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왕권과 교역
이성시 / 청년사 / 1999년 4월
평점 :
절판


역사학의 영역가운데 고대사의 부분은 가장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덜 타는 것으로 알고있었다. 전에 어떤 강의에서 '남북한이 통일되고 역사연구를 하게 된다면 어떤 부분이 가장 바람(?)을 안타고 진행되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고대사의 부분도 많은 영향을 탈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의외로 고대사를 답으로 말하였다. 하기야 같은 민족끼리인데 고대사를 바라보는 눈에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이성시의 동아시아의 왕권과 교역을 읽다보면 첫머리부터 이런 관점에 이의를 제기하게 된다. 우리가 살고있는 시대는 국민국가의 여러가지 한계가 드러나고 확실히 국가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국제화시대로 이행하고 있다. 때문에 고대사 연구도 서서히 일국사 연구에서 해방되어 진행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저자의 관점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역사학은 해석학이기 때문에 고대 동아시아사를 구축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로써 사료를 세부까지 철저하게 파헤치면서 조금씩 시야를 확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고대사의 영역에서는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참으로 크다. 생산못지않게 중요한 분야이다. 고대사의 세계 전체라고 할 수 있는 일본과 우리나라 중국의 관계를 살핌에 있어서 교역을 중심으로 살펴본다는 사실이 참 흥미로울 뿐 아니라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그것은 양국사 혹은 다국사를 다 살필수 있는 저자의 능력이나 역량과도 매우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때문이다. 이 저자의 경우는 일본과 한국의 사료를 살피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현실적 필요성에 의해 고대 역사상을 변형시킨 일본 근대사학에 대한 비판, 한나라의 대내외 정책에 대한 통일적 파악, 외교현상의 배후에 숨어있는 외교전략 읽어내기, 동아시아 세계라는 큰 틀 속에서 각국의 역사전개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야 등이 이책에서 돋보이는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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