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 애장판 1
이와아키 히토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기생수(奇生獸), 기이하게 태어난 짐승인가. 처음 1권의 표지를 보았을 때, 사람의 얼굴이 튀어나오는 형상에 약간 거부감을 느꼈다. 그 때는 몰랐다. 기생수가 기생충(奇生蟲)과 비슷한 말이라는 것을. 이거 보고 꿈자리가 사나운 거 아냐. 아님 혼자 밤에 걷기 힘들어진다던지. 그때는 자정이었기에, 책을 다음날로 미루고 자야만 했다. 호러물을 은근히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 겁이 많은 나는, 새 책을 대할 때마다 머릿 속으로 저울질을 많이 한다. 재미와 공포라는 두 개의 감정을 놓고.

햇빛이 역시 좋아. 다음날 낮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기생수, 역시 이 책은 재미있었다. 사람의 신체가 변형되고 서로 죽고 죽이는 잔혹한 장면은 많아도. 눈에 거슬리지 않았다. 왜? 그것에 걸맞는 줄거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어느날 인간의 몸을 숙주로 하는 생명체가 나타나 인간을 잡아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오른쪽 손만 기생수가 된 주인공 신이치가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에이리언', 'X-파일'이나 '바이러스' 등 다른 스릴러 영화에서도 인간의 몸을 숙주로 하는 생명체를 흔히 다루었기에 그리 공포감은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어머니를 잃은 신이치의 고뇌, 자신이 낳은 사람의 아이에게 모성애를 가지게 된 기생수 타무라, 점차 인간의 몸을 숙주로 하면서 인간이 되어가는 기생수들, 또 물리적으로 한없이 나약한 인간이 어떻게 기생수를 이겨낼 수 있는지. 여러 모로 뒷편이 궁금해져 쉬지 않고 내리 읽었다.

그러면서 다른 생명체의 입장에서 인간이란 생물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뒷덜미가 서늘해져 올 정도로 무서운 공포물은 아니어도, 오랫만에 만나는 흥미진진한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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