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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0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20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0월
평점 :
연말이 되면 매년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미래북살롱 활동 덕분에 처음으로 마음을 잡고 정독해보았다.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 쥐띠 해라고 한다. 따라서 《트렌드 코리아2020》의 두문자어는 'MIGHTY MICE'로, 이 두문자어에 맞춰 운율을 살려 10대 트렌드 키워드를 설파한다. '마이티 마이스'는 쥐띠 해 2020년에 TV 시리즈 '마이티 마우스'의 주인공처럼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나가자는 의미라고 했다.
이 책은 '2020년 10대 소비 트렌드'의 골격을 2장에 걸쳐 간단한 몇 줄로 보여준 다음. 바로 '2019년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을 선정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2019년 소비 트렌드가 《트렌드 코리아 2019》가 전망했던 것과 어느정도 들어맞았는지 회고하는 장이 이어져 2019년 전반적인 정리를 가능케 한다. 이 책에서 독자들이 가장 기대했고 궁금했던 부분, '2020년 대한민국 10대 소비 트렌드'를 설명하는 부분은 실상 마지막 장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 배당되어 있다. 김난도를 포함한 공저자 8인은 10대 트렌드 키워드의 세 축은 '세분화', '양면성, '성장'이라고 했다. 이어지는 소비 트렌드는 다음과 같았다.
1) 멀티 페르소나 (Me and Myselves)
2) 라스트핏 이코노미(Immediate Satisfaction: the ‘Last Fit Economy’)
3) 페어 플레이어 (Goodness and Fairness)
4) 스트리밍 라이프 (Here and Now: the ‘Streaming Life’)
5) 초개인화 기술 (Technology of Hyper-personalization)
6) 팬슈머 (You’re with Us, ‘Fansumer’)
7) 특화생존 (Make or Break, Specialize or Die)
8) 오팔세대(Iridescent OPAL: the New 5060 Generation)
9) 편리미엄 (Convenience as a Premium)
10) 업글인간 (Elevate Yourself)
2019년 소비 트렌드를 한 번 읽은 뒤 보니 2020년 키워드는 그것에서 한 층 더 발전했거나, 그것과 깊게 연관되어 보이는 키워드가 많았다. 이를 테면, 2019년의 '데이터 인텔리전스'는 '초개인화 기술', '카멜레존'은 '스트리밍 라이프', '세포마켓'과 '나나랜드'를 합친 것이 '멀티 페르소나'처럼 느껴졌다.
그럼, 하나씩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멀티 페르소나'는 다매체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이 매체에 따라 장소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쓰는 가면'을 일컫는 말이었고, 심리학에서는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성격'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는 말이다. 요즘은 인스타그램 계정만 해도 하나의 계정만 만들지 않고, 취미나 덕질 등 특성별로 계정을 다양하게 만들고 자유롭고 유연하게 운영하는 형태를 선호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는 멀티 페르소나 현상이 실제 시장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았다.
(1) 양면적 소비의 증가
(2) 취향 공동체의 발달
(3) 나를 표현하는 캐릭터와 굿즈 열풍
(4) 패션, 미용 산업 등에서 젠더 개념 유연화
(5) 디지털 허언증과 느슨한 연대(느슨한 연대는 '게스트하우스 파티효과'를 일컫는데, 느슨한 관계의 사람들 사이에 있을수록 솔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간의 가면은 다양해졌지만 역설적이게도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 속 인간의 정체성은 매우 불안해졌다. 따라서 개인은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소비자의 정체성이 과도하게 기술적으로 결정되는 부작용을 주의해야 하고, 기업들은 고객의 다원화된 정체성과 상황에 맞는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에 힘써야 한다.
‘라스트핏 이코노미’는 마지막 순간의 경험이 중요해진 현상을 말한다. 배송(새벽 배송, 정기구독 서비스), 이동(슬세권, 전동 킥보드의 인기), 구매 여정(언박싱, 하울)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라스트핏 이코노미’는 주관적 합리성에 대한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현상과 1코노미 현상, 밀레니얼과 Z세대의 사회 진출이란 등장 배경이 있어 주목 받고 있는 트렌드다. 결국 차별화된 서비스가 생존 필수 경쟁력이란 점을 시사한다.
‘페어 플레이어’는 공정성을 중요시하고, 브랜드의 ‘선한 영향력’에 주목하는 소비 트렌드다. ‘평등’이 다소 구조적이고 결과적인 측면과 연관된 개념이라면, ‘공정성’은 경쟁 상태에서 규칙을 적용하는 것과 더 관련 있는 개념이다. ‘페어 플레이어’들은 “내 작은 노력으로도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효능감과 자신감을 얻기 때문에,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매체에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낸다.
‘스트리밍 라이프’는 다양한 컨셉의 공간을 이용하면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해보는 것, 취미나 여가 활동을 전문가의 추천 콘텐츠를 구독하는 방식으로 만족하는 것, 렌탈 등의 정기 구독 서비스를 통해 빌리는 것 등을 포괄한다. ‘하나의 소장’보다 ‘다양한 경험’에 방점을 찍으며, 현재 젊은 세대가 부족한 자원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기 위해 정주하지 않고 부유하면서 실현하고 있는 노마드 라이프, 플랫폼의 발달에서 비롯됐다.
