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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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은 실존 인물 백석을 주인공으로, 백석이 북에서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한 57년부터 선전 아동시를 게재한 뒤 절필한 62년까지 그가 시인으로 살았던 마지막 7년의 행적을 그렸다.

김연수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한 일들은 소설이 된다고 믿”는다고 썼지만, 나는 이 소설 속에서 보여진 마음들과 어떤 선택들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백석이 어느 하루 자살을 하게 되는 여인과 불타는 집을 보는 일은 없을지도 모르나 뜨거움과 느꺼움을 동시에 느끼는 일은 있었겠노라고, 멀리 이국에서 온 시인과 조선어로 ‘비’와 ‘바람’ ‘바다’를 발음한 일은 없을지도 모르나 제 마음에서 벽돌 조각처럼 부서지는 단어들을 몰래 적고 아침이 오기 전에 불태운 일은 있었겠노라고.

책을 읽는 내내 줄리언 반스의 소설 《시대의 소음》 이 떠올랐다. 그 소설 역시 스탈린 치하 전체주의 체제에서 예술가로서 고뇌했던 음악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다루고 있다. 해당 작품에는 다음 문장이 나온다.

[예술은 모두의 것이면서 누구의 것도 아니다. 예술은 모든 시대의 것이고 어느 시대의 것도 아니다. 예술은 그것을 창조하고 향유하는 이들의 것이다.](《시대의 소음》 중에서.)

권력과 영합하지 않는 독립적인 예술을 지지하는 위 문장은 《일곱 해의 마지막》에서 백석이 ‘조선인민군은 항일 무장투쟁의 계승자이다’라는 제목의 소책자를 읽다 자문하는 장면과 겹친다. 백석은 사랑과 적개심, 광기와 같은 모든 감정을 자신이 써내려간 문장 속에서 이해하던 사람이었다. 즉, 시를 쓰고는 살아갈 수 없는 시인이었으나 당과 수령을 위한 시 앞에서는 차마 펜을 들 수 없었다.

전쟁의 광기로 가득한 이 세계 속에서 자신을 구원한 그 언어와 문자들의 주인은 누구일까? 기행은 궁금했다. 그것은 자신의 것인가, 당의 것인가? 인민들의 것인가? 아니면 수령의 것인가?

거기서 불타는 한 권 한 권은 저마다 하나의 세계였다. 당연히 서로의 주장은 엇갈리고, 지향점은 다르고, 문체는 제각각이다. 그렇게 세계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이고, 현실은 그 무수한 세계가 결합된 곳이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세계가 있고, 또 추악한 세계가 있다. 협잡이 판치는 세계가 있고, 단아하고 성실한 세계가 있다. 어떤 세계는 지옥에, 또 어떤 세계는 천국에 가깝다. 이 모든 세계가 모여 다채롭고도 영롱하게 반짝이는 빛을 발하면 그것이 비로 완전한 현실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책 한 권이 불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인 한 명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현실 전체가 몰락하는 것이다.

책을 완독한 뒤 백석의 시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를 연달아 읽고 있다. 백석의 시와 소설 속 장면이 겹치는 부분이 꽤나 많다. 삼수 독골 축산반 사무실에서 백석이 갈탄 난로에 의지하다 편지와 시를 쓰는 모습은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머물던 그같고, 옥심과 함께 불을 바라볼 때에 백석이 떠올리는 ‘높은 시름이 있고 높은 슬픔이 있는 외로운 사람을 위한 마음’은 시 <흰 바람벽이 있어>의 한 문장을 고스란히 따왔기에 더욱 벅차다. 가장 첫 시는 역시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였다. 시를 읽는데 백석의 앞에서 이를 외던 소설 속 서희가 혜산역 대합실 한켠에서 우뚝 서있는 풍경이 자꾸만 그려졌다. 쇠도끼 날처럼 백석의 머리통을 내리치고, 그를 눈이 푹푹 나리는 밤에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에 옮겨놓은 시. 나는 이 풍경을 상상하면 불타는 집과 천불에 휘말린 숲을 보는 백석이 된 것마냥 가슴이 은은하게 뜨겁고 느꺼워진다.

서희가 시 외는 장면과 더불어 가장 좋았던 장면은 소련 시인 벨라가 함흥 서호진의 비 내리던 밤 백석에게 시인의 일을 말하는 장면이었다. 본인 역시 시를 썼던 사람이며 자신의 단어는 부서지고 있다고 고백하는 백석에게 그녀는 죽음과 전쟁, 상처의 의미를 되새긴다.

