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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의 수수께끼 - 흥미진진한 15가지 쟁점으로 현대에 되살아난 중국 역사
김영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일본이 저지르는 한국사 왜곡에 대해서는 언제나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일본에 품고 있는 관심의 절반 정도 될까? 실제로 그들이 어떻게 역사를 왜곡하는지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다. 그만큼 정부도 정계도 학계도 매체도 관심이 적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00년 들어서면서 중국에서 은밀하게 자행되고 있는 한국사 왜곡에 대해 한국민들의 관심을 높아졌다는 것이다. 결정적인 계기는 2002년부터 시작된 동북공정 프로젝트다. 매스컴에서 동북공정에 대해 떠들기 시작하자 네티즌들은 물론 정부와 정계, 그리고 학계에서도 규탄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고조선사를 비롯 고구려사, 발해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 하는 중국의 억측을 향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을 뺀 이들 주류들의 목소리도 냄비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데 그치고 말았다. 너무 빨리 식어버린 것이다. 정부 차원의 대응책 모색이나 정계와 학계가 연대해서 체계적 대응책 마련을 해야 함에도 언제나 순간적인 이미지 관리나 이벤트성 대응에 그치고 만다는 것이 씁쓸할 따름이다. 그들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안타깝고 씁쓸함에 그칠 뿐인가에 대한 답을 <중국사의 수수께끼>(김영수 지음/랜덤하우스 간)의 저자가 던져 주고 있다. 초반에 너무 흥미와 재미 위주의 이야기들로만 가득 담고 있어서 기존의 흥미 위주의 역사서들과 다를바가 없다는 생각을 가졌지만 다 읽은 지금 그 생각을 고쳐 먹었다. 독자를 설득하고자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지만, 오히려 독자들이 크고 작은 힘이 되어 한국의 정부와 정계, 학계, 그리고 다른 분야의 지식인들을 설득시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머물렀다.
저자는 요(堯)임금이 순(舜)임금에게 '선양(禪讓)'이라는 이름으로 절대 권력을 넘겨주는 것에서 이 책의 첫머리를 열어간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요순임금의 선양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역사가 남긴 흔적에서 발췌해 알려 주고 있다. 저자는 시작을 왜 선양으로 했을까? 독자들이 중국사를 비틀어 생각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발점으로 여겼던 건 아닐까?
제1장부터 제3장까지는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중국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 사이사이 한국사도 조금씩 끼워넣으면서 은근하게 독자가 비교해 볼 것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제4장으로 들어가면서 중국사의 진짜 수수께끼가 무엇인지, 왜 수수께끼라 이름했는지 그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조금씩 커튼을 올려 주고 있다. 중국을,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그리고 사선으로 중국 전체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길라잡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운하에서는 중국 역사가 가지고 있는 저력을, 사막에서는 중국의 미래적 잠재력을, 진시황릉에서는 중국 황제의 막강한 힘을, 화폐에서는 중국의 시장경제의 튼튼한 역사성을, 관리 제도에서는 중국의 철저한 선진형 제도를, 이상주의자 제갈량에서는 현재 중국 역사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의 선택 이유를 보여 주고 있다. 중국 역사의 과정 전반 들여다 볼 수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대운하는 광할한 중국 영토를 위에서 아래로 가로지른다. 부족한 수자원을 보충하고, 원활한 물자 이동과 군사력 이동으로 강한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절대 권력자의 염원의 발원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 대운하의 건설이 한 나라의 흥과 망이 반복되는 속에서도 장장 1700년 동안 변함없이 건설과 보수관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대운하가 중국 역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경제 성장과 문화 발전, 민생 안정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 시대만을 엿볼 수 있는 시황릉은? 이 책에서는 만리장성의 웅장함보다 시황제의 황릉에 역점을 두었다. 그것도 단순히 황릉만을 언급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현대에 와서 황릉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통치자의 입장과 지방자치의 입장, 그리고 역사학자들의 입장을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시황릉 전체가 아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진용 유적에 국한 되어 있는데 말이다. 왜일까? 유적을 대하는 자세가 한국과 상이하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의 땅파기 놀음도 아닐진대 우리내의 역사발굴 인식은 문화재청의 어린아이식 발상으로 심하게 말해 도굴에도 정당성을 부여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에 반면교사를 삼게 하려는 것이라 보았다.