‘초개인화 기술’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든 개인을 상황별로 구체화하고 더 자세히 접근하는 것이다. “아마존은 0.1명 규모로 세그먼트를 한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한 명의 개인을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더욱 자세하게 그려내 필요한 정보를 추천한다. 초개인화 기술에 의해 제품 생산 방식은 점차 ‘초소형 모듈화’ 방식과 함께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 단위로 생산해서 레고 블럭처럼 조립하는 방식과 개별 소비자가 원하는 색상과 형태만 만들어내는 방식이 이러한 초소형 모듈화 방식이다.
'팬슈머'는 상품의 생애주기 전반에 참여하는 소비자들,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동시에 간섭과 견제도 하는 소비자들을 부르는 트렌드 용어다. 팬슈머 트렌드를 통해 소비 패러다임이 소비에서 경험, 관여로 변화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팬슈머의 등장은 산업적, 기술적인 기반이 갖추어진 가운데 한국으 대중문화 전성기 때의 핵심 멤버들인 X세대와 경제 주축으로 진입한 밀레니얼 세대가 팬덤 문화를 이끌면서 발생했다.
이제는 적자 생존이 아닌 특화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 '특화 생존'은 선택된 소수의 확실한 만족을 위해 고객의 특성, 고객의 니즈, 해당 상권, 하나의 역량에 힘을 쏟는 것을 의미한다. 차별화가 전문화가 경쟁사나 자기 회사의 역량에 초점을 맞춘 경영 전략이라면, 특화는 보다 소비지향적이고 디테일한 운영 전술이다. 고객에 대한 이해가 '경쟁자', '기술'보다 주요한 이유다.
대한민국 소비시장에서 '오팔세대'가 뜨고 있다. 오팔세대란 신노년층(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의 약자로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한 5060 시대를 뜻한다. 오팔세대는 현재 대한민국 인구의 약 2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고,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오팔세대의 가교노동(주된 직장에서 은퇴 후 경제활동에서 손을 뗄 때까지 경험하는 일련의 모든 노동), 여행 및 취미, 문화활동에서의 소비 등이 주목할 부분이다. 오키나와의 세계적 장수 마을에서는 삶을 '은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고 한다. 오팔세대가 만들어가는 변화도 노동과 은퇴로 삶을 이분하는 시선보다 하루하루 삶의 이유를 만들어가는 시선에 가깝다.
'편리미엄'.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누리려는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편리'를 잘 발굴해 이에 기반한 상품, 서비스 전략을 기획한다면, 가격 상승에 대한 소비자의 지불 의사를 이끌어내는 '프리미엄' 전략이 가능해진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똑똑하지만 게으른' 소비자다. 스마트오더 시스템, 스마트 체크인 서비스, 오디오북을 이용한 멀티태스킹, 심부름 서비스 등이 '똑게' 소비자들에 의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나는 특히 '아파트 조식 서비스'가 있는 아파트가 인상 깊었다. 맨날 가서 먹을 듯.)
마지막으로 '업글인간'은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자기계발형 인간을 의미한다. 스펙 쌓기가 아닌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드는 매일매일의 성장(자식의 직무와 관련된 역량을 넘어 건강, 취미, 지식, 관계 등 나와 관련된 총체적 성장)이 주요한 지점이다. 경험경제에서 변화경제로 전환되는 시대, 소비자들은 자신의 진화를 돕는 경험이라면 기꺼이 소비한다. 이 때문에 온라인 재능 교류 플랫폼, 온라인 PT 서비스 등 자기계발 관련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출간 직전까지 최대한 트렌드 변화와 이슈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바로 몇 주 전까지 내가 재미있게 즐겨본 예능 프로그램 <퀸덤>이 언급될 때는 신기할 정도였다. <퀸덤>에서 AOA가 보여준 '너나 해' 무대를 예로 들며 '탈 코르셋 운동', '젠더 프리 운동' 등 성 고정관념을 깨려는 변화를 이야기한다. 또한 '자이언트 펭TV'나 '뉴닉' 등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채널과 미디어를 적절히 예로 들어, 이 책 전반에 신뢰가 가도록 만들었다.
다가올 트렌드에 관심 있는 독자, 마케팅 포인트 및 셀링 포인트의 강화를 위해 직무 역량이 필요한 독자,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픈 독자라면 확실히 읽어볼 만한 베스트셀러였다. 다만, 이전 시리즈를 한 번이라도 읽어본 독자라면 단어 몇 개만 고쳐 쓴 듯한 키워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구성에 실망감을 표할 수도 있겠다.
부록을 보니, 사례 모집 안내글이 있었다. 그 많은 사례들을 취합하고 조사했을 과정이 궁금했는데 '제보'라는 창구도 있었구나. 본인 혹은 본인 기업의 새로운 상품과 마케팅, 캠페인, 정책, 서비스, 프로그램, 영화, 도서, 음반 등을 다가올 2021년 트렌드 사례로 밀고 싶다면, 제보글을 꼭 참고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