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 남편이 친구들에게 가족 동반으로 한 번 내려오라고 연락을 했다. 우리 집 근처가 마침 해수욕장도, 계곡도 있고 박물관도 있어, 여름 한 철 장사하는 곳이라, 몇 년째 못본 얼굴 한 번 보면 좋을 듯 싶어 연락을 했다. 

그 중 대구의 친구가 다음 주 월요일이 애들 개학이라서 내려오기 힘들다 한다. 주말에 초등3학년 아들 녀석 방학숙제 챙겨야 한다는 가정적인 그이의 말에 남편과 나는 풋, 하고 웃고 말았다. 우리는 개학이 9월 1일인데, 대구는 개학이 8월 23일이구나.하면서. 서로가 엇갈리니 짧았던 여름 방학이 더욱 짧아진 듯 하다.  

이제 슬슬 개학을 앞두고 방학 숙제가 눈 앞에 다가온다. 개학 전날에 밀린 일기장에 일기를 써내면서 날씨를 무엇으로 적을까 하는 초등학생은 아직도 많겠지. 

한마디로 방학숙제가 너무 많다. 초등학교 아이 둘 가진 엄마로서 옆에서 보고 있으니, 체험보고서며, 만들기며, 한자 숙제 같은 종류는 아이가 혼자 하기에 어려워 보인다.  

방학 때는 실컷 놀면 안될까. 여름 햇살에 토마토가 익어가듯 그냥 자라게 하면 안될까. 

다행하게도 우리 두 아이는 일기 빼고 방학 숙제를 미리 다 했다. 자발적인 것은 아니었다. 애들 외삼촌이 미리 방학 숙제를 해놓지 않으면 컴퓨터를 못하게 한다고 미리 얘기를 해 놓은 것이다. 게다가 게임 캐릭터 삭제까지. 아들 입장에서 꽤 현실성 있는 위협이었다.  

실컷 놀게 해 줘도 맞벌이 부부의 아이는 여름 햇살 속에 커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가장 좋은 친구지. 

방학 숙제가 끝나던 날, 아들의 기쁜 얼굴을 씁쓸하게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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