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텃밭에 옥수수가 꽃을 피웠다. 옥수수 꽃이야 별 모양이 없이, 그냥 개꼬리마냥 달렸있는거지만. 곧 옥수수가 맺힐 생각을 하니 즐겁다. 허나 같은날 같은시간에 한 자리에 뿌린 옥수수들 키가 다르니 그게 더 이상하다. 제일 큰 녀석이 막내보다 덩치가 2~3배는 더 넘는다. 손톱만한 씨앗도 이렇게 자라면서 달라지는데, 사람은 오직 할까? 

2.  

도서관에서 박완서의 수필들을 빌렸다. 저번에 사놓은 '호미'도 반쯤 읽었지만, 도서관에서 다른 수필 '두부', '한길 사람 속', '어른 노릇, 사람노릇'을 빌렸는데, 며칠 열독을 해볼 계획이다. 20대 초반에 한창 박완서의 소설 '그 해 여름은 따뜻했네.'와 '그 많던 싱아는..'을 읽었는데, 밋밋한게 그닥 재미가 없었다. 그런 박완서를 다시 찾아 읽기 시작한 까닭은 수필 '주말농장'의 한 구절 때문이었다.

   
  농사꾼이 한여름의 뙤약볕을 무릅쓰고 몇 뙈기의 밭, 몇 마지기의 논에 목숨을 매달고 농사를 짓는 옆에서 오락 삼아 취미 삼아 농사짓기 놀이를 벌인다는 건 농사꾼에 대한 얼마나 큰 모욕이요, 그들의 성실에 대한 얼마나 철딱서니 없는 행동일까.  
   

 이 구절을 읽고 몹시 부끄러웠다. 시간 읽을 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귀에는 mp3를 꽂고, 지나가는 곳마다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대는, 나는 정말 부끄러웠다. 하지만 나를 위한 항변을 하나 하자. 올해 봄이 되니 뭔가를 키우고 싶어 몸 안에서 꿈틀거리는 욕망은 주체할 수 없었다. 시골에 사니 지천이 자연이다. 컴에서 벗어나 호미를 들어 흙을 만지니 정말 숨통이 터였다. 그래서 나는 박완서의 말대로 농사짓기 놀이를 하였다. 나는 행복하다. 행복은 곁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과 같지만, 나는 지금 그것을 느끼고 있다.  

사람은 흙을 만지고 햇볕을 받으며 땀흘릴 권리가 있다.  

   
  도시인의 탈공해도 중요하고 정서 생활도 중요하지만 남이 목숨을 걸고 하는 행동을 바로 그 옆에서 취미 삼아 오락 삼아 즐긴다는 건 목숨 걸고 하는 행동에 대한 중대한 모욕이나 비웃음이 된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매운 꾸짖음이 마음에 와 박혀, 이렇게 수필 몇 권을 들고 '주말에는 다 읽어야지' 하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3.  

몇 군데에 전화를 했다. 신용카드가 바뀌어서 핸드폰 자동이체를 변경했다. 또 인터넷으로 보험금도 신용카드 결재가 된다는 글을 읽고, 마침 A보험사로 전화를 했다. 통장으로 자동이체 되는 보험료를, 카드를 돌려서 포인트나 더 쌓을 욕심이었다. 상담원이 말하기를 "대리점에서 직접 와서 1회 결재는 되어도, 신용카드로선 매달 자동이체가 되지 않는다." 한다. 알겠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인터넷을 보다가 뭔가 궁금한 것이 생기면, 콜센터로 전화걸어서 바로바로 물어보는 게 편한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내가 컴맹은 아닌데' 하면서도 어쩌다 몇 년 전에 가입했던 사이트의 아이디 찾고 비번 찾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본인이 본인 꺼도 찾기 힘드니 해킹은 어찌 하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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