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뚜껑이 없어 - 요시타케 신스케, 웃음과 감동의 단편 스케치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권남희 옮김 / 컴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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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타케 신스케는 근래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게으름 탓에 블로그에는 아직 요시타케 신스케 책 감상을 올린 적이 없지만, 이 책 《게다가 뚜껑이 없어》는 내가 읽은 네 번째 '요시타케 신스케 책'이었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을 처음 만난 건 지역서점 당인리 책 발전소에서였다. 비치도서 《벗지 말걸 그랬어》를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본 뒤 그의 신선한 동화에 충격과 즐거움을 느꼈고, 이후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사랑이 물씬 느껴지는 《있으려나 서점》을 읽은 뒤 그의 팬이 됐다. 《게다가 뚜껑이 없어》는 나와 같은 요시타케 신스케 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물해줄 수 있는 알찬 책이다.


 이 책은 요시타케 신스케의 맥락 없이 시부렁거리는 인물과 상황들로 가득한 스케치 모음 책이다. 컷 그림이 다수이기 때문에 요시타케 신스케가 말하는 특정 이야기를 기대하고 책을 펼쳤다간 자칫 실망할 수 있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 노트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정신없는 책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기발하고 귀여운 동화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나홀로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거구나 짐작할 수 있다.


 독특하고 사랑스러워 시선을 사로잡았던 컷들을 몇 가지 사진으로 남겨 놓는다. 재치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때는 감성으로, 어떤 때는 순수로 반짝거리는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의 다양한 일면들이 인상적이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신간 동화 《오줌이 찔끔》을 하루빨리 읽고 싶다.


친해지기 위해 몇십 년 정성을 들여야 하다니. 가족이란 사치스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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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림을 만날 때 - 개정판
안경숙 지음 / 휴앤스토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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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후'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자신이 좋아하는 어떤 한 분야에 깊이 파고드는 사람들을 일컬어 '오타쿠', 우리나라에서는 '덕후'라는 용어로 통용해 부르곤 한다. 일본에서 '오타쿠'는 '사회생활을 못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까지 곁들어져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고, 처음 우리나라에 오타쿠 문화가 등장했던 2000년대 초반에도 덕후는 마이너 문화의 부정적인 상징이었다. 허나, 아이돌 문화가 한류의 중심이 되고, 다양한 소셜 매체에서 다양한 분야의 덕후들이 자기고백(?)을 하면서 한국의 덕후들은 문화를 이끄는 소비 주체로 대우받기 시작했다. 나는 이 책의 저자 또한 그림 덕후의 길을 앞서 걸었던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쓴 안경숙 저자는 불어불문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외국 기관에서 근무 중인, '미술 전공자'도 아니고 '예술가'도 아닌 비전문가다. 허나 《삶이 그림을 만날 때》에 담뿍 담긴 저자의 그림을 향한 사랑과 감동, 해박한 지식을 쉴 새 없이 마주치다 보면, 저자가 비전문가라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조차 머쓱해진다. '그림에 스며든 음악'을 소개하는 4부에서는 저자가 클래식과 연관된 그림을 소개하기도 하고 그림에 어울리는 곡을 덧붙이기도 하는데, 이 부분에서 클래식에도 조예가 깊은 저자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삶이 그림을 만날 때》는 순수하게 그림을 사랑하는 저자가 그림에서 위로받은 경험들과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를 80여 종의 그림을 통해 펼친 그림덕후의 책이다.


 총 5부로 구성된 책은 휴식, 사랑, 자연, 음악, 삶을 주제로 그림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장마다 유명인의 명언이나 책 속 문장을 소개해 장에 들어갈 이야기를 짐작하게 한다.(이 명언과 문장들을 읽는 중에도 놀랍고 가슴 깊이 와닿았던 때가 많았다.) 앞서 언급했듯 내겐 '그림에 스며든 음악'을 타이틀로 삼은 4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차이코프스키, 슈베르트, 쇼팽, 베르디, 베토벤, 리스트 등 당대 유명 음악가들의 초상화를 연달아 볼 수 있는 대목이 압권이다. 그밖의 장에서는 고흐의 알려지지 않은 그림들, 미국의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들, 모네의 빛의 풍경화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로코코 시대 그림들 등속 저자의 취향을 따라 다양한 그림들을 소개한다.


