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앙드레 코스톨라니 지음, 김재경 옮김 / 미래의창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그 노인은 어떤 노인인가? 어떤 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룬 사람만이 가지는 정신적인, 게다가 물질적 풍요로움을 모든 갖춘 사람이었다. 그가 가진 삶의 비밀을 알고 싶어 젊고 실수가 많은 내가 묻는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습니까?' 나는 직설적이다.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샀으니 돈값을 하시오.'라고 불손하게 속으로 투덜거린다. 몇몇 주식 거래의 실패로 내 양미간은 젊은이답지 않게 찌푸려져 있었다.

푹신한 등받이 의자에 편안히 몸을 누이고 노인은 달관한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그 웃음을 보이면서 말한다. '그건'. 꿀꺽, 내 안에서 침이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소리를 듣는다. '그건 말야, 돈을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었기 때문이지.'. 이어서 두 시간을 그가 구십평생 살아온 길과 그 방법을 나는 듣는다. 그는 입담이 좋다. 어려운 것도 쉽게 말할 줄 안다. 나이에서 오는 경험이 그에게 그런 지혜를 주었을 것이다.

나는 이 노인이 좋다. 그는 헛살지 않았다. 그에게선 가진 자의 여유로움이 있고, 그 여유로움은 부모에게서 얻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찾아낸 것이다. 게다가 그는 남을 짓밟지 않고 살려고 했고, 젊었을 때 실수로 다른 사람을 슬프게 한 것을 부끄러워 하고 있다. 그는 돈을 사랑했지만 음악도 사랑하고 자신의 삶도 사랑한다. 솜씨 좋은 연주자가 악기를 다루는 것처럼 돈을 다루었다.

나도 늙으면 어떤 분야에서 이 노인처럼 일가견을 이룰 수 있을까? 자신이 살아온 길을 부끄럽지 않게 또다른 젊은이에게 얘기할 수 있을까? 아무리 보아도 부러울 수 밖에 없는 노인이다. 나는 단지 돈많은 노인에게서 확실하게 빠른 투자의 비법을 얻으려 했으나, 기술이 아닌 그의 삶 자체를 들었다. 또 한 권의 책 속에서 한 사람을 만난다. 그 한 사람의 얘기를 경청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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