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에 씨 뿌려둔 알타리무에 꽃대가 올라왔다. 거둘 시기를 놏치는 것이 아닌가 싶어 화요일쯤에 모두 거두어 들였다. 밭에서 누런 잎을 정리하고 집에서 다듬기를 했는데, 일 마치고, 집안 정리 하고 잠을 쪼개서 하는 일이라 알타리무를 다듬는데, 3일이나 걸리고 말았다. 이럴 때는 텃밭을 하면서 얻는 이해득실을 따지는 짧은 생각을 이리저리 하여 본다.

텃밭을 하는 것은 재미있는데, 채소 다듬기는 너무 손이 간다. 시장에 가면 깔끔하게 다듬어진 알타리무가 1단에 2~3천원에 파는데, 내가 키운 것은 흙도 많아요, 크기도 제각각이요, 갈지 않은 흙밭에서 뒹군 것이라 옹이와 잔뿌리도 많고, 농약과 물주기를 하지 않았으니 잎은 구멍투성이고 무가 단단하다. 손이 가도 너무 많이 간다.  하나하나 흙 털어내고 잔뿌리를 손질해야 한다.

하지만 명절날 올라간 서울 형님댁을 떠올렸다. 유기농 무농약이라면서 웃돈 주고 채소거리를 사 먹는 도시 사람들. 

물론 시골도 유기농무농약 찾기는 힘들다. 가을에 농약이 하얗게 묻어 있는 배추 잎사귀, 그 옆에 배를 하얗게 뒤집고 죽어 있는 개구리를 떠올리면, 저절로 배추는 제 손으로 키워서 해먹어야지라는 결심을 누구나 하게 될 것이다. 어느새 배추 겉잎으로 만든 시래기 국만 봐도 꺼림칙한 생각이 들어 나 역시 시래기를 사지 않게 되었다. 

그러니 내가 키운 것의 흠은 단점이 아니라 미덕으로. 자기 자식 허물은 이쁘게만 보인다는 심정으로, 바빠서 잠이 부족하여 볼멘소리 몇 가지를 적어본다. 참, 잠이 부족한 이유 중의 하나, 월드컵 시즌이라 새벽 3시에 일어나 축구 응원한 것도 있는데, 호된 칼질에, 소금질에, 애먼 소리까지 들은 알타리무가 웃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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