 흔히 '그림의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을 우선으로 삼고 책에서 앞다투어 소개하다 보니, 내가 그간 접하지 못했던 그림들이 참 많았구나 느꼈다. 내가 접하지 못했던 그림이란, 이를테면 익숙하게 봐왔던 여성 신체 성적대상화가 아닌 남성 신체 성적대상화를 볼 수 있는 그림 말이다. 주 고객층이 동성애자 작품 수집가였다는 헨리 스콧 튜크의 그림이나 성 지향성을 의심 받은 적 있다는 프레데리크 바지유의 그림을 보면, 남성들의 나신도 이렇게 매끈하게 혹은 열렬하게 그릴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같이 유리처럼 맑거나 도자기처럼 미끄러지는 피부를 지닌 여성 신체만 보다가, 남성 신체를 소재로 삼아 주제를 펼친 그림들을 알게 되니 참 신선했다.


 내가 접하지 못했던 그림들을 또 말해보자면, 신화나 성서를 주제로 삼지 않아 '소박하다'고 일컬어지는 그림들이 있다. 미술사에서는 혹은 서양사에서는 그런 그림들을 소박하다고 평할 지라도, 내겐 어떤 그림보다 평화와 즐거움을 선물해준 그림들이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강아지와 함께 한 그림들에 눈이 사로잡히곤 했는데, 에드윈 랜드시어의 그림이 대표적이다. 그의 그림을 보면서 반려인만이 느낄 수 있는 감성에 흠뻑 빠졌던 기억이 난다. 덧붙여, '나무 화가' 테오도르 루소의 풍경화와 동심의 세계를 그린 앙리 쥘 장 조프루아의 귀여운 그림도 추천해주고 싶다.


 《삶이 그림을 만날 때》는 2013년 북웨이에서 처음 출간됐고,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올해 휴앤스토리에서 리커버되어 개정판이 출간됐다. 내가 읽은 책은 리커버 개정판이었다. (참고로, 책표지에 실린 그림은 폴란드 출신의 화가 타마라 드 램피카의 자화상 <녹색 부가티를 탄 자화상>이다.) 예술책에 관심이 없거나, 예술책에 다가서기 힘든 분들도 읽기 쉽고 공감하기 쉬운 책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지 않았나 짐작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책은 역시 독자들이 가장 먼저 알아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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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카페에서 경영을 찾다 - 일본의 작은 마을을 명소로 만든 사자 커피 브랜딩 이야기
다카이 나오유키 지음, 나지윤 옮김 / 길벗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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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커피 브랜드 '사자 커피(SAZA COFFEE)'를 들어본 적 있는가? 사자 커피는 지방 소도시 이바라키현 히타치나카시에서 1969년 7평 15석의 허름한 가게로 개업해, 2018년 기준 창업 49년을 맞이한 개인 카페다. 기업의 경영자 및 담당자를 다수 취재해온 다카이 나오유키는 이 책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 사이에서도 13억 엑을 기록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사자 커피의 브랜딩 전략과 경영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에 스즈키 회장과의 묻고 답하기가 담긴 특별 부록이 첨부되어 있다. 1부에서는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비즈니스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지, 오래도록 사랑받는 비즈니스에는 어떤 요소가 있는지' 소개하고, 2부에서는 '사자 커피의 구체적인 경영 노하우', 이어서 3부에서는 '사자 커피의 운영 전략', 마지막 4부에서는 '번화가, 역세권이 아닌 장소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사자 커피 회심의 전략'을 다룬다. 사자 커피의 특별한 개성과 전략이 돋보이는 부분은 3부, 4부다. 피해야 할 쪽박 비즈니스 전략보다 본받고 싶은 사자 커피의 대박 전략이 먼저 궁금한 독자분들은 이 부분부터 읽어도 상관없다.


 사자 커피의 창업자 스즈키 요시오 회장은 사자 커피의 모토를 '기본', '인연', '진정성'으로 꼽는다. 이는 음식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일컫는 '품질', '서비스', '청결'과 대응된다. (이른 바, QSC라고 한다.) 앞서 저자는 일본 카페의 특징을 '기본 성능+부가가치'라는 단어로 분석했는데, 사자 커피는 '기본 성능'이라고 할 수 있는 '음식과 장소 제공'에 충실하면서, 사자 커피만의 고유 개성을 꾸준히 관철해온 올바른 사례다. 사자 커피만의 고유 개성은 곧 사자 커피의 성공 요소였다. 저자는 아래 사진과 같이 '사자 커피 5개의 성공 요소'를 꼽았다.





