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카페에서 경영을 찾다 - 일본의 작은 마을을 명소로 만든 사자 커피 브랜딩 이야기
다카이 나오유키 지음, 나지윤 옮김 / 길벗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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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커피 브랜드 '사자 커피(SAZA COFFEE)'를 들어본 적 있는가? 사자 커피는 지방 소도시 이바라키현 히타치나카시에서 1969년 7평 15석의 허름한 가게로 개업해, 2018년 기준 창업 49년을 맞이한 개인 카페다. 기업의 경영자 및 담당자를 다수 취재해온 다카이 나오유키는 이 책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 사이에서도 13억 엑을 기록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사자 커피의 브랜딩 전략과 경영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에 스즈키 회장과의 묻고 답하기가 담긴 특별 부록이 첨부되어 있다. 1부에서는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비즈니스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지, 오래도록 사랑받는 비즈니스에는 어떤 요소가 있는지' 소개하고, 2부에서는 '사자 커피의 구체적인 경영 노하우', 이어서 3부에서는 '사자 커피의 운영 전략', 마지막 4부에서는 '번화가, 역세권이 아닌 장소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사자 커피 회심의 전략'을 다룬다. 사자 커피의 특별한 개성과 전략이 돋보이는 부분은 3부, 4부다. 피해야 할 쪽박 비즈니스 전략보다 본받고 싶은 사자 커피의 대박 전략이 먼저 궁금한 독자분들은 이 부분부터 읽어도 상관없다.


 사자 커피의 창업자 스즈키 요시오 회장은 사자 커피의 모토를 '기본', '인연', '진정성'으로 꼽는다. 이는 음식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일컫는 '품질', '서비스', '청결'과 대응된다. (이른 바, QSC라고 한다.) 앞서 저자는 일본 카페의 특징을 '기본 성능+부가가치'라는 단어로 분석했는데, 사자 커피는 '기본 성능'이라고 할 수 있는 '음식과 장소 제공'에 충실하면서, 사자 커피만의 고유 개성을 꾸준히 관철해온 올바른 사례다. 사자 커피만의 고유 개성은 곧 사자 커피의 성공 요소였다. 저자는 아래 사진과 같이 '사자 커피 5개의 성공 요소'를 꼽았다.





 책을 읽고 나면, 사자 커피의 개성은 단연 '고급화'와 '이바라키 특산물'이라는 두 가지 전략에서 발전해왔다고 느낀다. 고급화 전략을 먼저 보자. 요즘 세상에 편의점 커피를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당장 나의 두뇌를 뒤흔들어줄 가성비 높은 카페인을 아침마다, 점심마다 찾곤 한다. '가성비'를 내세우며 편의점에서 제공하는 100엔 커피 혹은 일주일 간 마시는 커피 3잔 중 2잔을 소비하는 집 커피(즉, 홈 카페)에 대항해 카페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저자가 말했듯, 편의점 커피와 홈 카페 커피가 제공하기 어려운 안락함, 만족스러운 맛, 색다른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이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사자 커피는 고급화 전략을 택했다. '비싸도 맛있는 커피'를 추구하는 사자 커피는 원두 200그램에 1200엔에서 1500엔의 판매가를 책정했는데, 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판매율이 높은 편이다. 사자 커피는 남미 콜롬비아에 직영으로 '사자 커피 농장'을 운영하는 카페다. 대형 커피 브랜드도 아닌 개인 카페가 커피 농장을 운영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좋은 원두, 좋은 블렌딩을 향한 사자 커피의 노력이 일군 농장은 2015년부터 자리잡기 시작해 수확을 달성했다. 2017년에는, FNC가 주최한 콜롬비아 카우카우주 커피 품평회에서 32개 커피 농장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렇듯, 사자 커피의 '원두를 향한 좋은 집착'은 소비자가 사자 커피의 원두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카페는 무엇보다 원재료비, 즉 원가율이 낮은 상품을 가장 많이 팔아야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카페의 경우엔 당연히 원두가 이에 해당하므로, 카페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메인메뉴의 매출을 높이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원두에 충실한 사자 커피는 매출이 보장되는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사자 커피가 '물'에도 신경쓴다는 대목이 특히 인상깊었다. 사자 커피가 커피에 쓰는 물은 역침투막정수기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순수(純水)나 우물물을 여과한 물이라고 한다. 한때 카페에서 알바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물에도 신경을 쓰는 카페의 존재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간단하게 받을 수 있는 식수를 택하지 않는 일은 만만찮은 수고와 정성을 쏟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사자 커피가 더욱 궁금해졌다. 스토리텔링을 확보한 고급 커피(도쿠가와 가문의 후손이 직접 개발에 참여했다는 '도쿠가와 장군 카페오레', 텐신이 커피와 연관 깊다는 역사적 기록으로 고증한 '이즈라 커피') 개발, 간판 디저트(대표적으로 '카스텔라 쇼트케이크') 개발 외 메뉴 내구성 뿐만 아니라 사자 커피의 인테리어 디자인도 고급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휴식 목적으로 오래 머무는 손님들을 위해 정원처럼 꾸며진 실내, 무려 8미터에 달하는 자체제작 원목 카운터 바, 가사마야키 도예가가 특별 제작한 화장실 세면대가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한다.


