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만남을 가졌던 2003학년도가 어느새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네. 넉넉치 못한 마음으로 인하여 너희들에게 준 게 너무 적었고 받은 것만 너무 많은 듯 해서 미안함이 앞선다. 하지만 먼저 축하하는 것이 순서겠지? 너희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아련히 떠오르는 숱한 기억들, 수업시간 마다 잠자기를 밥먹듯 했던 모습, 늘 잘나오던 식당의 반찬에서 고기가 한끼라도 빠지면 풀만준다고 입을 내밀던 모습, 자율학습 시간에 집단상담하며 먹던 아이스크림, 앞날을 걱정하며 고민했던 여러 생각들, 생각과 실천의 간격으로 인해 고민하고 갈등했던 순간들, 지내놓고 보니 모두가 값지고 아름답구나.

학습반에서 열심히 공부했던 윤정이와 일서비, 유학길에 올랐을 한없이 맘이 좋은 한선이, 많이 고민하며 간호학원을 다닐 정순이, 혼자서 무궁무진하게 웹서핑을 통해 진로를 찾아내던 준형, 그리고 지도장으로 고생한 석일이, 중장의 많은 친구들 - 귀염둥이 혜진, 씩씩한 형선, 입을 잘 내밀었던 정배, 개과천선형 재훈, 금메달 따기를 빌었던 희창, 말없는 카리스마 왕서비, 열심히 도전하는 재철, 유연한 해피맨 정현, 많은 시합을 휩쓸면서 똘똘 뭉쳐다녔던 태권동자들 - 얌전한 미진, 상냥하고 활발한 달래, 재주많은 수지니, 얌전하게 내면을 바라보던 재영, 씩씩한 보혜 모두가 학교의 보배들이었다. 물론 개성이 강한 태영이, 순한 상일이, 기량이 좋은 힘맨 동우, 잠버릇 험한 요한, 매력적으로 웃던 윤범이도....."   학교 원숭이 막사를 짓느라 고생했던 레슬링의 혁창인 면허를 땄다고 자랑했지? 책읽기를 좋아했던 원석이도 여전하고? 졸업이 정말 어렵다고 실토했던 동욱인 요즘 전화가 없네.고민이 많은 정욱이랑 옆구리 터진 김밥 이영이랑 경남대에서 고생하고 있을 민국이 모두 수고가 많았다. 속도 많이 썩였지만, 너희들의 선량함과 귀여움을 알았기에 한해동안 너희들과 좋은 관계를 맺었던 듯 하다. 로울러의 승영이랑 경모도 재치있고 성실하게 고3을 마무리하였지? 상무에 간 동남이, 단거리의 현호, 고집먹통 동우, 그리고 우리반의 든든한 젠더 정연이 좀더 따뜻하고 세심한 눈길을 주었더라면 하는 후회가 앞서지만, 실업팀으로 대학으로 혹은 군대로 제 갈길을 잘 잡아 갔다고 생각을 한다.

남들은 한가하게 놀고 지낼 이 시기를 동계 강화로 땀흘리며 알차게 엮어나가고 있는 너희들을 생각하며 앞으로 우리가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든 이 인연을 귀히 여기자는 것, 그리고 삶이 어렵거나 힘들때엔 "비호대에서 흘린 땀방울"을 기억하자는 말로 맺을까 한다.

모두 모두 사랑한다. 선량하고 자신에 충실한 대한민국의 시민으로 성숙해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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