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토노트 1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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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한 친구가 있다. 5년전 겨울, 아마 이 무렵이었는가 보다. 내가 베르베르의 '개미'를 읽고 참 재미있다고 상상력이 놀랍다고 얘기를 하자, 그 친구는 내게 '타나토노트'를 권했었다.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나는 그 말을 얼결에 넘겨 들었나 보다.

그 뒤 친구는 무엇인가 찾아 인도여행을 갔었고, 한 번 돌아와 만났다. 그 만남에서 우리는 다시 찾지 말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말다툼은 아니었다. 삶의 길이 막 달라지기 시작한 우리가 다시 만나서는 안된다고 그 때는 그냥 확신했었다. 그 뒤 또다른 친구에게서 그 친구의 소식을 묻고 하면, 그는 어느 암자에선가 수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5년 동안 나는 현실 속에서 내 자신을 정의하기에 바빴다. 친구와의 약속을 희미하게 가슴에 품으면서, 문득 '타나토노트'를 읽는다. 그 때 그의 가슴과 머리 속에 무엇이 소용돌이쳤는지 이제서야 알 수 있었다. 사후세계, 우리가 살아서는 가 볼 수 없는 곳... 인도에 그걸 물으러 갔었니? 아님 죽음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삶의 비밀을 엿보려고 갔었니? 평생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그걸 아직도 찾고 있니? 아님 그외에 무엇을...

소설 자체는 아주 재미있다. 대단한 상상력이다. 감탄이 절로 난다. 어떻게 이런 생각들을 소설로서 짜 놓았는지 놀랍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너무 황당한 설정에, 현실과의 괴리감도 크게 느껴진다. 또 서양의 사후 세계관에 동양의 환생론이 억지로 혼합되어 있다는 느낌도 많다.

하지만 이 소설 역시 내겐 묻는다.
넌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니? 5년 전의 나와 현재 이 겨울의 나는 전혀 다르다. 과거의 나였다면 죽음 그 너머의 세계에 경외심과 애착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암전을 생각한다. 어느 날 밤늦게 혼자서 TV를 보다가 애국가가 끝나면 찾아오는 암전..그냥 아무것도 없다.

그러기에 감각할 수 있는 현재가 중요하고 삶은 중요성을 지닌다. 그럼 심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죽음 너머를 믿지 않는다면 죄를 지어도 상관 없다는 얘기인가? 아니다. 그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현실을 사랑하고 선을 지키는 것은, 소설 속 주인공 '미카엘 팽송'과 같은 입장이다. 착하게 살면 남을 간섭하지도 않고 남의 간섭도 받지 않으며 살 수 있다.(2권, 727쪽에서)

친구야, 아직도 나는 나 자신을 정의하기에 바쁘구나. 언제 너를 만날 수 있겠니? 또 소설책 한 권을 읽으면서 너를 생각하고 나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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