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 가자고요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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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작가정신의 신간을 미리 읽어볼 수 있는 '작정단 2기'에 선정되고 나서 처음 받은 책이다. 한국 소설을 외국 소설보다 자주 읽는 편이지만 아직 깊이가 한참 얕은 탓에, 책을 받아볼 때만 해도 김종광 작가의 책은 이름도 글도 낯설었다. 허나 걱정이 무색할만큼 웃음을 머금고 재밌게 읽었다. '김유정의 반어, 채만식의 풍자, 이문구의 능청스런 입담을 갖춘 작가'라는 평에 공감하는 바다.


 <놀러 가자고요>는 김종광 작가가 8년 만에 출간하는 연작 소설집으로, 2011년에서 2017년까지 잡지 지면에 발표했던 소설들 중 9편을 수록했다. 단편의 배경 대부분이 작가가 실제 나고 자란 백호리 '범골'을 무대로 했기 때문에, 농촌소설의 카테고리에 넣을 수 있겠다. '노인과 아이'의 상반된 캐릭터성을 보여주며 소설집의 시작을 열고 끝을 마무리하는 [장기호랑이], [아홉 살배기의 한숨]을 제외한 모든 단편의 주인공은 농촌 '범골'의 삶과 문제에 직접 맞닿아있는 노인, (그나마 노인축에 안 드는) 지긋한 어른, 서울에서 제 한몸 살 곳 못 찾고 귀향한 젊은이다. 그들이 구수한 사투리와 담백한 말투로 혼자 투덜거리거나, 서로 이야기하며 쏟아내는 말 속에 작가는 넷바둑, 스카이라이프, 스마트폰 등의 소재를 집어 넣어 시대 변화를 표현한다. 또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세월호 침몰 사고, 천안함 피격사건 외 실제 역사적 사건들을 언급하여 에피소드의 결을 풍성하게 만들고 농촌의 모습을 실감나게 살린다.


 책에 덧붙여진 노태훈 문학평론가의 작품 해설 '무방비로 방심하게 만드는'을 보면, 평론가는 이런 말을 한다. '말년의 삶과 농촌이라는 공간이 드러내는 독특한 정서는 회한과 체념의 중간 정도에서 묘한 활력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흔히 연륜이라고 일컫는, 생을 통해 축적된 온갖 경험의 끝자락에 이르러야만 가능할 것이다. 삶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자리는 쓸쓸하지만 그 곁을 지키고 있는 여러 사람을 통해 그들은 때때로 편안해진다.'라고. 난 여기서 '회한과 체념의 중간 정도에서 묘한 활력을 보여준다'는 말만큼 이 책을 정확히 표현한 말이 또 있을까 싶었다. '자식이 자랑할 만큼 되기가 겁나 힘든 거'라고 인정하고, 언제까지 농사일을 할 수 있으려나 싶어 농기계에 돈쓰기 아까워하고, 똥파리가 사는 것마냥 윙윙대는 것 같아도 도통 깜깜절벽이니 보청기를 끼고 마는 '회한'과 '체념'. 허나, "놀러 가자고요" 말하며 전화 주는 노인회장 김사또 조강지처 오지랖이 있고, 논 백 마지기 김백논에서 마이카 시대의 시류를 탄 김견인까지 특징대로 불리는 별명부자가 있고, 서너 입 이상 모이기만 하면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제외한 온 동네 사람을 골라 짚단처럼 엮어내 돌려대는 뒷담화 콤바인이 있는 '묘한 활력'. 당장 앞집 이웃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취미와 특징을 가졌는지 전혀 모르고 사는 대도시의 일원으로서 '범골'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속감과 생생한 동질감이 부러울 지경이었다.


 범골의 역사를 뒤적여볼 수 있는 단편 [『범골사』 해설], 범골의 캐릭터 강한 인물들이 톡톡 튀는 단편 [범골달인 열전], 노인회장 마누라의 고충을 엿볼 수 있는 표제작 [놀러 가자고요]도 재밌었지만, 가장 재밌게 읽은 단편은 첫 번째로 등장한 [장기호랑이]다. 열 한살을 눈앞에 둔 어린이가 노인네들만 득시글한 장기에 빠져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는데, 이 어린이가 훈수 두는 노인들과 만나 설전을 벌이고 난동을 피우는 장면이 백미다. 낄낄 웃음 터뜨리면서 읽었다. 가장 웃겼던 장면들을 사진으로 첨부하고 말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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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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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홍보문구에도 적혀있듯이 미야모토 테루는 서정적인 문학 세계로 유명한 일본 작가다. 나 역시 그의 대표작 <환상의 빛>으로 미야모토 테루의 세계를 맛본 적이 있다. 그랬기에 망설임없이 집어든 2018년도 신작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나는 안산시에서 현재 진행중인 지역서점 바로대출을 통해 빌려 보았다.


