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 이야기
마르셀로 비르마헤르 지음, 김수진.조일아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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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셀로 비르마헤르'

 이 책을 처음 인터넷에서 보고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동기는 제목이 아니었다.(정말?) 어떤 계기로 인해 지난 몇달간 책을 고르는 새로운 버릇에 추가된 것인데, 제목과 표지, 이름난 작가 등의 요소를 제외하고 바로 작가 프로필을 보는 것이었다. 매번 비슷한 나라의 비슷한 소설을 읽는다는 생각에 잘 읽지 않던 작가의 책도 읽겠노라고 다짐한 것이다. 아르셀로 비르마헤르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아르헨티나 작가의 현대소설은 나에게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으며 게다가 그는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이력을 가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유대인이라... 중동분쟁이 일어나는 지금 유대인은 하나의 이슈이다. 뭐 이런 저런 이유를 가지고 이런 이력의 작가는 어떤 글을 쓰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하나 덧붙이자면 평소 소소하게 호기심을 자극했던 유대인의 문화 체험이랄까. 나는 유대 문화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아주 어릴적부터 우리집 책장에 꽂혀있던 '유태인의 천재교육'이라는 책의 표지만 보면서 부터 그들의 독특한 생활방식과 두뇌구조가 궁금했던 것이다.

'임자 있는 남자'

 불륜 드라마라거나 영화, 소설등에서 종종 등장하는 '임자 있는 남자'에 대한 처녀들의 호기심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좋다 나쁘다는 차치하고, TV의 불륜장면을 보며 '저 나쁜년!' 이라고 공감하는 '내 남자'를 소유하고 있는 아줌마들의 시선이 아닌 '임자 있는 남자'의 입장에서 쓴 유부남의 일상 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30대 후반의 유부남은 안정된 가정과 평생 동반할 '사랑스런' 아내와 토끼같은 자식이 있다. 그는 가끔씩 젊었을 적 일상이었던 '일탈'을 꿈꾼다. 아내가 아닌 여자가 등장하고 그녀들은 하나같이 빠방한 가슴을 가지고 있으며 탄력있는 허벅지가 그의 마음을 흔든다. 그 여자야 어찌 생각하건 그는 이미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한번쯤은 '저 여자와 춤을 추고 싶군. 땀을 흠씬 흘리면서...'하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 그것은 가정파탄이나 이혼의 요소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사랑'이라기 보다는 남성이기에 가지는 하나의 본능인 것이다. 남녀는 서로를 절대적으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랑하지만 상처도 준다. 특히 결혼제도 안에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사건들이 종종 벌어지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유부남의 일탈, 바람, 가정, 아내, 애인, 아이들, 꿈, 유년시절, 거짓말들이 적절한 유머로써 심각하지 않게 처리되고 있다. 소설 안의 아내들조차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러려니 하게 되는 유머 말이다. 어떤 것이 현명한 것이고 어떤 것이 불행의 시작인지는 말하기 힘들다. (결정적으로 나는 아직 미혼이다 ㅠㅠ) 어쨋거나 이런 불륜스럽고 낯뜨거운 소재를 매우 유쾌하게 그려낸다는 것이 이 책의 맛이다. 남편 몰래 다른 남자를 만나는 부인과 아내 몰래 아들 친구의 엄마를 만나는 남편의 이야기가 이토록 유쾌하고 비밀스러울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질투에 몸서리치는 아내의 샤우팅도, 걸리고 나서 수습하려 애쓰는 남편의 비굴함도 성자처럼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 그러나 역시 나는 남자도, 유부남도 아니어서 시종일관 등장하는 이 책 속 유부남들의 젖가슴과 허벅지에 대한 열망에 대한 표현이 좀 심하다 싶다. 좋아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너무 자주 언급한달까 ㅋ

'유대인 작가의 시점'

내가 기대했던 유대인적인 문화와 시각이 역시 요소요소에서 등장한다. 각주로 설명되어지는 여러 유대인 문화와 '우리는 고해성사를 하지 않잖나' 하는 영감의 말을 이해하기에는 내가 너무 무지했다. 거기에는 내가 종교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한 몫했을 것이다. 그들의 문화는 내가 느끼기에는 약간 독특하고 생소했다. 동시에 분쟁에 대한 시선도 생각해볼만 하다. 우리가 열사들을 테러리스트라고 하지 않듯이, 그들도 분쟁을 바라보는 방법이 약간은 자기중심적이다. 역사의 해석라는 것은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을 가장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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