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시간의 신이 나타나 검붉게 소용돌이 치는 터널을 보여준다. 그 속에서는 시끄러운 불협화음이, 그리고 간간히 인간의 교성도 들릴 것이다. 만약 내가 귀를 막으면서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시간의 신은 말할 것이다. '이것이 인간의 역사다'라고. <풍속의 역사>를 보고 나니 그런 만화적 상상을 하게 된다. 아마 나는 그 역사의 터널을 이 책을 통해서 한 순간에 보았다. 흥미롭고 엽기적이다. 또 저자가 얼마나 열심히 사료를 모았는지 볼 때마다 인간에 대해서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1권은 너무 딱딱하고 2권,3권은 사료만 모아놓으니 흥미위주로만 느껴진다. 마치 신문에 난 가십거리를 쭉 모아놓은 듯하다. 앞부분의 이론 부분이 없다면, 뒷부분 사료 부분은 존재가치를 잃어 버리고, 뒷부분이 없다면 앞부분 역시 너무 딱딱해서 읽을 맛이 안난다. 흥미 위주로 <풍속의 역사>를 볼려면 2권부터 보는 것이 낫지만, 이렇게 편의상 잘라놓으니 책 전체가 온전하지 못한 듯 싶다. 그래도 인간 역사의 추악한 면모를 보여주는, 생각할 만한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