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먼나라 이웃나라 (유럽편) - 전6권 세트 먼나라 이웃나라
이원복 지음 / 김영사 / 1998년 7월
평점 :
절판


어떤 책은 너무 비밀스러워서 혼자만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혼자 조금씩 커피에 젖은 비스켓을 먹는 것처럼 조금씩 나눠 먹고 싶을 때가. 하지만 여기 전혀 다른 성질의 책이 있다. 아주 오랜 친구면서, 너무나 오래되어서 내 삶마저 간섭한 책이. 20년전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전학이 잦았던 내게 먼저 다가온 것은 어린이신문이었다. 매주 학급에서 받던 그 신문에는 '먼나라이웃나라'가 실려 있었다. 어린이신문의 다른 면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오직 영국이란 먼나라에서 헨리8세가 아내를 여러번 죽이고 바꾸었던 기묘한 이야기가 만화에 실려있었다. 너무나 흥미진진한 사건의 전말과 추이를 '먼나라이웃나라'를 통해서 보았다.

크면서 더욱 궁금해졌다. '왜 그랬을까? 왜 사랑하기 때문에 법과 종교마저 바꾸고 결혼한 아내 앤을 죽였을까?'란 생각 때문에 '영국사'를 읽었고, '천일의 앤'을 보았다. 그리고 인간이란 얼마나 변덕스러우면서, 잔인한가에 대해 생각하였다. 물론 도서관을 찾아다니면서 1권씩, 2권씩 찾아읽던 책이 대학때는 한질 세트로 나왔다. 탐미하면서 전부를 읽었다. 그 때는 '먼나라이웃나라'에서 유머를 읽었다. 인간의 다양함을 읽었다. 아직도 나는 TV에서 해외통신을 접할 때마다 '먼나라이웃나라'의 지식으로 세계를 본다. 물론 그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닌 것을 너무나 잘 알지만, 그보다 더 나은 책도 알지 못한다. 내 책읽기의 비천함이여.

이제 나는 이 친구를 나누고 싶어한다. 막 종이에다 0과 1을 무수히 그려놓고 편지라고 우기면서 읽어주는 우리 아이가 책을 읽을 때가 되면. 나는 아낌없이 이 책을 나누려한다. 자식에게 유전자만 나누는 것이 인간이 아니다. 나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삶의 친구를 나누어주려 한다. 인간의 다양함을 나누어주려 한다. 그 때까지 '먼나라이웃나라'가 오래 살아있기를. 칭찬도 욕도 많이 들어가면서 많은 독자에게 읽히고 계속 재판되어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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