["나는 1924년에 세상에 태어났고, 그 세상에는 늘 나보다 면저 죽는 것들이 있었어요. 내게 전쟁이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을 죽이는 일이었어요. 전쟁은 인류가 행할 수 있는 가장 멍청한 일 이지만, 그 대가는 절대로 멍청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삶에 대해 말할 수있나요? 전쟁을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평화를, 상처를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회복을 노래할 수 있나요? 전 죽음에, 전쟁에, 상처에 책임감을 느껴요. 당신 안에서 조선어 단어들이 죽어가고 있다면, 그 죽음에 대해 당신도 책임감을 느껴야만 해요. 날마다 죽음을 생각해야만 해요. 아침저녁으로 죽음을 생각해야만 해요. 그러지 않으면 제대로 사는 게 아니에요. 매일매일 죽어가는 단어들을 생각해야만 해요. 그게 시인의 일이에요. 매일매일 세수를 하듯이, 꼬박꼬박."]

따라서 나는 이 책을 눈 냄새와 비 냄새가 나는 소설이라고 기억한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에선 서로의 마음 사이 심연을 건너기 위해 주인공들의 대사마다 물 냄새가 났다면 이 책은 눈 냄새와 비 냄새로 정의하고 싶다. 습기 가득한 꼿꼿한 마음에도 압력과 폭력은 불을 질러댔지만, 시인의 생애는 이를 지켜보고 버티어낸 갈매나무처럼 보인다. 백석의 시를 읽는 동안 두고두고 슬플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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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사람을 읽다 - 소비로 보는 사람, 시간 그리고 공간
BC카드 빅데이터센터 지음 / 미래의창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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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의 창 미래북살롱 활동으로 읽게 된 다섯 번째 책이자 이번 활동의 마지막 책이다. 이번 책은 흥미로운 부분도 많고, 요즘 내가 가장 인기 있는 분야 중 하나인 '빅데이터' 관련 도서라 다른 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오프라인 활동 모임 날짜에 선약이 있어 참여하지 못했다.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빅데이터, 사람을 읽다》는 비씨카드 빅데이터 센터가 ‘실무자에게 도움이 되는 빅데이터 서적’이라는 컨셉으로 펴낸 경제경영서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어떻게 변해왔고 요즘 뜨는 상권은 어딘지 소개하며,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의 개정에 따라 데이터 시장이 어떻게 변화해갈 것인지 예측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빅데이터가 무엇인지 소개하고 2장에서는 소비 활동을 하는 개인을 어떤 소비 유형 세그먼트로 이야기할 수 있는지 10개의 소비자 프로파일링 유형으로 구분해 쉽게 보여준다. 3장에서는 <트렌드 코리아>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장처럼 느껴지는데, ‘미세먼지’ ‘편의점’ ‘워라밸’ ‘배달 음식’ 등 요즘 뜨는 소비 트렌드 아홉 개를 분석하여 설명한다. 4장은 빅데이터로 요즘 뜨는 상권 다섯 개를 집어 ‘힙지로’, ‘황리단길’, ‘해리단길’ 등을 설명하는 장인데 가장 재밌고 '요즘 사람'이 되는 기분으로 읽었다. 홍대의 늘 가던 카페, 동네 근처 늘 가는 음식점만 가는 내겐 젊은 사람 흉내 좀 내라고 독려해주는 참고 사항이었달까.

사람들이 서울에 모여드는 것은 일자리와 생활환경 등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안전하게 살고 싶은, 피해가 있더라도 금방 회복할 수 있는 곳을 본능적으로 찾기 때문이 아닐까? 미세먼지 수치가 실제로 얼마인지를 떠나,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감이 분명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수치가 낮아지더라도 이 불안감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불안감을 덜어주고 일상을 편안하게 해주는 안심과 안전에 대한 욕구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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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 국선변호사 세상과 사람을 보다
정혜진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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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북살롱' 활동으로 읽게 된 세 번째 책. 범죄자, 용의자, 피고인 및 법과 정의에 관한 책은 범죄심리학자 이수정과 프로파일러 김경옥이 함께 쓴 《싸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이후 오랜만에 읽는다. 그만큼 내 독서 취향이 편협하다는 것이겠지(ㅠㅠ) 일전에 미래북살롱을 통해 읽었던 《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처럼 쉽게 읽히면서 그 책보다는 '덜 일기 같고 더 지식교양서로서 작동하는' 책이어서 좋았다.

