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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1996년 11월
평점 :
절판
어느 날 책장에 있던 아주 파란 표지의 민음사판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다시 읽었습니다. 한 10년쯤인가 도서관에서<노르웨이의 숲>를 읽고 구입했던 책이었답니다. 그 땐 그저 읽고, 그냥 '그저 그렇네'라고 책장에 꽂아 놓았답니다. 언뜻 보면 줄거리가 없는 그 책, 그냥 어느 여름날 쥐와 함께 잡담하는 이야기. 만남도 헤어짐도 아주 가벼워서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 마치 바람과도 같은 이야기였답니다. 그 때는 손으로 그 바람을 잡으려고 했던가봐요.
하지만 이 책에는 특별한 인물이 있습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냉소적이고 개성적인 인물 '쥐'를 주목하게 되었답니다. '쥐'와 '나'의 대화는 때론 짧고 날카롭고 독특했습니다. 그 냉소적이고 허무한 대화에 빠져 버렸답니다. 그때부터 '쥐'란 소설 속의 인물을 찾아, 하루키의 소설을 기행하게 되었답니다. <양을 둘러싼 모험>을 읽고 쥐의 결말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한동안 책장을 덮지 못했답니다. 실존하는 인물이 아닌데도 소설 속의 인물을 참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제겐 '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가치로운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