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천야록 - 전3권 - 서남 동양학자료총서 003,004,005 서남동양학자료총서
황현 지음, 임형택 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김윤식의『음청사』와『속음청사』, 정교의 『대한계년사』가 손꼽히는 저술이다. 이들 모두 한국사료총서로서 『매천야록』과 더불어 정리, 공간된 바 있다. 양적으로만 따지면 『음청사』․『속음청사』와『대한계년사』는 『매천야록』에 비해서 큰 편이다. 그럼에도 역사의 증언서로서의 의미와 자료적인 이용도에 있어서는 『매천야록』에 도저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기록 주체의 날카로운 비판 정신, 비장한 인간 자세에 관련이 되는 것으로 생각된다.(12쪽)
   그는 죽음을 결행하면서 유언에 쓰기를 “나는 죽어야 할 의리는 없다. 다만 국가가 선비를 기른 지 오백년인데 나라가 망하는 날 몸을 바친 자가 한 명도 없다면 어찌 통석할 일이 아닌가! 나는 위로 하늘의 병이(秉彝 잡을 병, 떳떳할 이)의 아름다움과 아래로 평소 읽은 책의 의미를 저버릴 수 없다. 눈을 감고 영영 잠들면 참으로 쾌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충이란 도리는 군신의 관계를 맺었을 때 비로소 성립하는 개념이다. 이씨 왕조에 벼슬한 바 없었기에 이씨 왕조를 위해 죽어야 할 의리는 없다고 매천은 분명히 말한 것이다. 이 발언에 대해 당시 고루한 유자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없지 않았던 모양이다. 曺兢燮이 지은 「매천집중간서(梅泉集重刊序)」는 “지금 선생에 대해 논하는 자들이 ‘성리설을 좋아하지 않았다’ 혹은 ‘꼭 죽어야할 의리는 없다’한 것을 들어 말들을 한다.”고 소식의 일단은 전하고 있다. 그가 결행한 살신은 관념적인 충을 지키기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의지가 벌써 달랐다. 「절명시(絶命詩)」에서 이렇게 읊는다.
  鳥獸哀鳴海岳嚬 조수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오.
  槿花世界已沈淪 무궁화 이 세계는 망하고 말았구려!
  秋燈掩卷懷千古 등불 아래 책을 덮고 지난 역사 헤아리니
  難作人間識字人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되기 어렵기도 합니다.

요컨대 ‘글 아는 사람(識字人)’의 도리를 생각하며 고뇌한 것이다. 여기서 식자인이란 지식인과 동의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조국이 멸망하는 앞에서 죽음을 결행한 그 방식은 근대적인 지식인으로서의 행동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다. 기실 매천은 근대 전환기의 시대를 살았음에도 근대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하지 않았으며, 그는 죽음에 임해서까지 놓지 않았던 문필 또한 결코 근대적 양식을 접수해서 구사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식자인’으로서의 자각은 ‘사(士)’의 자각과 통하는바 자신이 처한 시대에 상응하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 것이다.(13-14쪽)
- 『매천야록』이 전통적인 ‘사’의 글쓰기 방식의 산물임에도 급변한 시대에서 낙후되지 않고 역사의 증언이 될 수 있었던 요인은 어디 있었을까? 일차적으로는 그 취재원에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요는 그것이 타자의 경험을 두루 수렴하고 계몽적 성격의 신간 서적과 신문에서 지식 정보를 속속들이 채용함으로써 내용이 풍부해지고 가치 있는 기록이 된 것이다. 바로 그렇기에 문제점이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측면을 언급해 두어야겠다. 먼저 타자의 경험에 의존한 데서 발생한 문제점을 보자. 하나는 그 자신이 교유한 인물들의 성향에 치우쳐진 점이다. 『매천야록』이 당파적 편견이 있다는 지적을 전부터 받아왔거니와 신분 계급적인 관점에서 따져볼 소지가 없지 않다. 또하나는 입으로 전하는 이야기가 걸리기 쉬운 착오와 왜곡이다. 정보의 확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전문에 의존하다 보니 오류가 없을 수 없는데 우리가 『매천야록』을 읽을 때 이런 점들은 감안하고 고려해서 읽어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다른 문제점으로 해외 기사는 대부분 단편적인 데 그치고, 국내 사건 소식도 소략하게 취급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취재원-그 때 신문의 보도 방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본다. (20쪽)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정말 많은 분량이기도 하였고 근현대사를 공부하는 이로서 반드시 읽어야 할 대단한 책이라고 생각하였기에... 현재의 입장에서 근대의 언저리를 둘러보면서 써야 한다는 것의 한계성이 여실히 드러난 책을 읽기엔 버검움이 있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해가 지나가기까지 다 읽어내지를 못하고 띠엄띠엄, 거북이의 걸음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책을 펴지 못하는 날들이 더 많았음도 또한 고백한다. 책장을 덮고보니, 위대한 영혼을 가진 위대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단점과 결함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시절 시골 변두리에서 신문에 의지해서 남길수 있는 작품으로는 그릇이 너무 크기에...

  역사를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의 행위에 숙연한 마음이 든다. 감사를 한다. 이런 어른이 있었다는 것에. 보수가 잘되어야 대한민국이 산다고 한다. 정말 보수진영에 있는 분들이 한번씩 읽었음 좋겠다. 좋은 보수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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