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책 (100쇄 기념판) 웅진 세계그림책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아이와 처음에 한 번 읽고 책장에 그냥 꽂아두었답니다. 엄마의 일상이라는 게, 6살 우리 아이에게는 그리 재미있는 내용이 아닌가 보다 싶었지요. 밥하고 빨래하고 하루 종일 가족의 뒤치닥거리만 하던 엄마는 어느날 '너희는 돼지야'하고 편지 한 장만 달랑 남겨 놓고 집을 나갑니다. 그 뒤 남편과 두 아들은 점점 돼지로 변한다는 내용은, 지금까지 아이가 읽어왔던 '꿈과 모험'과는 전혀 다른 너무나 가까운 일상의 이야기겠지요. 그게 낯설었나 봅니다.

하지만 싱크대에서 설거지를 하다 문득 그림책 속에 고개를 푹 숙인 엄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피곳 부인의 축 처진 어깨와 묵묵한 모습, 대조적으로 피곳씨의 음식을 오물거리는 얇은 입술이 눈에 자꾸 어른거리더군요. 한 번을 보고도 그 내용과 그림이 자꾸 제 자신과 겹쳐 생각되더군요.

혼자 다시 읽었지요. 결국 작가의 사실적인 그림체와 개성에 빠지게 되었답니다. 집을 나간 다시 되돌아온 피곳 부인의 당당하고 멋진 그림자, 고개 숙인 남편 앞에서 '거봐. 나 없이 힘들었지?'라고 말하듯 웃는 엄마의 표정, 또 마지막 장에 차를 수리하며 눈을 보이며 웃는 엄마의 밝은 미소는 정말 좋았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아이보다 엄마가 더 좋아하는, 가족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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