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에로티쿠스
다케우치 구미코 지음, 태선주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호모 에로티쿠스'란 제목은 멋지다. '성행위를 통해 인간을 꿰뚫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호모 파베르, 호모 루덴스, 호모 사피엔스, 그리고 호모 에로티쿠스란 이름이 붙일 때는 그에 걸맞는 인간에 대한 통찰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아님 이 책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했던 것일까? '성'이란 자극적인 소재에 너무 끌렸던 탓일까?

이 책은 쉽고 재미있고 흥미롭지만 그 이상은 내게 보여주지 못했다. 워낙 소재가 흥미로운 까닭에 단숨에 읽었지만 읽고 나선 머리에 남는 것은 단편적인 지식뿐. 책의 내용은 잡지에 실려졌던 성에 관계된 독자의 질문과 저자의 대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마치 여성잡지 뒷부분에 실리는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의사들처럼 저자는 그런 독자의 흥미를 동물행동학과 유전학으로, 좀 색다른 분야로 풀어주고 있을 따름이다.

남자의 손가락이 생식기와 같은 유전자로 만들어지고 성염색체가 어떻게 자식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흥미로운 소재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저자는 몇몇 실험의 결과와 연구로 모든 대답을 일관하고 있었다. 또 시어머니가 유전자 증식을 위해 며느리를 구박한다는 논리는 동의할 수가 없었다, 다양한 인간 사회에서 적용되는 것은 아닌듯한. 게다가 뒷분에 뒷면의 활자가 그대로 앞면에 비치는 인쇄 상태도 씁쓸했다.

아마 나는 이 책의 몇몇 흥미로운 부분을 술 좌석에서 심심풀이 안주 삼아 이야기하고 그칠 것이다. 여름날 맥주잔의 차오르는 하얀 거품처럼, 흥미롭지만 지식의 가벼운 거품은 나를 취하게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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