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말 뉘앙스 사전 - 유래를 알면 헷갈리지 않는
박영수 지음 / 북로드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고 나면 독후감을 남겨두곤 하는데 처음에는 몇자 적는 것도 버거웠으나 점차 장문의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의 길이가 길어지고 나서는 그 내용과 분위기를 다듬기를 원하게 되었다. 듣기로 영문학의 경우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쓰지 않는 것이 묘미'라고 하던데 우리 글도 다를게 없다. 맛깔나는 글이라함은 다양한 표현과 글쓴이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단어를 익힐 필요가 있었다. 단어를 알고 있더라도 정확히 어떤 분위기인지도 스스로 인지하고 있어야만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잠시 혼자서 두꺼운 국어 교재를 가지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비슷한 단어, 외래어, 파생어, 고유어 등을 익혔는데 우리말은 쉽게 소화해낼 수 없는 깊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국어라고 해서 순한글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한자어와 외래어(몽고, 중국, 일본, 서양 등등 수많은 외래어가 있다), 외국어 까지 합하면 너무나 광범위하기에 겁부터 먹었다. 천천히 기회가 날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연습을 해보자는 마음을 먹고 있던 참에 [우리말 뉘앙스 사전]이 출간되었다. 단어 사용에 있어서 뉘앙스의 차이에 따라 글의 맛이 달라지는 것을 절감하고 있던터라 반가운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400 쪽이 조금 넘는 두께의 책은 사전 형식으로 ㄱ부터 ㅎ까지 겉면으로도 색깔 표시가 되어있어서 쉽게 말을 찾을 수 있으며 맨 뒤에는 표제어를 순서대로 뉘앙스가 비슷한 말과 함께 페이지를 표시해 두었다. 비슷한 뉘앙스를 가진 두세가지의 말이 그렇게 쓰이게 된 '유래'를 풀어 써놓았는데 마치 전래동화를 보는 듯 재미있고 쉽다. 각 뉘앙스 표제어 마다 말미에 사전 형식의 요약과 활용 예문을 한문장씩 써 놓아서 급할 때는 사전처럼 찾아서 요약부분만 보아도 도움이 될 듯하다.
책 속에 실린 표제어 가운데 재미있게 읽은 것은 '시치미 떼다'라는 표현에 대한 유래이다.
옛날 사냥꾼들은 매를 이용해 꿩을 잡았다. 사나운 매를 길들이기 쉽지 않았는데 주인은 애써서 길들인 매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꽁지에 주인 이름을 새긴 패를 달아놓았다. 이것을 '시치미'라 한다. 훈련된 남의 매를 몰래 훔쳐갈 때 시치미를 떼고 가져가는데서 비롯된 말이 '시치미 떼다' 란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던 관용적 표현이 저마다 유래를 가지고 태어난 것을 알게 되니 말을 쓰면서도 그 뉘앙스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는 순한글 표현 외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외래어나 시사적인 외국어 표현도 함께 실려있어서 상식을 넓히는데도 좋을것 같다. 책을 읽고나서 평소에는 뭉뚱그려서 쓰던 말들도 적절하게 어느때 사용하면 더 좋은지 고민하게 되었다. 아쉬운 점은 익숙하지 않은 말의 경우에는 한번 책을 읽는다고 해서 그 말의 의미와 뉘앙스가 내 것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 속에 있는 말 뿐만 아니라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말들도 관심을 갖고 자주 사용하다보면 분명 좋은 표현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