 주인공 '오바타 겐야'는 일본 여행 중 지병으로 죽은 고모의 사후처리를 맡게 된다. 겐야의 고모 '기쿠에'는 오래 전 미국인 남편과 사별하고 자식없이 홀로 캘리포니아주 팔로스버디스 반도에서 살고 있었기에, 서로 사이가 나쁜 겐야의 아버지를 제외하면 가장 가까운 가족은 겐야가 유일하다. 겐야는 사후처리 중에 기쿠에 고모의 고문 변호사 '수잔 모리'로부터 겐야 앞으로 400억 원이 넘는 고모의 유산이 상속될 것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더불어 고모가 숨겨왔던 그간의 비밀까지 알게 된다. 그건 바로, 여섯 살에 백혈병으로 죽었다고 알려졌던 고모의 딸 '레일라 요코 올컷'이 실종 사건으로 인해 행방불명되었다는 것. 겐야는 고치기 전 유언장에 혹여 딸을 찾게 되면 유산의 30퍼센트를 주었으면 좋겠다는 기쿠에의 첨언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레일라의 실종 사건을 파헤쳐 보기로 한다. 수잔 모리로부터 소개 받은 사립탐정 '니코'는 겐야로부터 전해받은 올컷가 대저택의 힌트를 기반으로 묵혀있던 실종 사건 수사에 착수한다.


 의외의 스토리였다. <환상의 빛>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나는 이 책 역시 어떤 상실의 사건이 펼쳐지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인간의 의지와 슬픔이 담긴 흔한 장편소설을 예상했다. 의자에 앉아 멀거니 어딘가를 바라보는 여인의 뒷모습이 그려진 책 표지도 의심할 여지없이 단조로워 보였다. 소재는 '연애'나 '가족'쯤 되려나 싶었다. 하지만, 소설은 느닷없이 추리극의 형태를 띠며 전개됐고, 기쿠에가 과연 자살이었을까 의문을 제기하며 기쿠에가 일부러 남긴 것처럼 보이는 레일라의 행방에 관한 힌트를 해석해간다. 결과적으로, 레일라는 '멜리사'라는 이름으로 살아 있었고 실종 사건은 레일라에게 흑심을 품고 성적인 접촉을 하는 아버지 이언으로부터 레일라를 보호하기 위해 기쿠에가 만든 가장극이었다. 기쿠에가 일본에서 갑작스럽게 맞이한 죽음은 정말 자살이 아닌 지병에 의한 것이었지만, 기쿠에는 자신이 숨겨온 비밀에 대한 두려움을 늘 품고 있었고 조카 겐야에게 레일라의 진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줄곧 단서를 준비해왔던 것이다. 모든 진실은 기쿠에 고모의 노트북을 통해 교코의 존재를 알게 된 겐야가 니코와 함께 레일라의 생사를 알아낸 뒤, '교코'와 '케빈'에게 연락을 취하면서 밝혀진다. 교코 매클라우드와 케빈 매클라우드는 레일라를 지키기 위한 기쿠에의 뜻에 가담하고 비밀을 엄수해온 지난 날을 겐야에게 털어놓는다. 기쿠에가 레일라를 그리워하며 가꾼 서른 세개의 거베라 화분과 능소화 등속의 꽃과 자카란다 나무, 덩굴장미 시렁이 가득한 정원에서 말이다. (물론, 기쿠에가 이언 몰래 유괴극을 꾸몄다는 것이 밝혀졌을 때쯤 어쩌면 이언이 레일라에게 성적으로 못된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예측하긴 했다. 줄곧 신사적이고 조용하고 좋은 남편 모습으로 묘사됐던 이언이 진짜로 끔찍한 일을 벌였다고 하니 더욱 놀랐던 것뿐.)


