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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평점 :
신화학과 철학 그리고 종교 역사 등 인문학적 소양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제 비로소 책읽기에 들어선 내 아들은 코엘료의 '연금술사'야 말로 현재의 자기내면을 가장 잘 말해주는 정말 좋은 책이라고 어서 읽으라고 권하였다.
구입은 내가 했지만, 읽기는 아들이 먼저 마쳤고 나는 전공서적들을 뒤적이다가 늦으막히 읽어보았다. 동화같은 느낌, 그렇다고 어린왕자와는 느낌이 다르고 꽃들에게 희망을 혹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도 참 다르다. 만물정령사상(Animism)을 밑에다 깔고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순화로운 접촉이 눈에 띄며 연금술사를 통해서 자아를 찾아가는 양치기 산티아고의 이집트 여행은 뭐랄까 만화적인 요소가 무척 많이 눈에 띄었다. 단순성과 심리묘사가 거의 절제된 채로 사막이나 바람, 해와 같은 거대한 자연을 통해서 자아의 신화를 완성해가고, 그런 여정을 알려주는 작은 표지들은 사막의 뱀이나 풍뎅이 점쟁이의 예언, 양과의 무언의 대화속에서 꿈꾸는 반복적인 몽상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짧은 대화와 글속에서도 주옥같은 아포리즘이 줄줄이 박혀있다. 만화나 동화와는 매우 이질적인 요소이다.
일상사에 빠져있다는 의미는 반복을 통해 얻는 익숙함과 안정감을 얻었다는 뜻이다. 이 안정감이란 소홀히 해도되는 요소는 분명 아니다. 사회를 지속시키고 사람으로 하여금 살아갈 가치나 이유를 찾게 만드는 중요한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상사는 우리가 꿈꾸었던 것들을 접고서 현실에 안주하면서 다시말해 안정감을 선택하면서 동시에 지루함과 권태를 몰고온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새로운 여정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은, 권태를 물리치며 현재의 자신을 재해석하는 작업과 상충되는 것일까? 정말 모험만이 가치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산티아고는 재화를 찾아 그를 기다리는 여인에게로 돌아간다고 해서 자아를 정확하게 발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 소설에 그려진 모습으로는 분명 성공인데 마치 영화의 해피엔딩처럼 리얼리티가 부족해 보인다. 만일 그의 후반부의 인생을 그린다면? 이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실현된 자아는 이미 일상을 이루는 익숙한 상이되었으며, 인간의 욕구는 무한하기 때문에 산티아고의 삶은 젊은 시절 누렸던 꿈과 자아를 다시 발견하고자 원할 것이다. 자아란 분명 고정된 것이 아니며 유동적이고 발전적인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길을 잡아두는 매력이 많은 작품이다. 많은 독자들이 남긴 독후감을 보더라도 많이 읽혀지는 책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난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간결한 구성속에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듣고 말하는 아포리즘이 인상적이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리얼리티를 반영한 아포리즘을 쏟아놓고 있다면, 이 책은 종교나 철학쪽에 가까운 순수성을 확보하고 있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