각 성, 자치구, 직할시의 문물기구와 고고연구기구 및 대학 등은 과학적으로 연구, 진행되는 고고 발굴을 위해 반드시 발굴 계획을 제출하고 국가문화행정관리 부문의 위원회에 보고하여 중국사회과학원의 심사를 거친 다음 국가문화행정관리 부문의 비준을 거쳐야만 비로소 발굴을 진행할 수 있다.
이 글이 가슴에 와닿고, 한국의 현실이 부끄러운 이유다. 아래는 한국의 문화재청를 대하는 지침이다.
2007년 5월 7일 대한민국 문화재청은 '매장문화재 조사업무처리지침'이라는 매장 문화재 발굴 조사 기준 완화 지침을 발표했다. 그 요지는 ① 대학 박물관 발굴 제한 규정(발굴 기간 연 150일 이내, 발굴 면적 4,000평 이내)의 철폐, ②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되는 발굴 기준의 완화(발굴 예상 기간 100일 이상에서 200일 이상으로) ③ 발굴지도위원회 개최 간소화(출토 유물이 없거나 규모가 작은 발굴은 1인 지도 가능) 등이다. 또 발굴 조사 완료 후 2년 이내(2년 연장 가능)에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를 기간 내 제출하지 못했더라도 소규모 발굴은 진행할 수 있게 했다.
이것뿐이랴. 수천 년을 이어온 관리 제도는 어떤가. 지금 중국이 세계를 향해 솥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56개 소수 민족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관리 제도가 그 바탕에서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중국 역사의 하나의 나라의 모습이 아닌 저자의 말처럼 중국 전시대와 세대를 거듭해 수정해 오면서 철저하고 완벽하게 다져진 제도인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에 가서 제갈량을 왜 거론했을까? 무엇보다 도덕과 윤리를 강조하고 자식 교육을 강조한 제갈량을 말이다. 또 제갈량이 두 가지가 부족했던 유비를 선택한 이유를 왜 강조했던 것일까? 제갈량을 통해 도덕과 윤리가 무너지고, 철학과 주체성, 자주성과 독립성이 무너진 현재 한국 사회를 통찰해 보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현재 중국이 이러한 한국 사회의 약점을 이용해 중국 고대사에 공백으로 남아 있는 하(夏), 상(商), 주(周, 서주)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연대를 확정하는 국가적 사업인 단대공정(斷代工程)이라는 엄청난 도발을 강행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저자는 걱정한다. 중국의 야욕을. 그리고 중국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일제 식민사관의 망령들을 말이다. 그는 아직도 학계의 중심 세력이자 후진 양성 중심측들이 식민사관에 단단히 갇혀 있는 학자들이란다. 그들이 저지르는 말과 행동들은 그들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유구한 역사를 스스로가 부정하는 꼴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한국사를 이끌어가는 진정한 역사학자인지 아이러니하다. 그들의 크나큰 잘못으로 우리의 풍납토성이 연대도 맞지 않는 중국의 군현인 대방군 치소가 되었다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 책은 부분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전체를 하나로 보고 전체 속에서 행간을 읽어가야 한다고 본다. 각 장에서 거론되는 중국의 역사들을 퍼즐 맞추기 식으로 좇다보면 중국사의 '수수께끼'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저자의 의도에 보다 가까워지고, 본문 사이사이 숨겨 놓은 온전한 한국사를 위해 바로잡아야 할 것들과 우리들이 해야할 노력들을 보게 될 것이다. 중국이 역사를 무기로 삼게 해서는 안 된다. 특히 한국의 고대사를 그들이 쥐락펴락 하게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