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1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박연 옮김 / 세주문화 / 1996년 6월
평점 :
절판


이거 괴물이쟎아, 만화를 다 읽고 나니 허탈감에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하루밤새 읽기에는 너무나 긴 분량이라 며칠 몇 권씩 나누어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손에서 놓기가 싫어질 정도로 재미있더군요.

이 책은 한 마디로 괴물입니다. 머리는 사자, 몸통은 염소, 꼬리는 뱀인 고대 그리스의 괴물 키메라처럼 그 부분이 어디선가 본듯하군요. 아름다우면서 악한 미청년 요한은 마치 '오멘'시리즈의 '데미안'를, 억울한 누명을 쓴 천채외과의가 진범을 쫓는다는 이야기 전개 순서는 오래전에 유행했던 TV미니 시리즈 중 '도망자', 헐크가 나오는 '두얼굴의 사나이'를 연상시킵니다. 특히 얌전한 보통 사람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초인 슈타이너, 일종의 헐크로 변한다는 설정은 여기에 '글리머'란 프리랜서기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18권 결론에 엄마가 두 아이 중 하나를 선택한다는 설정은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 '소피의 선택'과 일치한답니다. 그 때 메릴 스트립도 나치에게 두 아이 중 여동생을 사지(死地)로 줘버리더군요.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시체를 모아 새로운 인조인간을 만드는 것처럼 작가는 놀라운 솜씨로 이야기 토막을 연결하여 덴마가 요한을 쫓는 이야기에 생명을 부여합니다. 볼 때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과 덴마의 진한 휴머니즘에 감동을 느꼈습니다. 게다가 그런 이야기가 하나의 결말을 향하여 멋지게 연결되어 맞물리는 과정은 절로 감탄이 일더군요. 또 끊임없이 '살아있다는 것은 뭔가, 태어난다는 것은 뭔가, 네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건가?' 하면서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대한 긍정과 희망을 이끌어내는 방식이 너무나 마음이 들었답니다. 읽는 저 역시, 몬스터가 아닌 희망과 내일을 믿고 싶어하는 실수 많고 잘못에 괴로워하는 인간군상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며칠간 밤잠은 설쳐서 머리는 멍하고 눈앞은 침침해도 <몬스터>를 읽는 시간은 참 가치로왔습니다. 전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은 다 챙겨 보기로 하였답니다.

그런데 노파심에서 사족을 붙이자면 결코 이 만화의 내용이나 소재는 결코 청소년용이 아닙니다. 이걸 읽고 청소년이 빠른 그 사건 전개를 따라가기도 어렵거니와 중간중간 어두운 뒷골목 묘사는 청소년이 읽기에는 좀 부적당하다 싶으니 가려서 읽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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