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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하느님
조정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진 한 장으로 남아있는 - 노르망디 유타해변에서 다른 세명의 동양인과 함께 미군에 맨 처음 투항했다고 전해지는 동방대대 출신 - 이 독일병사에 대해 미국의 한 전쟁사학자는 건조한 어조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이 남자는 일본군으로 징집되었다. 1939년 만주 국경 분쟁 당시 소련군에 붙잡혀 붉은 군대에 징집되었다. 1939년 만주 국경 분쟁 당시 소련군에 붙잡혀 붉은 군대에 편입되었다. 그는 다시 독일군 포로가 되어 대서양 방어선을 건설하는 데 강제 투입되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때 다시 미군의 포로가 되었다. 포로로 붙잡혔을 당시 아무도 그가 사용하는 언어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는 한국인으로 밝혀졌으며, 미 정보부대에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 했다.(221쪽 해설)
양경종이란 실존인물의 이야기는 조정래의 눈을 빌어 아리랑 후반부의 일제 말기란 시대적 배경을 서사적 출발점으로 삼고 그려진다. 소작농의 아들로 국민학교를 졸업한 신길만은 가족의 안위를 위해 자원병으로 입대하여 관동군에 배속되고 몽골지대에서 소련군의 포로가 되고 귀향을 위하여 소련군으로 들어갔다가 독일전선에 배치되어 다시 독일군의 포로가 되고 살아남기 위해 노동부대로 모진 고난을 받다가 미군의 포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영원한 우방이라 믿는 미국은 자국의 이해관계를 앞세우며 소련군으로 넘긴다. 그리고 스탈린은 전쟁에서 포로로 송환된 자들을 학살하고...
대하소설에 익숙한 조정래님의 한권으로 이루어진 장편소설을 읽자니 골격만 건진듯한 건조함이 느껴져서 인간이 갖는 비열함이 더 잔혹스러웠다. 식민지 현실에서 그의 목숨을 구한 어머니와 아버지의 목소리 - "호랑이한테 열두 번 몰려가도 정신만 채리면 살아난다.", "총알 피해댕겨라" - 가 현실감있게 다가오고 한 개인이 역사성 앞에 설수 있는 자리가 과연 어디일까 의구심이 많이 들었다.
머리가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