 다음으로 '이바라키 특산물' 전략을 보자. 이는 사자 커피의 브랜드를 이바라키 특산물로 브랜딩하는 전략을 일컫는다. 사자 커피는 이바라키현 지방 소도시에서 출발했고 이바라키 주민들의 성원으로 성장했다는 정체성을 잊지 않고 늘 강조한다. 이를 테면, 일본 전통 공예품 가사마야키 그릇을 이바라키 홍보 차원에서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소개했다. 카페 내에 소품 판매를 더하면서(사자 커피 입구에 들어가면 있는 가사마야키 그릇 판매 공간은, 본점의 경우 스즈키 회장의 부인 미치코 씨가 운영하고 있다.) 사자 커피는 더욱 높은 수익 창출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그외에도 지역에서 열리는 교육기관 모임, 기업 강연회, 유네스코와 같은 비영리단체 활동, 각종 자원봉사에 사자 커피는 무료로 커피 제공하고 있다. 사자 커피가 '공짜 커피'로 인지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점이 없냐고 물으면, 사자 커피의 스즈키 회장은 확고하게 답한다.


"공짜라면 사자 커피를 더욱 기쁘게 마실 수 있고 우리 커피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됩니다. 훗날 사자 커피를 다시 접할 기회가 생겼을 때 제값을 지불하고 주문할 확률도 높아질 테지요.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자면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닙니다. 실제로 사자 커피는 호텔이나 음식점에 납품하는 도매보다 일반 소매자가 직접 선택하는 소매로 더욱 큰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스즈키 회장과의 묻고 답하기가 담긴 특별 부록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우유부단하여 목표한 일을 성취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깊은 감명을 줄 수 있다고 보았다. 특별 부록에 담긴 대답 중 사자 커피의 이름을 짓게 된 배경, 메뉴 구성에 대한 대답 부분을 사진으로 첨부한다. 덧붙여, 저자 다카이 나오유키는 '이 책을 펼치면 카페에 가고 싶어지도록' 책의 디자인에 각별히 신경썼다고 한다. 그 말대로 외식전문잡지 크리에이터가 편집에 참여하고 고화질 사진도 다수 수록된 이 책은 부담없이 여유롭게 읽기 좋은 동시에, 사자커피의 창업주 스즈키 회장의 곧은 철학을 기분 좋은 커피향처럼 흡수할 수 있는 경제/경영 도서였다. 경제/경영 도서라면 겁부터 먹는 사람들에게 딱 좋은 책이라고 여겨진다. 나 역시 겁먹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지만 이 책만큼은 책 속 컬러풀한 사진 자료에 빠져, 스즈키 회장의 노련한 전략에 취해 쉴 틈 없이 읽었다.

다른 카페에 비해 월급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할 때 마음이 즐겁고 편안하다는 이유가 큽니다. 회사도 새로운 시도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직원을 대합니다. 세세하게 간섭하는 법도 없고요. 카페는 어디까지나 서비스업이므로 직원들의 복장이나 몸가짐에 주의를 기울이긴 하지만 깐깐하게 지적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 사자 커피의 높은 장기 근속률에 대한 본점 직원의 인터뷰

‘소비자는 끊임없이 변한다.‘는 마케팅 업계에서 진리로 통하는 말이다. 시대가 변하면 소비자의 기호도 변한다. 시대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자기 방식만이 옳다고 고집한다면 소수의 고객층에게 지지를 받을지언정 오래가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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