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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ㅣ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년전 일본소설을 좋아하던 때에 책소개를 보고 읽고자했던 책이다. 이 책과의 인연은 참으로 묘한 것이었다. 읽을만 하면 빼앗기고 또 읽기 시작하면 빼앗겨서 '아 이 책은 나와 인연이 아닌가보다'하는 동시에 '이 책이야말로 나와 인연이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1년만에 완독했다. 작년 3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기한 내에 읽지 못해 '요스케' 부분까지만 읽고 반납해야했다. 그 후 우연한 기회로 카페에서 쿠폰을 얻어서 u-book(휴대폰으로 책읽는 기능)이라는 것을 구할 수 있었다. 그 기쁨도 잠시. 내 휴대폰 기종으로는 더이상 책을 읽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공병호의 '초콜릿'을 '화장실에서 읽는 책'으로 정하고 한달여만에 완독한 후 다음 화장실 책으로 '퍼레이드'를 골랐다.
이 책은 5명의 젊은이들이 한 집에 모여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5명 각각의 눈으로 본 소설이다. 5편으로 나뉜 것 중 마지막 에피소드를 남겨두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래 한국의 신인 작가들이 쓴 소설이 기존의 일본 소설들과 너무 닮아있다는 생각. 그런 생각을 하니 왠지 씁쓸했다.
그런 의미에서 요시다 슈이치는 일본작가라는 표현을 온전히 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일본 문학을 소리로 표현하자면 굉장히 조용한 자연적인 소리라고 하고 싶다. 진부하겠지만 사쿠라가 만발한 일본의 숲을 거니는 사람이라면 제 아무리 천방지축 사무라이라도 칼을 접고 다소곳해질수 밖에 없는 그런 분위기랄까. 하지만 사쿠라가 희고 순결한 이미지와 밝고 귀여움을 동시에 지닌 꽃인것 처럼 일본의 소설 또한 조용한 가운데 탁 하고 내리치는 맑고 경건한 목탁소리 처럼 자기색을 표현하는 무언가가 있다.
젊음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글이 쓰여질까. 5명의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청춘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보통의 젊은이들이 그렇듯 책 속의 주인공들 또한 그것이 청춘인지도, 젊음인지도 모른채 살고 있는듯 보인다.
가시를 품은 장미처럼 청춘은 저마다의 가시를 품고 있다. 장미가 가시를 보란듯이 드러내고 있다면 청춘은 그 가시를 스스로 깍아내며 세상과 자기 사이에서 갈등하고 소통한다는 것이 다른 점일까.
열정, 욕망을 어디로 분출할지 모르고 방황하고 소모하는 청춘. 이 책 속의 청춘은 도시의 먼지와 같은 색이다. 어둡고 불투명해서 닦아도 닦아지지 않는 먼지. 그럼에도 청춘은 충분히 빛나고 있다고 결론짓게 하는 책인 이유는 청춘의 도시에도 비가 내리기 때문일 것이다. 때론 폭풍같은 비로, 때론 느끼지 못할 잔비로 저마다의 먼지를 쓸어보내는 것이다.
매일 밤 '나'라는 장미가 핀 도시의 뿌연 먼지를 닦아내듯 이 책을 읽어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