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과 중화학공업 박정희의 양날의 선택
김형아 지음, 신명주 옮김 / 일조각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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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박정희는 누구인가의 질문이 지적 토론으로 확대 발전되기는 커녕 불신과 증오심을 키우는 이분법적 논쟁으로 추락한 데에는 박정희가 건설한 경제가 단순히 과거가 아니라 현재라는 점이 작용했다(13쪽) 지도자의 역할에 대해서 올인 정치는 경제든 정치든 위기가 오면 박정희는 언제나 안전한 길이 아니라 위험한 길을 과감히 선택했다. 투자 재원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할 수만 있다면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도 베트남 전쟁 파병도 마다하지 않았고, 자본 축적의 동력을 되살릴수만 있다면 시장경제 원칙에 역행하는 8.3조치도 중화학공업화도 밀어붙였다. 물론 이는 반대를 침묵시키는 강권정치를 통해서 가능했다. 왜 이런 올인 전략을 구상했는가 그는 죽기 전에 한국을 제2의 일본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에서부터 출발했다고 진단하였다(15쪽)  행위자와 구조의 관계에서는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내는 과정에서 금권정치 지역대결 노동탄압 부실은행 중복투자의 함정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고려대학교에서 실시된 조사에서 학생들이 김구와 테레사 수녀에 이어 박정희를 후손을 위해 복제하고 싶은 세 번째 인물로 뽑았다는 사실이 아연하였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속에서 개인 영웅주의에 입각한 대중적 신드롬으로 진단하기에는 좀 찝찝한 마음이 이 책을 들게 했을 것이다. 경제 제일주의가 추구되는 시점에서도 정치적 민주 사회적 평등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이며 이슈이다. 나는 편향된 책읽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이 책을 끝까지 읽었다.

박정희와 오원철, 김정렴이라는 중화학공업화 3두정치는 국가 주도 중화학공업화의 모든 측면에서 "밀어붙여!"라는 보다 극단적인 형태의 국가주의적 접근을 실행했다. 중화학공업화 정책은 또한 국가적 이익과 미국으로부터의 불간섭 고수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반미감정이라는 군중심리를 이용했고 미국자본에 크게 의존하여 북한의 공업 군사 정책과 경쟁하고 있었다(293쪽)는 사실과 중화학공업화가 유신이고 유신이 중화학공업화라는 것이 쓰라린 진실이라고...한국이 중화학공업화에 성공한 것은 박 대통령이 중화학공업화가 계획한 대로 정확하게 시행되도록 국가를 훈련시켰기 때문이다. 유신이 없었다면 대통령은 그런 식으로 국가를 훈련시킬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무시하는 것은 비양심적이다.(294쪽)라는 오원철의 인터뷰

미국에서 유학하고 온 재정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제기획원과는 달리 상공부 테크노크라트들은 미시경제적 접근을 택해 공업화의 국가 계획 및 운영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들은 실용적 개혁주의자로 방위산업중심의 급속한 공업화를 이끌어갔다.(오원철, 청와대 비서실)  그들의 국가 개발방식은 철저히 국가주의적, 권위주의적이었고 경제 민족주의에 상당히 의존했다. 그들은 개인의 자유나 정부의 민주적 절차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박정희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국가의 부와 힘을 창출하는 것을 최대의 절대적인 목표로 삼았다.(314쪽)

  박정희의 독재는 청렴한 독재 혹은 선의의 군국주의였다(321쪽)

 어떤 판단보다는 일단 더 생각하고 다른 책 읽기를 해볼 작정이다. 뭐라 말하기 어렵다. 더구나 그의 잔재는 시퍼렇게 살아서 아니 다음의 한국을 짊어지려고 한다. 더 지나봐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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