 저자의 이력이 독특하다. 저자 정혜진 국선전담변호사는 법원에서 일하기 전 영남일보 기자로 15년이나 일했다. 기자로서 책도 세 권이나 출간했다. 그녀가 겪었던 피고인들의 사연과 그속에 담긴 법의 언어·법적 절차가 깊이 있고도 담백한 책으로 출간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러한 저자 이력 덕분이지 않나 싶다. 저자 소개를 읽었을 때부터 확 흥미가 생겨서 각잡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주제에 따라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변론한 사건을 기초로 했지만 사건 관련자를 보호하고 변호인의 비밀 준수 의무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각색했다고 한다. 저자가 성범죄 및 마약범죄 전담 재판부에 배정되어 있는 탓에 해당 범죄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 편이지만, 거슬릴 정도로 치우쳐 있진 않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국선전담변호사만이 가지고 있는 '이중적 독립성'에 대해 설명한다. 국가에서 월급을 받지만 국가가 아닌 국가를 상대로 서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만 당사자로부터 돈을 받지 않는 덕분에 당사자에게 휘둘리지 않는 구조. 이를 '이중적 독립성'이라 일컫는 것이다. 저자가 국선전담변호사로서 가지게 된 해당 특성에 초점을 맞춰 사건의 개요와 과정을 읽어가다보면 이 책을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삶의 효율에 관해 물었는데 삶의 자세에 대해 답한 우문현답이어서였을까. 효율 따위를 생각했다면 처음부터 전과자가 되는 길을 자발적으로 선택하지도 않았을 테다.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면서 외웠던 ‘양심‘의 정의가 퍼뜩 머리를 스쳤다.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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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0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20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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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이 되면 매년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미래북살롱 활동 덕분에 처음으로 마음을 잡고 정독해보았다.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 쥐띠 해라고 한다. 따라서 《트렌드 코리아2020》의 두문자어는 'MIGHTY MICE'로, 이 두문자어에 맞춰 운율을 살려 10대 트렌드 키워드를 설파한다. '마이티 마이스'는 쥐띠 해 2020년에 TV 시리즈 '마이티 마우스'의 주인공처럼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나가자는 의미라고 했다.


 이 책은 '2020년 10대 소비 트렌드'의 골격을 2장에 걸쳐 간단한 몇 줄로 보여준 다음. 바로 '2019년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을 선정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2019년 소비 트렌드가 《트렌드 코리아 2019》가 전망했던 것과 어느정도 들어맞았는지 회고하는 장이 이어져 2019년 전반적인 정리를 가능케 한다. 이 책에서 독자들이 가장 기대했고 궁금했던 부분, '2020년 대한민국 10대 소비 트렌드'를 설명하는 부분은 실상 마지막 장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 배당되어 있다. 김난도를 포함한 공저자 8인은 10대 트렌드 키워드의 세 축은 '세분화', '양면성, '성장'이라고 했다. 이어지는 소비 트렌드는 다음과 같았다.


1) 멀티 페르소나 (Me and Myselves)

2) 라스트핏 이코노미(Immediate Satisfaction: the ‘Last Fit Economy’)

3) 페어 플레이어 (Goodness and Fairness)

4) 스트리밍 라이프 (Here and Now: the ‘Streaming Life’)

5) 초개인화 기술 (Technology of Hyper-personalization)

6) 팬슈머 (You’re with Us, ‘Fansumer’)

7) 특화생존 (Make or Break, Specialize or Die)

8) 오팔세대(Iridescent OPAL: the New 5060 Generation)

9) 편리미엄 (Convenience as a Premium)

10) 업글인간 (Elevate Yourself)


 2019년 소비 트렌드를 한 번 읽은 뒤 보니 2020년 키워드는 그것에서 한 층 더 발전했거나, 그것과 깊게 연관되어 보이는 키워드가 많았다. 이를 테면,  2019년의 '데이터 인텔리전스'는 '초개인화 기술', '카멜레존'은 '스트리밍 라이프', '세포마켓'과 '나나랜드'를 합친 것이 '멀티 페르소나'처럼 느껴졌다.


 그럼,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멀티 페르소나'는 다매체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이 매체에 따라 장소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쓰는 가면'을 일컫는 말이었고, 심리학에서는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성격'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는 말이다. 요즘은 인스타그램 계정만 해도 하나의 계정만 만들지 않고, 취미나 덕질 등 특성별로 계정을 다양하게 만들고 자유롭고 유연하게 운영하는 형태를 선호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는 멀티 페르소나 현상이 실제 시장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았다.


(1) 양면적 소비의 증가 

(2) 취향 공동체의 발달

(3) 나를 표현하는 캐릭터와 굿즈 열풍

(4) 패션, 미용 산업 등에서 젠더 개념 유연화

(5) 디지털 허언증과 느슨한 연대(느슨한 연대는 '게스트하우스 파티효과'를 일컫는데, 느슨한 관계의 사람들 사이에 있을수록 솔직할 수 있다는 의미다.)


