족의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읽는 맛이 여러 가지로 났다. 소설 속에서 들여다 보는 가족이란 이데올로기의 허구를 밝히고 실체에 접근해가는 저자의 관점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늦은 헌신과 충성(?)을 생각하는 중이다. 따뜻함이 필요할 때 돌아갈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물론 그것이 꼭 가족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 못하지만,,,,,'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의 오목이에게 내일을 여는 집의 가정을 주는 일이 여의치 않음은 부모된 자로서 내가 자기검증없이 가담한 가족이기주의 비판으로 내 자식에게 지운 짐의 무게 속에서 발견하게 될까 저으기 두렵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내일을 여는 집에서 발견되는 희망에 별로 긍정적인 것 같지도 않다만, 가족에 기대는 신화나 신비의 껍질을 죄다 벗기어 버린다 해도 기대고 싶은 언덕 하나쯤은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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