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평전 - 세계적인 석학 자크 아탈리의
자크 아탈리 지음, 이효숙 옮김 / 예담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사상이나 철학서를 읽을 때 가장 난감한 것이 독자로서의 무지이다. 그런점에서 아주 어린 나이부터 철학서를 읽고 어떤 감명을 받았다는 위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놀라울 따름이다. 위인들이란 하나같이 누구의 책을 읽고,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연대순으로 읊고 다니지 않는가. 이번 마르크스와의 만남은 나에게 또 한번의 좌절을 가져다 주었다. 더불어서 경외심과 호기심까지 함께.

 1818년, 그리고 2007년을 맞이하는 지금.
그 사이의 무수한 시간들을 어떻게 매꿀 수 있을까. 마르크스가 탄생하기 이전에도 있었을 사회적 변동과 내가 태어나기 이전까지의 역동의 시기들은 서로 연결지어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를 살고 있는 나는 아직 그 틈을 알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리고 궁금해진다. 2006년을 있게한 모든 역사적 사실과 사상들, 그리고 사람들을..
 
 소위 '민주주의' 또는 '자본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여타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국가들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러가지의 것들 중에서 손에 꼽히는 것은 단연 '분단의 역사'이다. 사상적으로 대립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사상이 종교보다, 인간애보다 투철해질 때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우리는 몸소 경험하고 있다. 대립, 투쟁, 전쟁이후의 분단의 상황을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는 비인간적이고 입에 담을 수 없는 것으로 치부되는가 하면,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조차 쥐구멍에 들어앉아 죽은듯이 살아야하는 사회. 그래서 통일이후에도 사상적 통합이 어려울 것이라고 하는 말이 나오고, 일본이나 미국보다도 반대 체제 또는 북한에 대한 연구가 미흡해서 현재의 대북정책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또 한번의 격동의 시대를 예견하고 있는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마르크스는 더 이상 죽은 사상이 아니라 재해석되어야 하는 미래지향적 사상일지도 모른다.

 민주주의의 승리.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이미 자본주의가 승리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유용한 사상은 민주주의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양면적인 것을 담고 있다. 아무리 좋은 약도 분명 하나씩의 부작용을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말이다. 이제 우리들 눈을 가리고 있던 검은 천을 풀고 세상 밖을 바라보아야 한다. 사상은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겠으나 적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사상이 적이 되었을 때 얼마나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지 이미 알지 않는가?

 70년대의 금지곡들을 기억하는가. 금지곡과 같았던 사상적 노래인 마르크스에 대해 비교적 사회주의에 관대해졌다는 젊은세대의 한명인 나조차도 어느정도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나는 아직 기본철학에 대해서도 무지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느 쪽이 어떻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걱정되는 것은 자꾸 머리가 굳어가고 어려운 말이 나오면 이해가 힘들어진다는 것 ㅠㅠ)

 마르크스에 대한 평전이 나온 것은 지금 우리 사회가 그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에게도 젊음은 곧 혁명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에 비하면 너무도 유약해진 지금의 젊은이들은 어찌보면 사상이나 철학에 대해 무관심해져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사회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것일지도 모른다. 사상이니 철학이니 하는 것은 접어두고, 먹고 살 궁리나 해야하는 현실이 그렇다.

 마르크스는 매우 단단하다.
1인지 0인지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1이라는 혹은 0이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그냥 0.5를 하면 안될까 하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다. 1이라거나 0이라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힘든가. 어떤 사람의 주장이라는 것이 그러하다. 그리고 그 주장은 이론이며 사상이다. 하물며 100분 토론에 나오는 사람들끼리도 울그락 붉으락하며 감정컨트롤을 해야 하는 것이 논쟁이라는 것인데 사상가가 되기 위해서는 평생을 그런 논쟁에 대응하는 철학적 가치관이 강하게 정립되어있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르크스는 매우 단단한 사람일 것이다.

 이 책에는 마르크스에게 깊이 영향을 주었던 그의 아버지 부터 조명하기 시작한다. 그가 태어나기 이전에 그의 아버지가 걸었던 길에 대해서, 그리고 유태인이라는 민족적 운명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그가 아버지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또한 그의 혈통이 그의 삶이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그가 감명받았던 철학가들과 동시대를 살았던 위인들 또한 그러하다. 그러고보면 사람이란 남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1800년대를 살았던 마르크스는 얼마나 오래전의 사람인가. 그런데 그가 영향을 받은 여러 사상가들의 경우에는 훨씬 이전의 사람이었을테니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철학과 사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 겁부터난다. 지금은 비록 마르크스를 전부 이해하기 어렵지만 노력해보기로 했다. 그를 포함한 여러 위인들을 만나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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