 책을 읽고 나면, 사자 커피의 개성은 단연 '고급화'와 '이바라키 특산물'이라는 두 가지 전략에서 발전해왔다고 느낀다. 고급화 전략을 먼저 보자. 요즘 세상에 편의점 커피를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당장 나의 두뇌를 뒤흔들어줄 가성비 높은 카페인을 아침마다, 점심마다 찾곤 한다. '가성비'를 내세우며 편의점에서 제공하는 100엔 커피 혹은 일주일 간 마시는 커피 3잔 중 2잔을 소비하는 집 커피(즉, 홈 카페)에 대항해 카페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저자가 말했듯, 편의점 커피와 홈 카페 커피가 제공하기 어려운 안락함, 만족스러운 맛, 색다른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이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사자 커피는 고급화 전략을 택했다. '비싸도 맛있는 커피'를 추구하는 사자 커피는 원두 200그램에 1200엔에서 1500엔의 판매가를 책정했는데, 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판매율이 높은 편이다. 사자 커피는 남미 콜롬비아에 직영으로 '사자 커피 농장'을 운영하는 카페다. 대형 커피 브랜드도 아닌 개인 카페가 커피 농장을 운영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좋은 원두, 좋은 블렌딩을 향한 사자 커피의 노력이 일군 농장은 2015년부터 자리잡기 시작해 수확을 달성했다. 2017년에는, FNC가 주최한 콜롬비아 카우카우주 커피 품평회에서 32개 커피 농장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렇듯, 사자 커피의 '원두를 향한 좋은 집착'은 소비자가 사자 커피의 원두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카페는 무엇보다 원재료비, 즉 원가율이 낮은 상품을 가장 많이 팔아야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카페의 경우엔 당연히 원두가 이에 해당하므로, 카페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메인메뉴의 매출을 높이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원두에 충실한 사자 커피는 매출이 보장되는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사자 커피가 '물'에도 신경쓴다는 대목이 특히 인상깊었다. 사자 커피가 커피에 쓰는 물은 역침투막정수기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순수(純水)나 우물물을 여과한 물이라고 한다. 한때 카페에서 알바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물에도 신경을 쓰는 카페의 존재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간단하게 받을 수 있는 식수를 택하지 않는 일은 만만찮은 수고와 정성을 쏟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사자 커피가 더욱 궁금해졌다. 스토리텔링을 확보한 고급 커피(도쿠가와 가문의 후손이 직접 개발에 참여했다는 '도쿠가와 장군 카페오레', 텐신이 커피와 연관 깊다는 역사적 기록으로 고증한 '이즈라 커피') 개발, 간판 디저트(대표적으로 '카스텔라 쇼트케이크') 개발 외 메뉴 내구성 뿐만 아니라 사자 커피의 인테리어 디자인도 고급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휴식 목적으로 오래 머무는 손님들을 위해 정원처럼 꾸며진 실내, 무려 8미터에 달하는 자체제작 원목 카운터 바, 가사마야키 도예가가 특별 제작한 화장실 세면대가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한다.


 다음으로 '이바라키 특산물' 전략을 보자. 이는 사자 커피의 브랜드를 이바라키 특산물로 브랜딩하는 전략을 일컫는다. 사자 커피는 이바라키현 지방 소도시에서 출발했고 이바라키 주민들의 성원으로 성장했다는 정체성을 잊지 않고 늘 강조한다. 이를 테면, 일본 전통 공예품 가사마야키 그릇을 이바라키 홍보 차원에서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소개했다. 카페 내에 소품 판매를 더하면서(사자 커피 입구에 들어가면 있는 가사마야키 그릇 판매 공간은, 본점의 경우 스즈키 회장의 부인 미치코 씨가 운영하고 있다.) 사자 커피는 더욱 높은 수익 창출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그외에도 지역에서 열리는 교육기관 모임, 기업 강연회, 유네스코와 같은 비영리단체 활동, 각종 자원봉사에 사자 커피는 무료로 커피 제공하고 있다. 사자 커피가 '공짜 커피'로 인지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점이 없냐고 물으면, 사자 커피의 스즈키 회장은 확고하게 답한다.