 400억원이 넘는 유산을 상속받게 된 오바타 겐야가 부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허나,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들 허탈할 정도로 선량하다. 겐야는 고모의 어마어마한 유산을 오히려 '불쾌한 기운'으로 여긴다. 고모의 유산을 온전히 자신의 물건으로 취하려는 마음을 애초부터 갖질 않는다. 그는 다만 '기쿠에의 따뜻한 마음'을 랜초팔로스버디스에 이어가기로 결심한다. 기쿠가 남긴 수프 레시피로 수프 사업을 벌이고 랜초팔로스버디스에 1호점을 세우기로 계획한 것이다. 그 계획에는 레일라의 생사를 알려준 사립탐정 니코가 직원으로 있고(그 역시 혹여나 협박을 걱정했던 겐야의 의심이 무색할 정도로 사립탐정으로서 맡은 일만 끝마칠 뿐이다.), 애연가들을 위한 카페를 꾸려가고 있는 여인 제시카가 조언가로 있다. 겐야의 사업 계획 한편에는, 제시카에게 끌리는 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앞으로 그녀에게 고백할 계획도 함께 놓여 있다. 미국에서 터를 잡기 위해 준비하는 겐야의 모습은 랜초팔로스버디스에 기쿠에가 남긴 유산과 삶, 그녀가 한때 인생을 걸고 펼쳤던 모험 모두를 받아들이고 자신이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모든 일(멜리사가 자신의 실제 부모를 알게 되고, 겐야에게 유산을 청하는 것과 같은 일)과 위험을 관리해나가겠다는 다짐으로 보였다.


 레일라의 실종 사건에 관한 거대한 진실과는 동떨어진 한적한 결말이 신기할 정도다. 읽으면서, 미야모토 테루는 처음부터 이런 걸 쓰고 싶어서 펜을 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막대한 유산과 랜초팔로스버디스의 압도적인 풍경에도 불구하고 악의를 품지 않는 인물들, 그저 아름다울 뿐인 연보라빛 자카란다 꽃나무와 거베라 화분, 능소화. 전반적으로 무난하고 따뜻한 소설이다. 교코에게 보낸 기쿠에의 편지 중에 나온 말 한 마디, '그녀의 묘석으로 살기로 결심했다'는 문장이 깊게 남는다.


 그러나 뜨악했던 부분이 딱 한 군데 있다. 교코가 겐야에게 진실을 말해주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던 중에 나온 부분이다. 이언이 레일라의 하복부 어딘가를 만지고 있는 것 같은 장면을 목격한 이후 기쿠에는 레일라의 신변을 걱정하면서 '유괴 가장극'을 계획하고 이를 교코와 함께 나누는데, 이렇게 덧붙인다. 여자로서 레일라에 대한 질투심이 생겨날 것 같은 공포가 있다고, 역겨운 걸 알지만 사실이라고. 아무리 소설 속 캐릭터가 한 말이지만, 나는 이 말이 정말 정말 역겹다고 생각한다. 남성 성기를 소유하기 위해 여성들이 서로 싸운다는 프로이트의 고리짝 이론에서나 나올 법한 말인데, 마침 작가가 일본의 남성 작가니 의심가는 대목이 아닐 수가 없다. 여성 작가가 같은 소재로 이야기를 써도 이런 대사를 썼을까? 레일라가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고,(레일라는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지만, 이언이 집에 오면 본능적으로 타월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이는 피해자 스스로 방어기제를 펼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는 의미다.) 그 낌새를 어머니가 알아차렸다면 느끼게 되는 것은 오직 '공포' 뿐일 것이다. 수많은 감정이 공포라는 이름으로 묶일 수 있을 뿐, 그 안에 남편을 혼자서 갖지 못한다는 '질투심'이 섞여있다는 가정은 오직 남성 작가만이 상상 가능한 판타지다. 읽는 내내 무난한 별점 4점짜리 소설이라고 여겼지만, 이 부분이 실망스러워 반점 깎은 별점 세개 반 정도의 소설이라고 평한다. 



가스 불에 그 편지를 태우며 기쿠에 씨는 정말 강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편지의 맨 마지막 부분에 추신으로, 레일라는 4월 5일에 죽는다, 나는 레일라 묘의 묘석으로 살겠다, 라고 쓰여 있었거든요. 그 의미를 저는 조금 전 겐야 씨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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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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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진의 영화평을 보면서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구나 느낀 적은 있었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그가 솔직하게 언급하는 '지적허영심을 향한 욕구', '넓이에 대한 욕구' 역시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물론 그런 욕구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간'이 되고 싶은 누구에게나 있는 욕구겠지만, 이동진이 이 책에서 '내가 말로 표현하고 싶지만 어휘가 부족해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그 욕구!'를 딱 꼬집어 설명해줬다. 후련할 정도였다. 따라서 더욱 공감하면서 읽었던 책이다.


