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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빛의 살인
줄리오 레오니 지음, 이현경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고 더운 날씨에는 추리소설이 딱 어울리는데다가 단테의 빛의 살인이라는 제목이 매우 흥미로웠다. 집에 도착한책은 모두 두 권이었는데 그 중 단테의 빛의 살인을 읽었다.
500페이지의 분량의 비교적 두꺼운 이 소설은 절반 이상이 배경 설명과 인물묘사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것 같다. 실제로 앞선 서평들 중 절반가량은 기대를 미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나 또한 읽는 내내 불안했다. (이러한 선입견 때문에 보통은 남의 서평을 미리 읽지 않는다.) 처음의 배 안에서의 살인사건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흡사 '보물섬'을 보는 듯 긴장하게 되었고 때마침 독서하는 몇일을 자정이 넘은 시각에 스탠드만 달랑 켜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 등골이 오싹하기도 했다. (어쨌든 '살인'아닌가) 또한 단테와 수도사의 쫓고 쫓기는 장면에서는 수도사가 보이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면서 어쩐지 오페라의 유령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재미있었다. 이후 여관의 사람들을 설명하고 그들 모두 용의 선상에 오르면서 책의 상당부분을 필요이상으로 써버린게 아닌가 싶어 실망스럽기도 했다. 마지막 50장정도를 남겨놓고 서서히 실제범인이 밝혀지고나니 놀랍기도 하고 아리송하기도 했다. 어쩐지 500페이지는 이 이야기에 비해 너무 장황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딱히 어떤 종교에 적을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더 중립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장점을 가진 반면 특정 종교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책을 전부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단점도 있었다. 특히나 외국의 많은 소설이 그렇듯 인물의 이름을 따로 적어두지 않고는 나중에 이 사람이 누구였나 헷갈리는 때가 여러번이었고 지명또한 익숙치 않았다. 난해한 독서는 부정확한 활자도 한 몫을 했다. 급하게 책을 읽느라 따로 어느 페이지라고 적어두지 못했으나 편집과정에서 오류가 생긴것인지 잘못 인쇄된 글자가 여럿 보였다. 출판사 쪽에서는 급히 인쇄를 하여 세상에 책을 빨리 내 놓고 싶은 욕심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다음 판에서는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주었으면 한다.
읽는 내내 몇 해 전에 유럽여행에서 이탈리아에 머물 때 본 피렌체가 떠올라서 행복했다. 그곳은 나라 전체가 시간이 멈추어버린 도시였다. 바티칸이 있는 나라, 고대 유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나라, 무교인 나도 미술 작품들을 실제로 보면서 정말 신이 실제하였는가 생각하게 했던 여정.
여행중에
'유럽인들은 조상덕에 먹고사는 사람들이야'
하고 농담으로 몇 번을 이야기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이 농담을 줄곧 되새기곤 하지만 실재하는 유물들을 통해서 자신들의 역사를 늘 되돌아볼 수 있고 그것에 대한 자부심과 반성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그래서 늘상 이렇듯 현재까지도 문학이라는 예술에 대한 열매를 끊임없이 창조할 수 있는 그들이 부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