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쉬고 있는 김에 독서록도 쓰고 서재와 블로그도 관리하면서 서평단 이벤트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데 운좋게 몇 번 기회를 얻었다. 그 책들을 정리해둔다.
서평단 스타트를 끊은 책은 위즈덤하우스의 신간 <프랑스 남자의 사랑>. 프랑스의 유명 석학 에릭 오르세나의 신간으로 같은 해 같은 달 이틀 차이로 이혼한 아들과 아버지가 가문에 깃든 '사랑에 실패하는 유전자'에 의문을 품는 유머 넘치는 장편소설이다. 나에겐 에릭 오르세나의 첫 책이었는데, 처음에는 그의 문체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한번 익숙해지는 순간 술술 넘어가는 에릭 오르세나의 유려하고 재치 넘치는 문체가 이 책의 특징이다.
다음은 문학동네의 신간 <밤의 동물원>이다. 2017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최고의 범죄소설, 2016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화제작으로 꼽힌 진 필립스의 장편 범죄소설이다. 무장괴한의 침입으로 아이와 동물원에 갇힌 엄마가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생존의 사투를 담고 있다. 가장 근래에 완독한 책인데, 무난하게 재밌는 액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묘사와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이제 택배는 받았으나 아직 뜯지 못한 책 두 권, 민음사 출판사의 요시모토 바나나 소설 <서커스 나이트>와 작가정신 출판사의 김종광 소설집 <놀러 가자고요>를 보자. 민음북클럽 회원에게 한해 진행하는 서평 프로그램에서 매달 첫번째 독자를 선정하는데 난 5월 달의 책 중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간 <서커스 나이트>의 첫번째 독자가 되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번 책에서도 요시모토 바나나가 좋아하는 소재인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 소녀, 오컬트적인 요소가 역시 돋보인다. 출판사 서평에서 가져온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시부모님 집의 2층에서 어린 딸 미치루와 나름 평온하게 지내고 있는 사야카. 성인이 될 때까지 자유롭게 발리에서 성장했던 그녀지만 뜬금없이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한 지인으로부터 아이를 낳아 달라는 엉뚱한 부탁을 수락하여 일본에 머물고 있다. 그런 사야카는 남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일명 사이코메트리다.
어느 날, 평온한 일상을 깨는 기묘한 편지가 도착한다. 댁의 마당에 소중한 무언가가 묻혀 있으니 조금 파내도 되겠느냐는. 더 놀라운 것은 편지를 보낸 사람이 사야카의 옛 연인 이치로라는 것. 사야카는 몰래 마당의 흙을 파 히비스커스 나무 아래 있는 꾸러미 하나를 발견한다. 풀어보니 작은 뼛조각이 소중하게 감싸여 있다. 재능을 발휘해 뼈에게 말을 걸어 본다.
기꺼이 가족이 되어 준 사야카를 마치 친딸처럼 돌보는 시어머니와 이제는 세상에 없는 전 남편 사토루가 남긴 아름다운 추억 속에 안온하게 있던 사야카. 어느 날 그녀의 인생에 옛 연인 이치로가 나타나면서 인생의 다음 단계가 조심스럽게 시작되려 한다. 과연 뼈에 얽힌 사연은 무엇일까. 이치로는 이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내게 있어서는 벌써 열 두번째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이라 기대가 된다. 그간 읽어온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처럼 따뜻한 위로와 사람 사이의 유대, 힐링이 있는 소설일 거라 짐작해본다.
마지막으로 7: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작정단 2기! 자격으로 받은 작가정신의 책 <놀러 가자고요>. 김종광 작가가 8년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으로, 농촌을 주된 배경으로 삼은 단편들을 엮었다. 교보문고 책 소개에서 아래 글을 따왔다.
표제작 [놀러가자고요]를비롯해 [『범골사』해설], [범골달인열전], [김사또], [봇도랑치기] 등 『놀러가자고요』 속 작품들은 대체로 김종광이 나고 자란 백호리 ‘범골’이라는 농촌 마을을 주된 배경으로 한다. 김종광이 그려내는 농촌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 소위 ‘어르신’이라 불리는 노인들의 모습은 결코 쓸쓸하거나 쇠락한 느낌이 아니다. 농촌은 적당한 체념과 적당한 욕망이 공존하고 딱 그만큼의 활기와 갈등과 긴장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그려지는데, 바로 이곳에 ‘진짜 어른들의 세계’가 있음을 김종광은 믿는다. 그리고 세계는 봇도랑 치기처럼 힘과 기술이 아니라 생의 요령과 끈기 같은 것을 필요로 하는 곳임을 환기시킨다. 오랜 세월을 견디며 체득한 냉철한 현실인식과 낙관, 지혜와 여유. 살다 보면 놀러 가듯 가볍고 흥에 겨운 발걸음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김종광은 일깨운다. 세상을 다 안다고 확신하는 ‘꼰대’가 아니라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저절로 앎의 경지에 이른 ‘진짜 어른들’의 세계를, 그들의 역사를 김종광이 끈덕지게 되새김하고 기록하는 이유다.
요즘 트렌드로 자리잡은 귀농 힐링, 소확행의 주제를 엿볼 수 있는 책으로 보인다. 작정단 2기 활동은 9월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약 3개월 동안 서평단 자격으로 좋은 책들을 미리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 같다. 아직 못 읽은 책들을 읽을 생각에도 신이 나고 미래에 만날 책들을 상상하니 그것 때문에도 벌써 신이 난다.
퇴사는 최고야. (비록 돈이 떨어져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