"공짜라면 사자 커피를 더욱 기쁘게 마실 수 있고 우리 커피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됩니다. 훗날 사자 커피를 다시 접할 기회가 생겼을 때 제값을 지불하고 주문할 확률도 높아질 테지요.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자면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닙니다. 실제로 사자 커피는 호텔이나 음식점에 납품하는 도매보다 일반 소매자가 직접 선택하는 소매로 더욱 큰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스즈키 회장과의 묻고 답하기가 담긴 특별 부록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우유부단하여 목표한 일을 성취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깊은 감명을 줄 수 있다고 보았다. 특별 부록에 담긴 대답 중 사자 커피의 이름을 짓게 된 배경, 메뉴 구성에 대한 대답 부분을 사진으로 첨부한다. 덧붙여, 저자 다카이 나오유키는 '이 책을 펼치면 카페에 가고 싶어지도록' 책의 디자인에 각별히 신경썼다고 한다. 그 말대로 외식전문잡지 크리에이터가 편집에 참여하고 고화질 사진도 다수 수록된 이 책은 부담없이 여유롭게 읽기 좋은 동시에, 사자커피의 창업주 스즈키 회장의 곧은 철학을 기분 좋은 커피향처럼 흡수할 수 있는 경제/경영 도서였다. 경제/경영 도서라면 겁부터 먹는 사람들에게 딱 좋은 책이라고 여겨진다. 나 역시 겁먹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지만 이 책만큼은 책 속 컬러풀한 사진 자료에 빠져, 스즈키 회장의 노련한 전략에 취해 쉴 틈 없이 읽었다.

다른 카페에 비해 월급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할 때 마음이 즐겁고 편안하다는 이유가 큽니다. 회사도 새로운 시도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직원을 대합니다. 세세하게 간섭하는 법도 없고요. 카페는 어디까지나 서비스업이므로 직원들의 복장이나 몸가짐에 주의를 기울이긴 하지만 깐깐하게 지적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 사자 커피의 높은 장기 근속률에 대한 본점 직원의 인터뷰

‘소비자는 끊임없이 변한다.‘는 마케팅 업계에서 진리로 통하는 말이다. 시대가 변하면 소비자의 기호도 변한다. 시대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자기 방식만이 옳다고 고집한다면 소수의 고객층에게 지지를 받을지언정 오래가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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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라이팅 - 기록하며 이루는 자기사랑 습관
강현순 지음 / SISO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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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커선샤인'이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쓰며 '자기사랑' 습관을 실천하고 있는 강현순 작가. 강현순 작가의 두 번째 책이자 시소출판사에서 최근 출간된 신작 《미라클 라이팅》을 읽었다. 《미라클 라이팅》은 강현순 작가가 블로그에 2~3년 간 글을 쓰며 스스로 터득한 '자기사랑' 습관을 소개하는 자기계발서다. 평소 자기계발서를 기피하고 잘 읽지 않는 편이어서 이번 기회에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서평단에 참여했다.


 강현순 작가는 '자기사랑' 습관으로 크게 세 가지를 말한다. '독서', '감사일기', '긍정 확언'. 독서는 특히 나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고 작가와 소통하는 밑줄 긋기 독서를 권장한다. 작가는 이러한 독서를 '단순한 독자에서 편집자가 되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이어서 자신의 모든 문제가 내면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기자신과 인간관계 · 사소한 물질 하나하나에 표현하는 감사일기가 있다. (자매품 : 감사 편지.) 마지막으로, 긍정 확언은 상처 대신 용기와 긍정을 선사하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주는 행위다. 그밖에도 감정일기, 꿈의 목록 같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꿈과 정체를 확인할 수 있는 '자기사랑' 습관을 덧붙일 수 있다. 강현순 작가는 막연하게 보이고 어려워보이는 이같은 '자기사랑' 습관을 몇 년간 스스로 시행하며 작가라는 꿈을 이루고, 행복을 전파해온 블로거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감사일기 쓰는 법, 꿈의 목록 쓰는 법, 긍정 확언 하는 법 등을 상세히 일러주며 '자기사랑' 습관의 기적같은 효과를 역설한다.


 인상 깊었던 말들은 메모하고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개중 한 제안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작가는 '나는 왜 꿈이 없을까?'라는 의문은 그만하자고 말한다. 부정적인 의문 대신 답이 나올 만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이를 테면, '내 꿈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지?',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내 안에는 어떤 잠재력이 있을까?' 같은 질문이 그것이다. '꿈이 없는 나'를 스스로 책망하고 줄곧 의문을 던져온 사람으로서 색다른 접근 방법이었다. 감사일기나 긍정 확언은 내게 있어 당장 실행하긴 어려운 종교적 수행처럼 보였지만, 끊임없는 독서나 긍정적인 인생 접근법으로도 '자기사랑'을 실천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여담으로, 성공학과 자기계발서에 관심이 많았다는 저자의 회상을 증명하듯 이 책에는 다수의 성공학 책과 자기계발서가 소개된다. 작가가 언급한 책들과 함께 자기계발서 독서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재밌는 독서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작가가 실천해온 '자기사랑' 글과 서평은 작가의 블로그에서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https://blog.naver.com/ssoon0505)

만약 지금 꿈과 목표가 있는데도 실행력이 생기지 않는다면 아마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아닌 타인의 기대나 사람들이 말하는 꿈을 내 것인 양 추구하는 가짜 꿈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치열하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존재 이유인 삶의 목적을 찾기 위한 법을 배워야 한다.

