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조천제 옮김 / 21세기북스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전 '칭찬고래'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려운 데를 긁어준다고나 할까요. 요즘 상당히 집안일에 허덕였답니다. 그 집안일의 80%가 한창 뛰고 자라는 아이들의 뒤치닥거리인데, 크레파스며 장남감 등 어지러운 방안을 보며 소리치고 그런 자신에게 놀라고 후회하는 일의 연속이었답니다.

후회하면서도 한편으론 이렇게 자신에게 말하지요. '요즘 내가 너무 바빠서 그럴거야. 아이들과 같이 즐기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아이들의 그릇된 행동을 즉시 고쳐 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야.'하고 후회와 즉각적인 합리화로 스스로를 방어하면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불안해하며 끊임없이 아이들과 어긋난 관계가 바뀌기를 바라고 있었답니다.

그런 중에 남편이 이 책을 사들고 왔습니다. 시원시원한 글자며 쉽게 다가오는 내용, 회사에서 가정 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웨스라는 주인공이 씨월드의 범고래 쇼를 통해서 자신과 주위사람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작가는 '고래 반응'을 적용 했을 때 부닥치는 의문과 반론을 아주 적절하게 풀어가고 있더군요.

책을 읽으면서 제가 겪고 있는 문제가 확연히 눈에 보였습니다. 책의 용어를 빌리자면 저는 전형적인 뒤통수치기 부모였습니다. 아이가 잘할 때는 내버려두었다가 그릇된 행동을 보이면 바로 꾸짖으면서 내몰고 있었답니다. 손가락을 꼽을 필요도 없이 칭찬 횟수보다 꾸짖는 게 더 잦은 그런 부모였군요.

절실한만큼 당장 실천에 들어갔습니다. 아이의 잘한 행동을 찾아 칭찬하고 아이의 그릇된 행동을 할 때에는 관심을 돌리도록 도왔습니다. 칭찬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어떤 행동을 칭찬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군요. 일단 장난감을 치운 일이나 놀이터에서 아이가 만든 모래성을 칭찬했습니다. 그러자 우리 아이의 얼굴에 빛이 반짝하고 나더군요.

머리며 신발이며 흙투성이가 된 것을 간섭하지 않고, 같이 놀던 동네아이들도 사이좋게 논다고 칭찬했습니다. 신기할 정도로 반응은 바로 나타났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즐겁게 떠들면서 자기가 한 일을 자랑하기 시작하더군요. 지금까지 놀이터 나무 벤치에 앉아 춥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쳐다만 보는 것이 제 역할이었는데, 그 역할이 바뀌니 기분이 한결 좋아지더군요. 그 순간부터 '칭찬고래'를 지속적으로 하기로 마음먹었답니다.

그릇된 행동을 할 때 관심을 돌리는 전환은 더 어려웠습니다. 사실 어떤 방법으로 아이의 관심을 돌릴 수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우리 아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였지만 엄마로서 필요한 것은 아무것도 알고 있지 않더군요. 아이에 대한 사랑은 많지만 방법과 실천이 부족한 저에게 이 책은 '칭찬'과 '전환'이라는 간결하지만 좋은 육아지침을 제시합니다. 이 두 가지는 믿음이 전제된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할 수 있는 긍정적인 방법이기도 하군요.

아이를 사랑하기에 한동안 '칭찬 고래'라는 새로운 마법 주문을 되뇌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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