 이동진이 행하고 있는 초병렬 독서는 간편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도 실행하는 독서법이다. 우선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일 수 있고 끊임없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다. 지금도 내 침대 머리맡에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최근에 구매한 책, 책장에 처박아 두고 여태 안 읽었단 생각에 끌려나온 책 이십여권이 섞인 채 놓여 있다. 물론, 이 책들을 다 읽진 않고 이중에 두 세권을 선정해서 완독한다. 하지만, 내가 선정할 다음 책이 어떤 책이 될 지는 철저히 내 기분에 따른 것이라 나조차도 알 수 없다는 즐거움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독서법을 되돌아봤다. 반성했던 부분은, '한 분야에 편중해서 읽지 말기 : 나의 경우에는 소설', '어려운 책을 읽는 과정이 길다고 아까워하지 말기 : 책을 읽는 긴 시간도 독서의 일부분이며 긴 시간만큼 값어치 있는 책이라는 의미이니까', '책의 간접경험을 하대하지 말기 : 되레 직접경험보다 삶의 문제를 예리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일수도 있으니까', '이 책에서 무엇을 얻었나 고민하지 말기 : 독서에서 중요한 것은 책으로 인한 나의 변화가 아니라 책과 나 사이 어딘가에서 발생하는 경험 그 자체이니까', '책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초조해하지 말기 : 필요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기억이 나기 마련이니까' 이 정도였다. 이동진의 말에서 얻은 몇 가지 위대한 깨달음이 있었다.


 이동진은 이 책에서 '행복한 사람은 습관이 좋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한다. '내가 행복이라고 느끼는 소소함이 반복될수록 행복을 느끼는 빈도도 잦아져 종국에 행복한 사람이 된다'는 논리였는데, 일회적인 쾌락과 구분지어 말하는 부분이 특히 인상깊었다. 이 책을 읽을 당시에 나는 퇴사하기 전인지라 회사 생활에 지친 상태였다. 내 인생을 완전히 확 바꿀 수는 있는 특별한 여행이나 짜릿한 경험이 없을까 목마름을 느꼈다. 즉, '일회적 쾌락'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서야 새삼, 내가 책과 영화에서 얻었던 일상적인 행복은 놓치고 살고 있었구나 인지했다. 가까이 있는 소중한 것을 깨치지 못하고 멀리 있는 것만 바라면서 살고 있었다니. 이 얼마나 책 혹은 영화 속 주인공 같은 대사인가. 책과 영화에 관한 뚜렷한 취향과 완고한 세계를 가진 나는 습관이 좋은 사람이다. 고로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동진의 추천 도서 500권이 부록처럼 곁들어져 있는데 이 추천 도서들이 분야별로 나누어져 있지 않고 주제 별로 나누어져 있어 좋았다. (추천 도서 부록은 내가 이 책을 산 궁극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고전으로 언급되는 유명한 책들은 비교적 걸러놔서 이 부록 덕분에 새로운 책들을 많이 접할 기회를 얻을 것 같다. 책 고를 때 참고로 요긴하게 써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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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동물학교 1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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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고양이 낸시>의 작가라 그런지 따뜻한 힐링물이다! 이번에도 동물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친구들의 우정과 배려, 유대를 보여주는데, 작가가 이 캐릭터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내게도 덩달아 전달되어 보고 나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전작 <고양이 낸시>에서는 고양이와 쥐가 등장했다면, 이번에는 강아지, 고양이, 하이에나, 고슴도치 등 사람들의 반려동물로 키워지는 다수의 동물들이 등장한다. 순위를 매길 수 없을만큼 다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에피소드 중에는, 주인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항상 입마개를 하고 다니는 비스콧에게 카마라와 머루가 상처어린 진실 대신 더 행복한 나날을 만들어주고자 노력하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중에 꼭 더 행복해질 거야’라고 달래는 카마라의 말에 눈물까지 핑 돌았다. 2권 빨리 나왔으면!


 웹툰 <환생동물학교>는 현재 네이버 만화에서 절찬리에 연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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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쉬고 있는 김에 독서록도 쓰고 서재와 블로그도 관리하면서 서평단 이벤트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데 운좋게 몇 번 기회를 얻었다. 그 책들을 정리해둔다.

 

 

 서평단 스타트를 끊은 책은 위즈덤하우스의 신간 <프랑스 남자의 사랑>. 프랑스의 유명 석학 에릭 오르세나의 신간으로 같은 해 같은 달 이틀 차이로 이혼한 아들과 아버지가 가문에 깃든 '사랑에 실패하는 유전자'에 의문을 품는 유머 넘치는 장편소설이다. 나에겐 에릭 오르세나의 첫 책이었는데, 처음에는 그의 문체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한번 익숙해지는 순간 술술 넘어가는 에릭 오르세나의 유려하고 재치 넘치는 문체가 이 책의 특징이다.

