​ 인간의 가면은 다양해졌지만 역설적이게도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 속 인간의 정체성은 매우 불안해졌다. 따라서 개인은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소비자의 정체성이 과도하게 기술적으로 결정되는 부작용을 주의해야 하고, 기업들은 고객의 다원화된 정체성과 상황에 맞는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에 힘써야 한다.


​ ‘라스트핏 이코노미’는 마지막 순간의 경험이 중요해진 현상을 말한다. 배송(새벽 배송, 정기구독 서비스), 이동(슬세권, 전동 킥보드의 인기), 구매 여정(언박싱, 하울)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라스트핏 이코노미’는 주관적 합리성에 대한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현상과 1코노미 현상, 밀레니얼과 Z세대의 사회 진출이란 등장 배경이 있어 주목 받고 있는 트렌드다. 결국 차별화된 서비스가 생존 필수 경쟁력이란 점을 시사한다.


​ ‘페어 플레이어’는 공정성을 중요시하고, 브랜드의 ‘선한 영향력’에 주목하는 소비 트렌드다. ‘평등’이 다소 구조적이고 결과적인 측면과 연관된 개념이라면, ‘공정성’은 경쟁 상태에서 규칙을 적용하는 것과 더 관련 있는 개념이다. ‘페어 플레이어’들은 “내 작은 노력으로도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효능감과 자신감을 얻기 때문에,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매체에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낸다. 


​ ‘스트리밍 라이프’는 다양한 컨셉의 공간을 이용하면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해보는 것, 취미나 여가 활동을 전문가의 추천 콘텐츠를 구독하는 방식으로 만족하는 것, 렌탈 등의 정기 구독 서비스를 통해 빌리는 것 등을 포괄한다. ‘하나의 소장’보다 ‘다양한 경험’에 방점을 찍으며, 현재 젊은 세대가 부족한 자원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기 위해 정주하지 않고 부유하면서 실현하고 있는 노마드 라이프, 플랫폼의 발달에서 비롯됐다.


​ ‘초개인화 기술’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든 개인을 상황별로 구체화하고 더 자세히 접근하는 것이다. “아마존은 0.1명 규모로 세그먼트를 한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한 명의 개인을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더욱 자세하게 그려내 필요한 정보를 추천한다. 초개인화 기술에 의해 제품 생산 방식은 점차 ‘초소형 모듈화’ 방식과 함께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 단위로 생산해서 레고 블럭처럼 조립하는 방식과 개별 소비자가 원하는 색상과 형태만 만들어내는 방식이 이러한 초소형 모듈화 방식이다.


​ '팬슈머'는 상품의 생애주기 전반에 참여하는 소비자들,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동시에 간섭과 견제도 하는 소비자들을 부르는 트렌드 용어다. 팬슈머 트렌드를 통해 소비 패러다임이 소비에서 경험, 관여로 변화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팬슈머의 등장은 산업적, 기술적인 기반이 갖추어진 가운데 한국으 대중문화 전성기 때의 핵심 멤버들인 X세대와 경제 주축으로 진입한 밀레니얼 세대가 팬덤 문화를 이끌면서 발생했다.


​ 이제는 적자 생존이 아닌 특화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 '특화 생존'은 선택된 소수의 확실한 만족을 위해 고객의 특성, 고객의 니즈, 해당 상권, 하나의 역량에 힘을 쏟는 것을 의미한다. 차별화가 전문화가 경쟁사나 자기 회사의 역량에 초점을 맞춘 경영 전략이라면, 특화는 보다 소비지향적이고 디테일한 운영 전술이다. 고객에 대한 이해가 '경쟁자', '기술'보다 주요한 이유다.  


​ 대한민국 소비시장에서 '오팔세대'가 뜨고 있다. 오팔세대란 신노년층(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의 약자로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한 5060 시대를 뜻한다. 오팔세대는 현재 대한민국 인구의 약 2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고,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오팔세대의 가교노동(주된 직장에서 은퇴 후 경제활동에서 손을 뗄 때까지 경험하는 일련의 모든 노동), 여행 및 취미, 문화활동에서의 소비 등이 주목할 부분이다. 오키나와의 세계적 장수 마을에서는 삶을 '은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고 한다. 오팔세대가 만들어가는 변화도 노동과 은퇴로 삶을 이분하는 시선보다 하루하루 삶의 이유를 만들어가는 시선에 가깝다.