진짜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진짜 바뀌어야 할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행복한 인간관계를 맺고 싶다면 사실 나만 바뀌면 된다. 사건의 실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처를 주는 사람은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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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디스 파트
틸리 월든 지음, 이예원 옮김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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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얇디 얇은 《아이 러브 디스 파트》(원제: I Love This Part) 책장을 펼치면, 이어폰을 나눠낀 연인이 한 데 누워 있는 모습부터 보인다. 어린 학생으로 보이는 여성들은 이어서 함께 공부를 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비밀을 나누고, 서로의 약점을 위로한다. 시간의 흐름은 명확하지 않고, 고백과 원망이 무분별한 낱장 속에서 흩어진다. 제목 그대로, 연인이 서로의 시간 속에서 좋아했던 장면들 혹은 (좋아하진 않았지만 잊기 어려워)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장면들을 나열한 듯하다.


 《아이 러브 디스 파트》는 친절하지 않은 연애 서사를 지닌 작품이다. 비단 퀴어 로맨스를 다루기 때문이 아니라, 캐릭터를 자세히 소개하지도 않고 특정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도 않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시간 순서 역시 애매하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는 한 장 한 장 유심히 일러스트를 들여다보며 스스로 숨겨진 이야기를 찾게 된다. 기다란 금발 머리를 가진 엘리자베스(핸드폰 문자 메세지로 알 수 있는 백인 여성의 이름), 흑인으로 보이는 짧은 곱슬 머리 여성의 캐릭터는 다정해 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자세히 보면, 이어폰을 나눠끼고 있을 때 슬쩍 엿보는 눈빛을 발견할 수 있고, 서로만 보이는 그들의 마음처럼 들쑥날쑥한 크기로 표현된 산과 빌딩 건물들 · 주택가 · 도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랑이 끝났다고 여겨질 즈음, 연애를 뜻하는 보랏빛 채색이 사라지고 흑백의 일러스트가 펼쳐진다. 연인이 처음 호감을 가지게 되는 장면으로 돌아가 과거를 회상한다. 칭찬으로 시작한 대화가 시답잖은 대화 몇 개로 연결되고, 서로를 의식하며 눈빛이 마주친다. 서툰 손길로 처음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공장 굴뚝 연기가, 흘러가는 공기가, 창밖 하늘이 다시 보랏빛 채색으로 물들어 간다. 사랑을 시작하던 장면들은 허무하게 다시 이별 장면으로 돌아온다. 미안하다며, 마음 내키면 들어보라고 보낸 몇 곡의 노래가 음표를 그리며 흘러간다. 이제 건물과 주택가는 서로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을만큼 거대하기만 하고, 눈물을 떨구면서 함께 나눠듣던 노래를 홀로 듣는다. 아직 사랑의 흔적이 남아 보랏빛 채색이 여실한 장소들을, 노래가 소환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책의 맨 뒤 수신지 작가의 추천사에도 그런 말이 있다. '곳곳에 놓여 있는 빈칸에 나의 기억을 채워 넣다 보니 다 읽고 나서는 마치 내 이야기를 그려놓은 만화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사랑의 열병을 함께 앓는 기분이었다. 그녀가 또 다른 그녀에게 했던 말처럼, '어떻게 미워하겠는가'. 나의 어떤 시절을 차지한 채 소중한 장면과 소중한 노래를 남겨준 사람일 텐데. 참 여운이 짙은 그래픽노블이다.


 《아이 러브 디스 파트》의 작가는 틸리 월든으로, 이 작품은 작가에게 이그나츠 어워드 신인상을 안겨주었다. 틸리 월든은 이 작품 외에도 이그나츠 어워드 뛰어난 작가상을 수상한 《The End of Summer》와 《Spinning》, 《On a Sunbeam》 등의 작품을 펴냈다. 국내 출간된 틸리 월든의 작품은 이 작품이 유일하다. 틸리 월든의 다른 작품을 서둘러 보고 싶고, 다른 작품도 국내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널 어떻게 미워해
노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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