 다음은 문학동네의 신간 <밤의 동물원>이다. 2017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최고의 범죄소설, 2016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화제작으로 꼽힌 진 필립스의 장편 범죄소설이다. 무장괴한의 침입으로 아이와 동물원에 갇힌 엄마가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생존의 사투를 담고 있다. 가장 근래에 완독한 책인데, 무난하게 재밌는 액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묘사와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이제 택배는 받았으나 아직 뜯지 못한 책 두 권, 민음사 출판사의 요시모토 바나나 소설 <서커스 나이트>와 작가정신 출판사의 김종광 소설집 <놀러 가자고요>를 보자. 민음북클럽 회원에게 한해 진행하는 서평 프로그램에서 매달 첫번째 독자를 선정하는데 난 5월 달의 책 중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간 <서커스 나이트>의 첫번째 독자가 되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번 책에서도 요시모토 바나나가 좋아하는 소재인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 소녀, 오컬트적인 요소가 역시 돋보인다. 출판사 서평에서 가져온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시부모님 집의 2층에서 어린 딸 미치루와 나름 평온하게 지내고 있는 사야카. 성인이 될 때까지 자유롭게 발리에서 성장했던 그녀지만 뜬금없이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한 지인으로부터 아이를 낳아 달라는 엉뚱한 부탁을 수락하여 일본에 머물고 있다. 그런 사야카는 남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일명 사이코메트리다. 


어느 날, 평온한 일상을 깨는 기묘한 편지가 도착한다. 댁의 마당에 소중한 무언가가 묻혀 있으니 조금 파내도 되겠느냐는. 더 놀라운 것은 편지를 보낸 사람이 사야카의 옛 연인 이치로라는 것. 사야카는 몰래 마당의 흙을 파 히비스커스 나무 아래 있는 꾸러미 하나를 발견한다. 풀어보니 작은 뼛조각이 소중하게 감싸여 있다. 재능을 발휘해 뼈에게 말을 걸어 본다.


기꺼이 가족이 되어 준 사야카를 마치 친딸처럼 돌보는 시어머니와 이제는 세상에 없는 전 남편 사토루가 남긴 아름다운 추억 속에 안온하게 있던 사야카. 어느 날 그녀의 인생에 옛 연인 이치로가 나타나면서 인생의 다음 단계가 조심스럽게 시작되려 한다. 과연 뼈에 얽힌 사연은 무엇일까. 이치로는 이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내게 있어서는 벌써 열 두번째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이라 기대가 된다. 그간 읽어온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처럼 따뜻한 위로와 사람 사이의 유대, 힐링이 있는 소설일 거라 짐작해본다.



 마지막으로 7: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작정단 2기! 자격으로 받은 작가정신의 책 <놀러 가자고요>. 김종광 작가가 8년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으로, 농촌을 주된 배경으로 삼은 단편들을 엮었다. 교보문고 책 소개에서 아래 글을 따왔다.


 표제작 [놀러가자고요]를비롯해 [『범골사』해설], [범골달인열전], [김사또], [봇도랑치기] 등 『놀러가자고요』 속 작품들은 대체로 김종광이 나고 자란 백호리 ‘범골’이라는 농촌 마을을 주된 배경으로 한다. 김종광이 그려내는 농촌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 소위 ‘어르신’이라 불리는 노인들의 모습은 결코 쓸쓸하거나 쇠락한 느낌이 아니다. 농촌은 적당한 체념과 적당한 욕망이 공존하고 딱 그만큼의 활기와 갈등과 긴장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그려지는데, 바로 이곳에 ‘진짜 어른들의 세계’가 있음을 김종광은 믿는다. 그리고 세계는 봇도랑 치기처럼 힘과 기술이 아니라 생의 요령과 끈기 같은 것을 필요로 하는 곳임을 환기시킨다. 오랜 세월을 견디며 체득한 냉철한 현실인식과 낙관, 지혜와 여유. 살다 보면 놀러 가듯 가볍고 흥에 겨운 발걸음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김종광은 일깨운다. 세상을 다 안다고 확신하는 ‘꼰대’가 아니라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저절로 앎의 경지에 이른 ‘진짜 어른들’의 세계를, 그들의 역사를 김종광이 끈덕지게 되새김하고 기록하는 이유다.


 요즘 트렌드로 자리잡은 귀농 힐링, 소확행의 주제를 엿볼 수 있는 책으로 보인다. 작정단 2기 활동은 9월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약 3개월 동안 서평단 자격으로 좋은 책들을 미리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 같다. 아직 못 읽은 책들을 읽을 생각에도 신이 나고 미래에 만날 책들을 상상하니 그것 때문에도 벌써 신이 난다.



 퇴사는 최고야. (비록 돈이 떨어져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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