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늘 내게 좋은 친구이다. 나이가 몇 살 많은 인생의 선배며, 삶의 희노애락을 같이 하는 사람이다. 물론 미울 때도 있지만, 사랑할 때가 많고. 오해할 때도 있지만, 서로 이해할 때가 더 많이 있다. 대화를 하면서 그에게서 배웠다.  

그 날도 남편과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나는 요즘 넣고 있는 보험을 생각하고 있었다. 일년째 넣고 있는 연금 보험이 있는데. 일년 이상 저금을 들거나 보험을 드는 것이 물가 상승률에 비해 그다지 옳은 결정이 아니라는 것이  내 평소 지론이었다. 순전히 보험을 넣은 것은 돈보다 더 중요한 사람과의 친분 때문이었다. 그래서 적당한 시기에 해지할 계획이었다. 해지 시기와 찾을 돈은 어떻게 쓰느냐가 내 관심사였다. 벌써 마음 속으로 그 돈 찾으면 작은 텃밭용 땅을 사리라 마음먹고 남편의 동의가 필요해서 말을 꺼냈다.

나: 설계사가 그러는데, 5년 되면 원금이 보장된데... 연금 보험이라는데, 연금으로서 미래를 보장하다니, 그건 아닌것 같애. 차라리 5년 되면 그 돈으로 땅 사놓는 게, 노후 보장으로 좋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해? 

남편: 원금 보장이 될까? 그냥 땅 속 단지 속에 묻어 놓은 돈 취급하는 게 나을걸. 그런 건 10년이상 묻어놓아야 나중에 이자가 좀 불지. 5년이면 별 쓸모가 없을걸.

때마침 차가 신호를 받아 서 있는데, 노인 한 분이 폐지를 담은 리어카를 달고 있는 개조 오토바이를 탄 모습이 우리 둘의 눈에 띄였다.  작년에 새까맣게 깡마른 노인 한 분이 땡볕에서 몇 킬로의 거리를 리어카를 끌며 위태위태걷던 모습이 떠올랐다.

나: 작년에 폐지 줍던 그 노인이 어떻게 되셨을까? 올해 들어 통 보이지 않으시네. 아마 돌아가셨겠지. 우리도 땅이 있으면 저런 모습, 자식들에게 안보이겠지?  채소가 가꿔서 애들에게 고추가루, 김치나 보내면서 지내면 좋지. 그러니 노후 대비로 연금 보다 땅이 있는게 나아. 

남편: 이젠 지식 정보 사회야. 노후 대비한다고 땅 사놓는 것보다, 지식을 갖추는게 훨씬 나을것. 인터넷의 시대에 흘러 넘치는 정보 중에 꼭 필요한 정보만을 가공해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기술. 그런 것을 익히는 게 낫지. 

그럼 그렇지. 남편의 압승. 세상은 지식 정보화 사회다. 나 역시 그 말에 공감하고 있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등 자수성가한 부자들은 지식과 정보로 무장했다. 어느 시대나 그러했겠지만, 지식정보를 가진 이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을 남편이 상기시켜 준다. 나보다 더 많은 것을 보는 그에게서 배운다.   

 

며칠 전에 아이가 '속물'이란 단어를 물어보았다.  

나: 아이는 먹는 것에 집착하고, 자라면서 야한 것에 집착하고, 어른이 되면 돈에 집착한다. 사람마다 인생에서 먹는 것, 야한 것, 돈 버는 것의 중요도가 바뀐단다. 그런 것만 생각하는 사람이 속물이란다

그 말 하면서 우린 속물이구나하는 깨달음. 남편과 대화하면서 배우고, 아이와 대화하면서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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