​ '편리미엄'.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누리려는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편리'를 잘 발굴해 이에 기반한 상품, 서비스 전략을 기획한다면, 가격 상승에 대한 소비자의 지불 의사를 이끌어내는 '프리미엄' 전략이 가능해진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똑똑하지만 게으른' 소비자다. 스마트오더 시스템, 스마트 체크인 서비스, 오디오북을 이용한 멀티태스킹, 심부름 서비스 등이 '똑게' 소비자들에 의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나는 특히 '아파트 조식 서비스'가 있는 아파트가 인상 깊었다. 맨날 가서 먹을 듯.)


​ 마지막으로 '업글인간'은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자기계발형 인간을 의미한다. 스펙 쌓기가 아닌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드는 매일매일의 성장(자식의 직무와 관련된 역량을 넘어 건강, 취미, 지식, 관계 등 나와 관련된 총체적 성장)이 주요한 지점이다. 경험경제에서 변화경제로 전환되는 시대, 소비자들은 자신의 진화를 돕는 경험이라면 기꺼이 소비한다. 이 때문에 온라인 재능 교류 플랫폼, 온라인 PT 서비스 등 자기계발 관련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 출간 직전까지 최대한 트렌드 변화와 이슈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바로 몇 주 전까지 내가 재미있게 즐겨본 예능 프로그램 <퀸덤>이 언급될 때는 신기할 정도였다. <퀸덤>에서 AOA가 보여준 '너나 해' 무대를 예로 들며 '탈 코르셋 운동', '젠더 프리 운동' 등 성 고정관념을 깨려는 변화를 이야기한다. 또한 '자이언트 펭TV'나 '뉴닉' 등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채널과 미디어를 적절히 예로 들어, 이 책 전반에 신뢰가 가도록 만들었다.


​ 다가올 트렌드에 관심 있는 독자, 마케팅 포인트 및 셀링 포인트의 강화를 위해 직무 역량이 필요한 독자,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픈 독자라면 확실히 읽어볼 만한 베스트셀러였다. 다만, 이전 시리즈를 한 번이라도 읽어본 독자라면 단어 몇 개만 고쳐 쓴 듯한 키워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구성에 실망감을 표할 수도 있겠다.


​ 부록을 보니, 사례 모집 안내글이 있었다. 그 많은 사례들을 취합하고 조사했을 과정이 궁금했는데 '제보'라는 창구도 있었구나. 본인 혹은 본인 기업의 새로운 상품과 마케팅, 캠페인, 정책, 서비스, 프로그램, 영화, 도서, 음반 등을 다가올 2021년 트렌드 사례로 밀고 싶다면, 제보글을 꼭 참고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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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 뉴스가 들리고 기사가 읽히는
토리텔러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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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북살롱 10월 도서 중 두 번째 《뉴스가 들리고 기사가 읽히는 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전공 수업에서 경제학이론1을 배울 때 익혔던 기초를 다시 복습하는 기분이다. 평이하고 쉽게 써있어서 읽기 전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술술 넘어갔다.

경제학에서 가장 처음 배우는 단어들 GDP, 금리, 인플레이션부터 사회초년생들에겐 아직 어려운 아파트 청약 및 분양, 주식 시장 등 경제 개념과 뉴스 속 이슈를 한꺼번에 빨리 얻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표로 개념을 한 번 더 그림으로 정리해주니, 아~주 가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짚어보고 가기 좋았다.

'토리텔러'라는 저자 이름이 낯설어서 혹시 어디서 글을 쓰셨던 분인지 궁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브런치 작가셨다. 요즘엔 확실히 브런치 작가가 출판계의 대세인 듯하다. 전문적이면서 잘 읽히는 글을 쓰시는 분들이 참 많다. 이런 작가님들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다는 '등단 제도'의 허점과 실질적 기능에 회의가 든다.

최근 읽은 경제경영서 중에 유튜버 투자캐스터가 쓴 《흔한 직장인, 마이너스 통장으로 시작하는 부동산 투자》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는 공기업을 다니는 저자가 9년 만에 27억을 벌게 된 투자 전략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는데, 저자가 처음 투자를 시작한 시기가 거의 지금 내 나이였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조급함도 들고 허탈함, 괴리감 등 다양한 감정에 휩싸였다. 하지만 나는 아직 적금 넣기도 빠듯한 월급을 받았고, 경제 뉴스를 보면 머리가 핑핑 돌았고,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는 처지에 놓여있으니 투자캐스터의 경험은 다른 세계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침 이 책을 읽은 덕분에 용기가 생겼다. 마치 이 책이 힘내라고 격려를 건네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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